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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햇볕에 바삭바삭 말렸으면 한다는...

| 조회수 : 10,728 | 추천수 : 64
작성일 : 2011-01-03 16:11:56
겨울이라 그런지 비타민 D가 부족하다더니, 그 탓인지 몸도 마음도 영 가라앉아 있다.
언젠가부터 연말연시라고 들뜨거나 별스러운 마음다짐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다.
아무튼 새해란다. 이런 핑계로라도 좀 꼼지락거려야겠다.



새해 첫 날 아침은 떡국이다.
12월 중순쯤 가래떡을 했었다.
떡볶이랑 떡국도 해먹고 아이 간식으로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을 요량으로 떡을 했다.
밤새 불린 쌀을 떡집에 들고 가래떡을 뽑아 달랬다.

방학 때도 기숙사에 있겠다는 아이는 “새해 첫 날 나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해피 뉴 이어!
문자 하나로 퉁치고 쓸쓸하다면 쓸쓸하고 한가하다면 한가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래도 2011년 첫 아침인데 달랑 떡국에 김치만 있을 순 없다.
주섬주섬 식재료 꺼내보니 깻잎과 두부, 냉장고 들락거리다 시어버린 김치가 있다.
김치찌개 올리고 깻잎은 양념간장에 재 살짝 찐다는 게 푹 물러 버렸다.
떡국 국물로 우려낸 다시마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가위로 얇게 썰어 식초와 간장, 고춧가루 따위로
무치고 두부 부치는 동안 H씨는 떡국 끓여 간단하기도 푸짐하기도 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엔 K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 마트 들려 함께 장을 봤다.
셋이 장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을 만큼 오랜만이다.

장봐 집에 오자마자 저녁으로 만두소를 만들었다.
작년 김장김치 꺼내 쫑쫑 썰고, 당면 삶고 숙주 데치고 두부는 면보로 물기 짜내고 으깨 만두 속을 만들었다.

만두소 준비할 때만 해도 세 식구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 만두피로 장난도 쳐가며 만두 빚는 광경을
상상했으나 K는 그 새 잠들었다. “만두 빚자.”는 말에 눈 감고 고개만 까딱이더니 이내 잠으로 빠져들더라.







조금은 건조하게 H씨와 둘이 만두 빚어 쪄먹는 동안에도 K는 일어나지 못하더니
결국 늦은 저녁 무렵 부스스 일어나 먹을 것 찾더라. 다 식은 만두 데워 줬다.

새해 둘째 날 아침은 만두국이다.
H씨 일어나 부엌에서 뭔가 하는 소리 들린다.
몸이 천근인지 마음이 만근인지 귀만 열리고 몸과 마음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꼼지락 꼼지락, 뒤척이다 어느 순간 놀라 깨어보니 K도 일어나있고 아침 먹자 한다.

좀 무겁고 미안한 마음으로 수저정도 챙겨 새해 둘째 날 아침을 맞았다.
시금치와 냉이 무침이 입맛을 돌게 한다. 싱그럽다.
맞춤 익어가는 김장김치는 아삭 아삭 ‘기운 내라’ 한다.




만두국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속 터져버린 왕만두..



춥기도 춥지만 흐린 날이 싫다.
해라도 쨍하고 났으면 좋겠다.
그 햇볕에 넋 놓고 앉아 살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꾸들꾸들 스멀스멀 휘감고 있는 이 겨울의 음습함을 바삭바삭 말려야겠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동안 해 먹은 것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섬돌이
    '11.1.3 4:16 PM

    우 와 만두 먹고싶어요~ 시금치무침도 딱 보니까 맛있게 무친것 같구요
    올 겨울 만두 해먹을 시간 될려나 모르겠어요~~~

  • 2. 투덜이 스머프
    '11.1.3 8:18 PM

    지난 해 오후에 님 글 잘 읽고, 눈으로 잘 먹었습니다. ^^
    혹시 주변에 잔반처리 잘 하는 c씨는 필요없는지요? ^^;;
    올해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잘 부탁드리며,
    오후에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m(_ _)m

  • 3. 라이
    '11.1.3 8:59 PM

    만두 맛있겠어요~침이 고이네요~ㅋㅋ
    저 빼곤 우리 식구들이 만두를 별로라 하니...다행인지 불행인지...
    오후에님네 만두 보니,한번 시도를 해보고 싶네요~
    오후에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많이 받으세요~~^^

  • 4. 순덕이엄마
    '11.1.3 9:09 PM

    시금치와 냉이무침...정말 부러운 음식들이네요 흑흑..

  • 5. 랄랄라
    '11.1.4 7:05 AM

    오후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멀리서 글 항상 잘 보고 음식도 눈으로지만 음미하고 있답니다..
    새해에도 수필같은 오후에님의 담담한 글들 기대할께요.,.^^

  • 6. 연&윤
    '11.1.4 8:30 AM

    윤기 자르르르 만두~!@@@ 예술입니다
    전 아기가 둘이라서 언제 해먹지ㅠㅠㅠ
    먹고시따아~~~~~~~~~~~~~~~~~~~~~~~

  • 7. 오후에
    '11.1.4 9:16 AM

    섬돌이님//마음 있으면 다 드시게 된답니다. 사먹어도 되고요. 꼭 해먹어야 맛인가요...
    투덜이스머프님//제가 젤 좋아 하는 캐릭인데.. 혹 아는 분은 아니겠죠? 잔반처리 정말 고민입니다. ㅋㅋ
    라이님// 네 복 많이 지으시고 행복하세요.
    순덕이엄마님//제가 님의 부러움을 살일이 다있네요. ㅋㅋ
    랄랄라님//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연&윤님//아기가 돌이라면 신랑보고 "어~ 신랑, 만두 좀 빚어봐라" 하시면 될 듯한데... 아님 니가 애보고 내가 빚을까 하시던가...ㅋㅋ. 그것도 아니면 젤 맛있는 만두 사온나 해서 꼭 드셔요

  • 8. 옥수수콩
    '11.1.4 4:05 PM

    와~~
    모범적인 새해 아침상이네요...
    만두국과 나물,그리고 김장김치.....
    덤으로 오후에님 맛깔나는 글솜씨까지....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9. 미도리
    '11.1.4 4:43 PM

    아~ 맛있겠어요~~^^ 저는 이번에 쌀 10키로사서 가래떡 전부 뽑았어요. 떡볶이용 조금 남겨두고 굳혀서 썰었는데~~ㅠㅠ 오마나~ 손가락에 물집 잡히고 저 죽는줄 알았습니다. 큰다라이에 한다라이를 다썰었으니 .... 4시간 걸렸습니다. 가래떡보니 악몽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우리쌀로 뽑아서 먹으니 넘 맛있더라구요. 만두 간장에 콕~! 찍어 먹고싶어요`~@@

  • 10. 보리수네집
    '11.1.7 11:25 PM

    으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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