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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하얀거짓말이 살짝 아쉬웠던 시월의 마지막

| 조회수 : 8,930 | 추천수 : 92
작성일 : 2010-11-01 16:38:20


토요일
도시락 챙겨들고 부리나케 나서는데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어디야?”
“가는 중, 한 20분만 기다려…….”
“아니 졸려 좀 자다 짐 챙길게”
“그래! 그럼 1시까지 학교 주차장으로 나와”

‘애고 몇 시에 잤기에 졸리다 하는 건지…….’ 끌끌 혀를 찼지만 한편 여유로워졌다.
다시 집에 들어가 아이 마실 차도 준비하고 가는 길에 나 먹을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며
눈부신 가을 하늘과 단풍든 가로수를 만끽하며 아이 학교에 갔다.

시간이 좀 일러 잠시 기다리다 1시, 시간 맞춰 K에게 전화했다.
자겠다는 녀석이 들뜬 목소리로 받는다. 옆에선 깔깔거리는 아이들 목소리도 들리고.

“아빠 왔어. 일어났어?”
“나 지금 나와 있어. 어딘데?”
“주차장”
“알았어. 갈게” 하는 짧은 통화 후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는 K가 보인다.
보기엔 발걸음도 가벼워 보이고 환한 웃음으로 가을볕인양 다가온다.

“잔다더니, 안 잤어?” 하고 묻자
“잠깐 자다 어떻게 깼어. 배고파 먹을 거 없어.”
“없을 리 없지, 자~”하며 도시락 내밀자
“뭐야?”라며 열어 보더니 “와우~” 감탄사를 터트린다.

“두부소스 연어 샐러드와 해물 밥. 너 좋아하는 홍합이랑 우렁이 넣은 단호박 밥”
“맛있어. 연어가 참치 같아 근데 단호박은 딱딱해” 하기에
“단호박 너무 찌면 흐물거릴까봐 굽듯이 쪄서 그럴 거야. 그래도 익긴 익었을 걸”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 뜨끔했다. 급한 마음에 젓가락이 들어가기에 꺼냈는데 속이 설익은 모양이다.
밥이야 익혀서 넣은 거니 문제 될게 없지만 ‘맛있다’며 단호박까지 다 먹는 상상을 했건만
꼭 뭔가 이렇게 틀어지더라.

부스럭거리며 도시락을 먹는 것 같더니 조용하다.
자동차 룸미러로 보니 어느새 머리를 창에 기대고 자고 있다.
입까지 벌린 채 하얀 얼굴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자동차 속도를 줄였다.

신호 다 받아가며 천천히 도착해서도 잠에서 못 깨기에
“어젠 몇 시에 잤는데 그래?” 하니
“11시” 한다.

아마도 거짓말일 거다.
11시면 기숙사 롤콜도 끝나지 않은 시간에 잤을 리가 없다.
아프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찍 자라고 성화인 애비의 물음이 귀찮아서 대충한 대답일거다.
하긴 나도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디냐’는 물음에 ‘가는 중’이라고.
이제 출발한다고 하면 배고프다며 학교에서 점심 먹을까봐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알게 모르게 악의든 선의든 사람들은 몇 분마다 거짓말을 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퇴근 한 H씨와 작은 공원 단풍든 나무 그늘 아래 앉았다.
H씨용으로 맨밥만 넣은 단호박 밥에 감탄 하던 H씨 바로 ‘싱겁다’ 한다.
‘단호박은 설익어 먹기 힘들다’ 한다.
난 먹을 만 하드만……. 이럴 땐 하얀 거짓말이 아쉽다.






- 단호박 해물 밥
홍합과 우렁이 다져 소금 간한 밥과 잘 섞은 다음 속 파낸 단호박에 채웠다.
밥을 채우고 새우와 우렁이로 모양내 보주시고 후추와 함초도 살짝 뿌리고 찜기에 쪘다.
너무 익히면 단호박 모양이 상할까 싶어 굽듯이 쪘더니 설익었다는 원성을 들었다.








- 두부소스 연어 샐러드
새싹, 미니파프리카, 상추, 양배추 등 샐러드용 채소를 씻어 놓고
후라이팬에 연어 한조각 겉면만 살짝 익혔 썰었다.

드레싱은 두부 반의 반모 정도와 양파 반 개에
적당량의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함초, 소금을 넣고 한꺼번에 갈았다.







- 이것저것 되는대로 채소와 남은 두부소스에 키위 넣고 다시 갈아 만든 샐러드와 된장찌개가 있는 토요일 저녁상

- 일요일 아침의 방울토마토, 생밤, 은행, 말린 블루베리, 키위에 역시 같은 소스 샐러드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nnabell
    '10.11.1 5:54 PM

    단호박속을 파먹는 재미도 또한 쏠쏠할거 같은데요.^^

  • 2. anabim
    '10.11.1 5:58 PM

    절대로 맛있다고 안하는 제 남편~ 맛있느냐고 물으면 겨우 응!
    이조차도 듣기 힘듭니다.
    칭찬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 봅니다
    호박밥 맛있겠는걸요.
    다음에는 푹 쪄서 먹여보셔요

  • 3. 옥수수콩
    '10.11.1 7:36 PM

    호박한개가 김치냉장고 위에서 늘 저만 바라보는데....
    낼은 뭔가 조치를 취해야 겠어요....푹푹익힌 호박밥으로...^^;

  • 4.
    '10.11.1 8:55 PM

    샐러드엔 늘 푸른 키위만 넣었는데
    노란색 키위가 더 상큼해 보이네요.^^

    두부 드레싱 한번 만들어 볼게요.
    지금 냉장고에 엄청 두터운 두부 한 모가
    절 기다리고 있거든요.

  • 5. 오후에
    '10.11.1 10:00 PM

    annabell님//주먹만한 작은 호박이라 재미가 쏠쏠하진 않았어요. 숟가락으로 두어번 긁어내니 끝이던데요.

    anabim님//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만... 다음에 푹쪄서 먹이면 '비주얼이 엉망이네'할지도 모릅니다. ㅎㅎ 좀 시간 있을 때 낮은 불에서 구워볼 생각입니다.

    옥수수콩님//푹푹익힌 호박밥 ㅋㅋ^^; 그 호박밥 후기 올려주세요. 저도 따라해보게...

    화님//네 맛있게 만들어 드세요.

  • 6. 마리s
    '10.11.2 8:29 AM

    된장찌개 있는 밥상에 아랫쪽에 있는
    김치!!!
    아~ 딱 저런 김치가 먹고 싶어요!
    색깔만으로도 맛이 상상되고 있어요!!

  • 7. 어림짐작
    '10.11.2 8:48 AM

    가끔 의도대로 안 익거나, 의도한 맛이 아니어서 스스로도 맘에 안 드는데,
    아들 녀석이 뭐라 뭐라 하면 저는 평정심을 잃고 맙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다. 열심히 했는데 그런 거다. 그거 알면서 불평할 거면 네가 직접 해 먹어라"
    언제나 너그러워질까요?

  • 8. j-mom
    '10.11.2 6:22 PM

    그릇이랑 음식들이랑 퓨전으로 잘 어울려요...
    골고루 맛있는거 또 건강식으로 많이 해드시는거 같아요..
    건강하세요~

  • 9. 오후에
    '10.11.3 4:53 PM

    마리s님//저 김치도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ㅠ.ㅠ 한통뿐이 안남았다는...
    어림짐작님//그러게 말입니다. 먹는 이나 하는 이나 모두 너그러워지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맛에 너그러워지는게 쉬운일이 아닌듯합니다.
    j-mom님//특별한 건강식?은 아니랍니다. 고기를 안먹다보니 저리 되는데 요즘은 저게 건강식이라 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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