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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생일 축하해요”

| 조회수 : 6,648 | 추천수 : 95
작성일 : 2010-10-25 16:53:21
“생일 축하해요”



“생일날 미역국은 어머니가 드셔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낳느라고 힘드셨던 분은 어머닌데 왜 당사자가 먹나 몰라”

신혼 때던가, 생일 미역국을 보면 이런 얘기를 하곤 했다.
생일이면 선물은 못해도 미역국과 아침밥은 했다.
집에 없던 한 해를 빼곤 거르지 않은 것 같다.

올해도 미역국을 끓였다.
부쩍 체력이 달린다는 말이 생각나
한 해 건강하게 나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팥 넣고 찰밥을 지었다.

내게 팥이 들어간 찹쌀밥은
어린 시절, 생일이면 시루팥떡 다음으로 챙겨주시던 어머니의 선물이었다.

형편이 되시면 팥 시루떡을 해주셨고
시루팥떡 없이 찰밥만 먹던 해는 그만그만한 해였었고 이도 건너뛰면…….

시루떡을 하실 때 어머니는 꼭 밤을 새셨다.
연탄아궁이의 커다란 양은솥에 얹은 떡시루로 밤새 김을 올리시고
시루번을 갈아 붙이시며 부엌을 들락거리시던 그 시절 어머니의 시름을 난 다 알지 못한다.
‘생일 떡은 칼로 자르는 것 아니’라며 그 뜨거운 떡을 맨손으로 드러내시던 어머니 손만을 기억할 뿐.

행여 설익을까! 마음 졸이던 시루떡이 다 익은 새벽녘이면
어머닌 그 떡과 물 한 대접 올리고 홀로 조용히 치성을 드리시곤 하셨다.

봄에 태어난 탓인지 나는 가을 생인 형에 비해 차남이라는 것 말고도 계절적 불리함으로
떡과 찰밥을 건너 뛴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 철없이 이걸 어머니께 툴툴거렸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생일상이라 반찬 두어 가지 더했다.




순백의 무나물을 기대했으나 깜빡하고 불 줄이는 걸 잊어 조금 태웠다.
태운 걸 가려 볼까 하고 실고추 넣고 푹 익혔더니 붉은 물이 살짝 들어 저 모양이 되었다.





요즘 자주 해먹는 호박나물과 무청 우거지 된장지짐






들기름에 두부 노릇노릇 부쳐내며 양송이 버섯도 몇 개 넣었다
새순과 부추 샐러드, 올리브와 발사믹, 간장으로 소스를 만들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표고버섯




찰밥과 미역국, 오늘의 주인공인데 돌미역이라 색이 좀 거칠고 미역국엔 고기 한 점 없다.
함께 산 세월만큼 우리집 미역국도 변해 왔다.
처음엔 소고기가 들어갔었고 그러다 간간히 가자미 같은 생선이 들어가기도 했고
지금처럼 들기름에 볶은 미역만 넣고 끓이는지는 10여년 되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캐롤
    '10.10.25 5:34 PM

    생신 축하드립니다.!!

    냉큼 외치고 축하 자리에 끼어 앉고 싶은 음식들이네요.
    지금 배고프거든요.^^
    저도 이런 반찬으로 상차림 하고 싶은데 가족들이 용납을 안합니다.ㅋㅋ

    그리고 오후에님 글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 2. 마리s
    '10.10.25 6:03 PM

    오후에님 생신이신지 아니면, H님 생신이신지 모르겠지만
    저도 축하드려요~~
    저렇게 채식으로 잔뜩 차린 상을 보면 항상 너무너무 부럽고,
    당장 숟가락 들고 달려가고 싶어요..
    첫번째 사진은 순간 해파리냉채인줄 알고 엇~ 이건 드시네 했어요 ^^;;;

  • 3. 어중간한와이푸
    '10.10.25 6:22 PM

    그니깐, 같이 사시는 H씨의 생일이었단 얘기지요??
    케잌도 만드신건가...구입하신건가...쵸코렛위의 글씨가 소박하게 보여서요...^^
    아하~ 생표고버섯도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는갑다.
    살아가는 일상만큼이나 편안해 보이는 식단이네요. 두분중, 아무나 생일 축하드립니다.*^^*

  • 4. 오후에
    '10.10.25 9:11 PM

    캐롤님//대신 감사드립니다. ㅎㅎ 가족이 고진교 신도인가봅니다. 일주일에 2~3일이라도 엄마 맘대로 상차리겠다 선언해보세요. 뭐 안먹으면 굶기고요. ㅎㅎ

    마리s님//제 생일은 봄입니다. 이리 축하해주시니 숟가락 들고 달려오시면 언제든 한자리 끼워드리죠. 그러고보니 무나물 사진으로 보면 해파리 냉채같네요. 저는 발 달린 짐승만 안먹는지라 해파리 냉채 좋아라 합니다. 물론 집에선 안해먹지만...

    어중간한와이푸님//와~ 오랜만에 뵙네요. 요즘 글도 뜸하시고... 잘 지내시죠?
    예... H씨의 생일이었습니다. 케잌은 산거고요. 초코렛 위의 글씨는 써달라고 한거예요. 만들고 싶으나 베이킹은 어머니께 배우지 못했답니다. ㅠ.ㅠ

  • 5. 나타샤
    '10.10.25 9:13 PM

    보기만해도 절로 건강해질듯한 오후에님 밥상 항상 느끼는거지만 정말 맘에들어요~

  • 6. 오후에
    '10.10.25 9:36 PM

    나타샤님//맘에 드신다니 감사...

  • 7. 첵첵이
    '10.10.26 1:33 PM

    오후에님 식탁은 꼭 예술작품 같아요. 그런데 채식만 하시나봐요. 전 키톡에 온진 얼마 되지 않아서 여쭤봅니다....

  • 8. atomcandy
    '10.10.26 1:52 PM

    오후에님!
    남자분?
    남자분이 이런짓을??
    따뜻한 생신 상
    감동입니다..

  • 9. 오후에
    '10.10.26 1:56 PM

    책책이님//작품씩이나.... 감당키 어려운 말씀입니다. ㅎㅎ
    그리고 채식만 하진 않아요. 물고기류는 먹는편입니다. 저희집이 다식성?집(이거 말되는 거임)인지라... 비건에 가까운 채식주의자도 한명있고 고기 좋아하는 분도 있고 육고기, 견갑류 같은 발달린 짐승 안먹는 사람도 있다보니 밥상이 늘 저 모양입니다. 달랑 세식구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다식성 집이죠.

  • 10. 오후에
    '10.10.26 1:58 PM

    아톰갠디님//애고~ 답글 다는 동안 올리셨네요. 늘 하는 말이지만 밥상만 보시고 남자라는 건 유념치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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