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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채소 값 비싼 요즘 김치담기 - 고구마줄기

| 조회수 : 11,558 | 추천수 : 88
작성일 : 2010-09-15 11:53:02
H씨 “김치 담아야겠어요.”
나  “김치 있잖아.” 대답하니,
H씨 “오래된 김장김치 말고”  
나  “열무김치도 있는데 뭐 하러 또 담아요. 좀 있음 김장할 텐데…….”



H씨 아무 말이 없다.
나와 달리 입맛이 짧은 편인 H씨, 새 김치가 먹고 싶은 모양이다.
작년 김장김치도 아직 한통 넘게 남아 있고 여름에 담은 열무와 물김치도 아직 남아 있는데
새로 김치 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두어 달 뒤엔 김장도 새로 할 텐데
지금 남아 있는 김치 다 먹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더 말하지 않았다.

지겨울 만큼 내리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고
먼데 보이는 산자락과 하늘이 뽀얗게 올라가는 물안개로 이어져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던 어느날 오후,
‘배추와 무 다 물렀으면 안 되는데’ 걱정하며 텃밭에 갔다.

걱정했던 것 보다 배추와 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배춧잎 뒷면에 묻은 흙 털어주고 무 좀 돋아주고 고구마 줄기를 꺾었다.
H씨 고추와 깻잎 갈무리 하는 동안 부지런히 고구마 줄기 꺾었다.
치렁치렁 얽히고설킨 고구마 줄기 들출 때마다 모기 떼 극성을 부렸지만 욕심껏 꺾었다.

반찬거리로 꺾을 때보다 두 배쯤 많은 고구마 줄거리를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까서 소금에 절였다.
풋고추, 붉은 고추도 잡히는 대로 한주먹 씻어 소금 뿌려 두었다.

고구마 줄기로 김치를 담을 거다.
김치냉장고에 묵은 김치 쟁여놓고 새로 김치 담는 건 ‘과하다 싶어’ 반대했지만,
요즘같이 채소 값 비쌀 때 더더욱 아니다 싶었지만
아침저녁 선선해지는 바람에 새김치 당기는 H씨 입맛도 이해된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서 고구마줄기로 김치를 조금 담기로 했다. 밑반찬 준비하듯.

김치랄 것도 없는 양인데 그냥 고춧가루에 다진 마늘이나 넣고 액젓에 무칠까 하다가
‘그래도 김친데’ 하며 한 숟가락 쯤 나오게 밀가루 풀도 쑤고 양파도 갈고 생강가루도 넣어
다시마 우린 물에 양념을 갰다.

소금에 잰 고추는 아직 숨도 죽지 않았지만 물기는 좀 빠졌다.
이만하면 되겠다 싶어 물기 뺀 절인 고구마 줄기와 함께 양념에 넣고 잘 무쳤다.
아삭아삭 씹히는 고구마 줄기와 매운 양념 맛이 싱그럽다. 그런데 좀 짜다.
언제부턴가 냉장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양배추 반토막 얼른 썰어 넣었다.
하루쯤 지나면 간이 맞으리라. 며칠 지나면 고추도 익어 맛이 들 거다.

‘고구마줄기 김치’ 다른 김치처럼 오래 두고 먹을 순 없으나
김치거리 귀하고 비싸지는 장마철부터 가을까지 금방 담아 아쉬운 별미로 즐길 만한 음식이다.







*고구마줄기는 밤고구마, 물고구마, 호박고구마 종류에 따라 색이 다르다.
사진은 밤고구마줄기로 녹색이다. 줄기가 좀 질긴 편이라 음식할 때 껍질을 벗기는 게 좋다.
붉은 자주빛이 도는 물고구마는 상대적으로 연하다. 호박고구마 줄기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은불빛
    '10.9.15 12:04 PM

    고구마줄기 김치 아삭하니 맛있겠네요~

    호박고구마 줄기 안드셔 보셨다니 답글답니다.

    다른 맛은 모르겠구요 껍질이 아주 잘 벗겨져서

    즐겨 먹고 있답니다. 다른 줄기보다 더 통통한듯하구요.

  • 2. candy
    '10.9.15 12:31 PM

    만들어 보고 싶네요.
    고구마줄기는 소금에 안절이고 그냥 생으로 담그나요?

  • 3. 오후에
    '10.9.15 1:18 PM

    작은불빛님//껍질 잘벗겨진다니 호박고구마가 급 반가워지네요 ㅎㅎ. 내년엔 꼭 호박고구마로 심어야할까봅니다.
    캔디님//껍질 벗겨 소금에 절여요. 안절이고 살짝 삶아서 하기도 합니다.

  • 4. 유연
    '10.9.15 4:56 PM

    전남 어느 지역에 가면.
    고구마 줄기 김치가 자주보이던데요

    이게 향토음식.김치중에 하나인가요?
    익산지역에서 반찬공수해다먹은적이있었는데
    그곳은 특이하게도 고구마순 김치가 있더라구요.물론 맛도 넘 좋았구요.........

  • 5. 꿈꾸는천사
    '10.9.15 5:15 PM

    고구마 줄기 김치 저두 참 좋아하는데 ,저는 절이지 않구 살짝 데쳐서 담아요....
    이게 맛이 별맛이 없는듯하면서두 은근히 담백하구 맛있어요...
    결혼해서 시댁가서 배운음식중에서 젤 맛있어요.
    가위로 잘게 잘라서 밥비벼 먹어두 맜있어요.. 은근히 중독성있는 고구마 줄기 김치예요...

  • 6. 마리나
    '10.9.15 5:23 PM

    저는 호박고구마를 심어서..... 그걸 껍질벗겨서 소금물에 절궈서 담궜는데요..
    왜 질기죠? 맛은 있는데 좀 질겨서 먹다 말았어요...
    다음번엔 약간 데쳐서 할까봐요...

  • 7. 우크렐레
    '10.9.15 5:26 PM

    저도 고구마 줄기 김치 담가볼까 했는데
    명절 지내고 담가봐야겠어요 좋은정보네요^^

  • 8. 영이
    '10.9.15 8:12 PM

    저희 엄마는 술 좋아하는 외삼촌들한테 죄다 나눠주셨어요~
    울 아빠나 친가 쪽은 술을 잘 못드셔서...ㅋㅋ
    근데 그러고 났더니 남동생이 술을 좋아한다는..

  • 9. 왕비아짐
    '10.9.15 8:45 PM

    그것도 다 돈 아닌가요?
    애들 밥 먹일 돈은 없어도 저 지# 할 돈은 있나봅니다.

  • 10. 푸우우산
    '10.9.16 1:12 AM

    전라도에서 자주먹는김치에요~얼마나 맛있는지
    어릴적 저김치를 먹을려면 하루종일 고구마껍질을 손가락이 새카맣게 될정도로 깠어요
    몇단이 사오셔서 까라고 시킬땐 엄마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요 ^^
    먹을땐 제일 잘먹었어요~

  • 11. 흙과뿌리
    '10.9.16 7:25 AM

    유기농 김치업체 공급해주고 남은 잔량의 배추가 있습니다.
    이 유기농배추로 현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드릴수도있고,
    배추나 절임 배추도 가능합니다.(※선착순위대로 하겠습니다.)

  • 12. 오후에
    '10.9.16 9:11 AM

    유연님//고구마순, 고구마줄기 같은 말 아닌가요? 호남지방 음식만은 아닌걸로 압니다.
    꿈꾸는천사님//별맛이 없는 듯하면서 은근 담백하다는말씀에 공감. 밥비벼 먹으면 맛나요.
    마리나님//호박고구마가 껍질은 잘벗겨지지만 질긴가보네요...
    우크렐레님//담아보시고 후기 올려주시길...
    영이님//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사람도 먹던데요. 고구마 농사 많이 짓는 곳에선 다 먹지 싶어요.
    왕비아짐//저도 몇년전에 처음 먹어보고 담기시작했죠.
    푸우우산님//몇단씩 사오셔서 까라고 시키는 엄마 정말 원망스럽고 몸은 왜그렇게 비비틀리고 여기저기 가려웠었는지.... ㅎㅎ 지금도 제 엄지손톱 밑이 살짝 까맣습니다.

  • 13. 소년공원
    '10.9.17 1:23 AM

    고구마줄기로 김치도 담그는줄 오늘에야 알았네요.
    맛있어보여요.

  • 14. 예쁜이
    '10.9.30 12:55 PM

    어머 저도지난주에 친정가서 고구마줄기김치담고 고구마줄기로 장아찌도담아왔는데
    장아찌도 넘 맛있어요

  • 15. 독도사랑
    '11.11.17 4:23 PM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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