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쓴 옛 글을 읽는다는 건 지난 일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요즘 간간히 들춰보는 나의 과거 속에서 가족을 새삼 발견한다.
[2004년 05월 05일 00시 49분 20초]
시간상으로 영시 지나 1시이니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가족이란 말이 떠나지 않는다.
가족이라…….
후후~~ 머리 아프군!
가족을 위해 내일 아침은 뭐할지나 생각해야지.
역시 먹는 게 최고 아니겠어.
어린이날이니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걸 해줘야하나? 라면 끓여주면 좋아할 텐데……. ㅋㅋ
밥은 있고, 돈가스 냉동 칸에 지난주에 있었고……. (그동안 안 먹었다면)
생선은 별로고……. 찬밥이니 볶음밥에 돈가스나 구울까?
맞다 버섯 있던데 버섯 덮밥에 돈가스가 좋겠다.
[2004년 05월 06일 06시 39분 12초]
아들이 몹시 피곤해 하고 기운 없어 한다는 말을 며느리에게 들은 어머니,
아들에게 전화해 “이 썩을 놈아, 술 좀 작작 먹고 다녀…….” 욕을 한바가지 퍼붓더니
무슨 버섯에다 홍삼 등등을 넣어 만든 거라며 약을 가져오셨다.
당신 뱃속에 들었을 때 당신께서 황달을 앓은 적이 있어 간이 안 좋을 거라며 “술 먹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사시고 피곤해서 얼굴색이라도 변할라치면 간 검사부터 받아보라며 가슴이 내려앉는 우리집 노인네.
약 받아들며 “열 많아서 삼 안 좋아하는데. 필요 없는데.” 투덜거렸지만 미안했다.
당신도 오랜 당뇨로 고생하시면서 약은 당신께서나 드시지. 아버지나 드리시지. 할머니도 계신데……. 정말 송구했다.
약의 효과와 정성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씀에 처에게 한 번 더 미안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란……. 진맥 잡고 지은 약도 아니고 그저 피로회복제 수준의 약 같은데. ‘너도 같이 먹어라.’ 이러면 오죽 좋을까. 돌아가신 후 처에게 같이 먹자고 했더니 ‘왜 같이 먹느냐’ 한다. ‘당신 건데!’ 이 씁쓸함이란.
아무튼 미안했다.
그래서 약이라고는 소화제도 싫어하지만 부지런히 먹어 빨리 없애버리기로 했다.
[2004년 06월 07일 05시 26분 27초]
“약은 다 먹었냐?”는 어머니 물음에 “예” 하고 얌전하게 대답만 하고 말 것을.
입이 방정이라고 한 달 전 참고 못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먹긴 먹었는데 무슨 진맥잡고 지은 약도 아니고 ‘애미도 같이 먹어라’ 했으면 좋자나”
“꼭 시어머니 티내는 것도 아니고…….”
“왜? 뭐라 하데”
“뭐라 하는 게 아니라……. 듣는 내가 그랬다고 같이 일하는 거고 같이 피곤한 건데…….”
약간의 침묵 후 “참 나! 약 한재 지어줘야 하나보네”
*지난주 있었던 어머니와의 대화였습니다. 약간 후환이 걱정되기도 하고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 아무튼 지난번 같은 옹색함은 없어지겠죠.
[2004년 07월 27일 07시 19분 56초]
무지하게 더운 여름 한줄기 비가 그치고 난 일요일 사골 사다 곰국을 끓였다.
뽀얗게 우러나는 곰국을 보며 문득 ‘나이 50이 넘으면 부인이 곰국 끓일 때가 가장 두렵다는, 사골 국에 전기밥통 밥 알아서 챙겨먹으라며 혼자 여행갈까 봐 두려움에 떨게 된다.’는 우수개 소리가 생각났다. 꼭 내가 곰 국 끓이는 부인 같았다.
“밥은 밥통에 있고 곰국은 전자렌지에 데워서 드세요. 아버지!” 이렇게 말하며 서둘러 훌쩍 내려가 버리는 자식은 아닐까?
늙고 병약한 두 노인 중 한분은 병원에 또 한분은 집에 남겨둔 채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자식들, 그 자식이 끓인 곰국이 이 여름 이열치열의 더위나 식혀 줄 수 있을지.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나는 참 못된 아들이었나 보다
오후에 |
조회수 : 7,201 |
추천수 : 88
작성일 : 2010-08-20 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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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진선미애
'10.8.20 12:22 PM어제 뉴스 인가요? 자신 봉양문제로 왈가불가하는 자식들 얘기를 들으신 노부부
음독후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할머니는 병원에............
자식들에게 베푸는 사랑의 반이라도 양가 부모님께 해드리면 효녀소리들을텐데.....
그래서 전 자식들에게도 기본만 합니다 ^^;;
곰국 사진 없으니 무효인거 아시죠? ㅎㅎ2. 오후에
'10.8.20 1:05 PM진선미애님//그러게요. 돌아가신 후 알게되는게 많네요.
3. 부리
'10.8.20 4:30 PM갑자기 부모님께 전화하고 싶어지네요..
오늘은 안부전화 드려야겠어요..^^4. 가을여인
'10.8.21 5:51 AM아내분 입장을 잘 헤아려 주시는 속 깊은 남편이시네요.
5. 블루
'10.8.21 4:54 PM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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