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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무튼, 어쨌든, 우야 둥둥…….”

| 조회수 : 5,366 | 추천수 : 84
작성일 : 2010-08-17 17:12:08
“뭐 해?”

“그냥 방에 있어”

“친구들은 다 봤어?”

“응, 아빠 어디야?”

“집에 가는 길.”

“어디 갔었어?”

“교보문고, 엄마가 빵이랑 뭐 좀 사오래서 나왔다가 책보고 집에 가는 중이야”
“밤 되니까 서늘하다. 여름 다 갔나보다.”

“응”

“저녁은 먹었니?”

“먹었어.”

“그래 잘 지내고 주말에 보자.”

“어, 아빠도”

“딸!”

“어?”

“아무튼, 어쨌든, 우야 둥둥 규칙적인 생활하라고…….”
“아빠 바램이야.”

“알았어.”

K의 여름 방학이 끝났습니다.
한 달간 지지고 볶던 아이가 없으니 한가한 건지 쓸쓸한 건지 집이 넓어졌습니다.

해질녘 막바지 더위와 습기에 지쳐 찬밥으로 대충 저녁 때우고 멍하니 있는데
“내일 도시락 어떡할래요?” H씨 묻습니다.
“글쎄 도시락 싸긴 밥이 모자랄 것 같은데……. 사먹죠.” 대답하자,
“빵이랑 새싹이랑 좀 사오죠. 샌드위치 싸게.” 합니다.
주섬주섬 챙겨 나오며
“살 것 사고 교보 들려 책좀 보다 올건데 같이 갈래요?” 물었더니,
“힘들어요. 그냥 있을래.” 합니다.

마트 들려 복숭아, 참외, 식빵, 새싹 사고
비닐 봉투에 담아 들고 털레털레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봄에 꽃을 제대로 못 피워 그런지 올 여름 과일 값이 비싸네요.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 들고 의자부터 찾았습니다. 운 좋게 의자와 탁자까지 비어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먼저 커다란 비닐봉투 척하니 의자위에 올려 ‘내 자리다.’ 찜해 놓고 커피 주문하러 갔습니다.

작가 스스로 강남개발사로 얘기한, 충분히 세인들이 알 만한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90년대 백화점 붕괴와 엮어 우리 현대사와 욕망을 이야기 한 소설은 재밌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식은 커피 홀짝거리며 읽던 소설 덮으니 9시가 넘었더군요.
장 본 비닐 봉투 챙겨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에 K에게 전화하고 나눈 대화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같은 공간에 있는 학교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부모 동의 없으면 외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받는 공부와 공간 스트레스가 어떤 건지 익히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몸을 움직일 것과 규칙적인 생활을 늘 당부합니다.
하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 나이에 쉬운 일이 아니죠.
저도 모르는, 어쩔 수 없는 짜증에 군것질을 하거나 MP3로 음악을 듣는 게 더 편하고 낫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리고 ‘졸린 데 어쩌라고, 나도 안 졸고 싶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나처럼 1시에 자서 6시 일어나봐! 매일 매일.’ 하는 아이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부모 마음이라고 ‘아무튼, 어쨌든, 우야 둥둥’이란 말로 얼버무려 한 없이 식상하고 정말 꼰대같은 당부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짜증내지 않고 ‘알았다’ 순하게 대답해준 아이가 고맙습니다.

사실 정작하고 싶었던 얘기는 ‘책 좀 읽어라.’였습니다. 문제 풀고 수행평가용 책 읽기 말고 하루 30분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못하고 짐 챙길 때 슬그머니 ‘읽을 책’이라며 챙겨주는 걸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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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숙사 짐 챙기는 어제 점심 해준 크림소스파스타입니다.
고구마줄기와 호박볶음 크림소스파스타입니다.

올리브유 두른 팬에 고구마 줄기 볶다가 호박은 나중에 붉은 고추와 넣었습니다. 호박과 고추가 너무 익으면 물러지고 씹는 맛이 덜할 것 같아 조금 덜 익힌다는 기분으로 볶았습니다. 간은 소금으로 했고요.

크림소스 만들고 삶은 스파게티 면과 섞은 후 따로 볶은 고구마줄기 호박 붉은 고추 얹은 다음 후추 좀 부렸습니다.


#2


‘엉성한 애정 한 접시’쯤 되려나.
본래는 이쁘게 장식해 보려 했는데 맘처럼 되지 않은 일요일 저녁

감자는 좀 두껍게 잘라 굽고 두 주걱쯤 남은 찬밥은 토마토와 함께 볶았다.
감자 위에 대파와 팽이 버섯 넣은 크림소스 되직하게 만들어 뿌리고 풋고추 큼지막하게 잘라 팽이버섯 한주먹쯤과 구워 팽이버섯엔 발사믹식초 살짝 뿌렸다.

‘구운 감자나 버섯은 맛있는데 토마토 볶음밥은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평을 들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백세만세
    '10.8.17 5:24 PM

    강남몽 읽으셨군요.
    저도 요근래 읽었는데 국가대표 작가 황석영씨가 쓴 작품으로는 기대에 못미친다고 생각했는데
    오후님 느낌은 어떠신지...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 모양이네요. 저희 아이도 기숙사에 있는데 어쩜 제가 하고 싶은 얘기, 우리 애가 하는 얘기를 그대로 쓰셨네요.
    음식 구경도 잘했습니다.

  • 2. 서초댁
    '10.8.17 9:19 PM

    저희딸이랑 같은 학교던데..
    어제 입소는 잘했나요? 방 추첨은 원하던 대로 되었는지...

    우리 애는 고3이라...방을 그대로 쓰지만 1,2학년은 방때문에 소란스럽더군요.

    얼마전 저도 강남몽 읽으며 재밌기도 지루하기도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 3. 단조
    '10.8.17 9:24 PM

    우야둥둥 =====>>>> 우야든동......
    우린 이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요.. ( 경상북도 영천식 발음 )

  • 4. 변인주
    '10.8.18 2:33 PM

    진솔한 수필 한편을 읽는 듯....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나에게 전하고 싶은말을 알아들을땐 이미 부모님이 계시지가 않더라고요........
    왜 일찍 철이 나질 못할까요?
    맘 속에 계신 부모님께 이제야 절절히 감사하는맘으로 살고 있네요.

  • 5. 보헤미안
    '10.8.18 4:48 PM

    저희도 "우야든동" ㅋㅋㅋ

    임신 초기인데 음식이 너무 먹기싫어 죽겠어요.
    오후에님 글 제목보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우야든동 잘 묵어야한다" 라고 하실것 같아서 뭣 좀 챙겨 먹어야겠네요 ^^;;;

  • 6. 오후에
    '10.8.19 11:05 AM

    백세만세님, 서초댁님//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다들 비슷한가봅니다. 강남몽에 대한 느낌도 그렇고요.
    변인주님// 그러게요 부모님 말씀 알아듣고 새길 때쯤 되니 안계시더군요.
    단조님//우야든동~ 오랜만에 듣는 소리내요. 울산 산적이 있어 그 소리 아주 익숙합니다.
    보헤미안님//울집도 K 가졌을때 H씨 입덧이 심해 고생했는데 그 때 생각에 제가 다 심란해집니다.
    보헤미안님 "우야든동 잘 묵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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