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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요리책 독후감 그리고 동생의 오이지

| 조회수 : 5,928 | 추천수 : 89
작성일 : 2010-07-13 16:00:01
#1
처음으로 요리책을 샀다.
그리고 화려한 사진만큼이나 놀랐다.

오일이며 식초며 향신료에 각종 소스까지 듣도 보도 못한 양념류가 그리 많은지,
누군가 손에 쥐어 줘도 ‘이게 그건가?’ 하겠더라.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감식초, 맛간장, 햇수도 잊은 조선간장 반병,
배 즙, 고춧가루, 들깨, 소금, 함초, 설탕, 후추, 강황 정도가 맛을 더하는 양념류로 더 있고
냉장고에 들어 있는 다진 마늘, 마요네즈, 케첩, 채식조미료
이 정도면 우리 집도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을 것 다 있다 생각했는데
와우~ 요리책대로라면 나는 뱁새다.

식재료와 주방기구에선 절망했다.
일단 베이킹 기구가 전무하다. 소개되는 레시피 대부분이 고기나 어류가 들어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고기요리가 많았으나,
애초에 채식 요리책을 산 게 아니니 ‘요리 아이템 구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재밌게 봤다.

그리고 요리책을 덮으며 독후감을 썼다.

“설탕은 왜 이렇게 많이 넣는 거야,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네.”
그래도 K를 위한 아이템 몇 가지는 얻었다.


#2


여동생이 처음으로 오이지를 담았다고 가져왔다.
“잘 못하면 무르고 이상해진다 해서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무지 짜.”
“물에 한 참 담갔다 먹어, 그래도 짤지 몰라.” 라며 놓고 간 오이지다.
어머니 계셨다면 친정엄마에게 가져가 자랑도 하고 잔소리도 들었을지 모를 녀석의 오이지다.

“오이지가 잘 못 될게 뭐 있어 그냥 짭짤하게 담으면 되지.”하며 심상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래도 짜다 하니 전날 잠자리 들기 전에 물에 담가 두었다.

다음날 아침, 물에 담가 둔 오이지 꺼내 썰고 면보에 담아 꼭꼭 짠 후 들기름과 고춧가루, 파를 넣고 무쳤다.
맛을 보니 쓴 맛이 돌 만큼 짜다. 녀석이 짜다고 신신당부했던 이유를 알겠다.
아무튼 짠 맛을 좀 감춰 보려고 식초를 넣고 다시 무쳤다. 좀 낫다. 대신 오이지 질감이 좀 질척하다.
다음엔 파를 많이 넣고 고추나 양파 같은 것도 다져 넣고 무쳐야겠다.



애호박이라기엔 너무 큰 호박 반 덩이 자르고 가지도 두 개 어슷썰어 호박전과 가지전으로 차린 아침상이다.
전 부치고 남은 계란 물 부침도 했다. 뭐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비록 맛은 없지만.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앙칼진마눌
    '10.7.13 4:06 PM

    ㅋㅋㅋ 설탕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네요
    저도 단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레시피에 나온 설탕량은 딱 절반으로 줄이거나 3/4만 사용하는지라...참 사람들이 단맛을 좋아하는구나 싶어요
    오이지...ㅜ.ㅜ
    얼마전에 한접을 버린 아줌마로서 동생분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한접해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자매들 나눠주고 좀 모자라서 다시 한접을 했는데
    앞베란다가 덥고 비가 며칠 내려서 후덥지근했을 날씨 계산을 못했는지 물러버려서
    한접에서 딱8개 건졌습니다 ㅜ,.ㅡ
    이래서 사람은 죽을때까지 배워야 된다고 하는건가봅니다

  • 2. 토마토
    '10.7.13 8:37 PM

    요리책 독후감..공감해요.
    양념사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음식 너무 달아요...
    한국에선 양식까지 달게 하더라고요....
    원래 한국음식은 안그랬더랬는데..

  • 3. 보라돌이맘
    '10.7.13 10:16 PM

    오라버니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참 예쁘시네요.
    다들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런 작은 성의를 잊고 살기가...더 쉬우니까요...^^

  • 4. 사그루
    '10.7.14 12:15 AM

    오후에님이 만드시는 요리들은 왠지 재료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아서 저런 요리책에 쓰인것보다 훨씬 맛있을것 같아요.
    옛날엔 달콤짭짤새콤 이런거 좋아했는데
    자꾸 음식을 하고 맛보다보니 양념은 적게 사용하는게 풍미도 살고 좋아지네요.
    k양을 위한 아이템이 뭔지 궁금하네요. 다음 게시글 기다리고 있을래요~^_^

  • 5. 오후에
    '10.7.14 9:29 AM

    앙칼진마눌님//설탕에 관해선 참 할 말 많죠. ㅎㅎ

    토마토님//독후감 공감해주시니 감사. 그 많은 양념을 보며 참 다양하고 많은 맛을 사람들이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식이 달아지는 건 고기든 음식이 늘어난 것 같은 경향인가 봅니다. 음식도 변하는 거니가요. 사랑만 변하는게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

    보라돌이맘님//일단 댓글에 영광. 오이지 무치며 잠깐 아주 잠깐 동생에게 친정이 없구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무래도 엄마 없는 친정은 친정이라 하기엔... 그저 저 바쁜것만 아는 오빠만 있으니. 그래서 녀석이 좀 안쓰러웠어요. ㅠ.ㅠ

    사그루님//실제 요리책보다 맛은 없구요.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이 있지요.

  • 6. 독도사랑
    '11.11.18 8:09 AM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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