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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다음 생(生)에도…….

| 조회수 : 8,961 | 추천수 : 220
작성일 : 2010-05-28 11:02:48
YJ “ 안 만나! 다음 생엔 나 보다 좋은 사람 만나야지.”   “왜냐면 지금도 너무 과분한 사람이거든, 근데 내가 또 살자 이러면 도둑놈이자나.”
주변 사람들 “오~ 알긴 아네”

IS “다시 만날거야. 내가 싫다고 하면 아마 집사람이 싫어할 걸.”

SC “난 무조건 만나야 돼, 그래야 와이프 덕분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거 같아.”

CS “내가 이렇게 같이 다니는 건, 바꾸지 않겠다는 내 마음이지. 이생이든 내생이든 네버~” “당신은 어때?”
좌중의 최고 선배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CS는 퇴근이후 있는 이런저런 모임과 술자리에 항상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는 참 묘한 커플이다.

오후에 “일단 다시 태어나지 않고 싶고, 굳이 태어나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 없고, 누군가 만나 결혼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이겠지.” “왜냐면 억울해. 첫사랑하고 결혼했는데 다음 생에도 같은 사람? 노 땡큐!”

작은 술자리가 있었다. 동년배 선배들이 섞인.
취향에 따라 소주와 막걸리 잔이 돌고 나이가 나이다 보니 화제는 단연 건강이었다. '한 손엔 술잔, 또 다른 한 손엔 담배, 입으론 건강!' 좀 웃기는 풍경이지만 현실이다.

그렇게 건강 얘기가 가족들 얘기로 옮겨지고 어쩌다 “다음 생애도 다시 만나겠냐?”는 누군가의 작은 물음에 동시에 “응”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고 “이거 재미있네. 왜?”라는 질문에 돌아가며 한 대답이었다. 반술 된 4~50대 아저씨들이 둘러앉아 왁자지껄 떠드는데, 그것도  진지하게 돌아가며 제 생각을 말하는데, 주제가 ‘다시 태어나도 마누라랑…….’이 좀 유치하고 우스웠는지 주인아저씨, 아줌마 빙그레 웃기만 하더라.

그렇게 기분 좋게 취한 술자리 끝나자 부부 동반한 선배는 형수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떠났다. 그 부부 마냥 부러운 나머지는 편의점 앞에 아이스크림 하나 씩 물고 앉아 대리운전 기다렸다.

이번 주는 내리 술이다. 월화수목 술이 술술술~ 넘어갔다. 좀 늦게까지 그것도 막걸리를 먹어서인지 아침 생각이 별로다. 그냥 차나 한잔 마실까 하다, ‘괜히 출근해서 배고파지면 라면 먹게 될 것 같아’ 뭘 좀 먹기로 했다. 시원한 김치국밥이나 할까하고 냉장고 열었는데 밥이 없다. 밥 새로 하자니 금요일이다. 대전과 분당을 오가며 독립생활을 하는 내게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아침 밥하기는 금기다. 주말 이틀 동안 대전 집을 비워야 하기에.

진한 댓잎 차에 달걀후라이로 아침을 대신했다.
한라산 조릿대로 만들었다는 댓잎 티백 두 개나 넣어 우려낸 차 맛이 전날 술기운을 몰아내는 듯하다. 술기운 물러나며 떠오른 어제의 이야기, 그냥 ‘다 그런 거지!’ 하며 습관처럼 살아도 자신이 못하는 부분, 고마운 것, 나름의 사랑들을 가슴에 담고 사나보다.

곡기 없이 단백질 덩어리만 밀어 넣은 탓인지 몹시 배고프다.  
빨리 점심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늦은 속 풀이 해장국이라도 사 먹어야겠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앙
    '10.5.28 11:12 AM

    어제 곡차를 마신 탓인지 저도 오늘 오전이 마이 기~~~~인것 같네요. 어쩌다 마신 곡차 이지만 술은 안마시는게 좋아를 외치면서 점심 시간을 기다려 봅니다.

  • 2. 프리
    '10.5.28 11:21 AM

    늘 소박한 일상들을 아름답게 담으시는 오후에님의 글 잘 보고 있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3. 자취남
    '10.5.28 11:24 AM

    정갈한 음식만큼이나 정갈한 글솜씨 덕분에 즐겨 보고 있습니다.
    자취남이 살림남이 되려면 갈길이 멀군요 형님.

  • 4. 영이
    '10.5.28 11:24 AM

    하하.. 탁자에 관심있는 저는, 사진보자마자.."어.. 식탁이 바뀌었네?" 했다는...ㅋ
    여긴 대전집이라서....? ^^
    오후에님 글, 잔잔해서 좋아요~~

  • 5. 오후에
    '10.5.28 1:05 PM

    "오전 참 기네요." 홍앙님, 프리님도 편안한 하루 되세요. 자취님 요리사진보고 부러웠습니다.
    탁자에 관심 넘 많으신 영이님! 마자요 대전집... 저거 신혼때부터 쓰는 아주 오래된거라는.. 점심들 즐겁게 드세요.

  • 6. 사과나무
    '10.5.28 2:15 PM

    저기요.....
    오후에 님....
    혹시 직업을 여쭤봐도 될런지요....
    글솜씨와 분위기가 너무 잘어울려 심히 궁금합니다..

  • 7. 보니타
    '10.5.29 3:01 AM

    오후에님 글을 읽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사과나무님께서 직업을 여쭈어 보셨는데 저도 사실 궁금했었거든요. ^^
    감히 알아맞춰보라고 하신다면 ...음 선생님..
    그것도 국어 선생님 아니면 공무원이실까요..??
    궁금하게 생각하는건 그만큼 관심이 있어서 그런것이니 기분 안 언잖았셨으면 합니다.
    제가 해외 살다보니 말 한마디에도 좀 조심스럽다곤 할까요..

    아무튼 잔잔하고 훈훈한 글 잘 봤읍니다.
    대전집 식탁도 운치가 있어 보기 좋아요.^^

  • 8. whitecat
    '10.5.29 4:49 AM

    아이고... 댓글 읽다 푸하, 웃고 댓글 하나 얹습니다.
    82 키톡에서 드디어 '형님' 소리까지 보고... 제가 82질을 너무 오래 했나 봅니다. ㅎㅎㅎ
    재미있어요, 참 재미있어서 웃은 거니까 불쾌해하진 말아 주세요^^

    저도 글 올리고 싶은데 요즘 블로그가 영 말썽인 데다(사진 올리다 보면 꺼져요,
    저장 하나도 안 되고 ㅠㅠ)
    개인적인 일도 많고 해서 무거운 마음에 키톡에 자주 오지도 못하게 되네요. 에효.

    아, 어쨌든 결론은 오후에님의 글이 참 좋다는 것. ^^
    이런 글 읽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9. 쎄뇨라팍
    '10.5.31 10:40 AM

    ^^

    저도 오후님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마도 저랑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은데..
    중년의 멋을 가득 품고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므흣하네요
    저도 애들 둘 모두 유학을 보내놓고 거의 매일밤을 와인과 벗 삼고있지요
    그래서 출근한 저도 해장하고픈 심경에 백배공감갑니다
    저는 요즘 구수한 메밀차에 빠져있지요
    꼭 누룽지 물 우려낸거 같아 속을 편안케 해 줍니다

    이번 한 주도 우리 화이팅하시자구요^^!~

  • 10. 오후에
    '10.5.31 4:17 PM

    ㅎㅎ 글과 실제는 많이 다르답니다. 암튼 글에 공감해주신 건 백배 드립니다.
    제 직업을 물으시니... 그냥 직장입니다. 교사, 공무원 이런것과는 거리가 멀고요
    私기업에서 밥벌이 합니다. 글쓰기나 사진찍기, 음식과도 관계없는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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