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그래 니가 부처다

| 조회수 : 7,200 | 추천수 : 166
작성일 : 2010-05-22 02:21:07
‘부처님 오신 날’에다 연휴고 날도 좋으니 나들이 가기 딱~이다.
많지도 않은 세 식구인데도 뭐가 그리 바쁜지 올 봄엔 나들이 한번 못 갔다.
본래 1박 2일 가벼운 여행계획을 잡았으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따님 갑자기 친구들 만나러 대전가시겠단다.

덕분에 3일 연휴 계획은 배배 꼬이고 말았다.
월 초 전화가 왔었다. “연휴에 뭐하냐?”며 별일 없으면 산에 가자고…….
순간, 지리산을 떠올리며 심장이 마구 뛰었으나
모진 맘먹고 “가볍게 가까운 관악산이나 청계산 갔다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물론 가족 나들이 계획이 있음을 이실직고 하고 가능하면 일요일쯤 가자고 했다.
그렇게 내 사정이 반영돼, 몇몇 친구들과 일요일 청계산을 가기로 했는데
따님이 친구들과 1박 2일 노시겠단다. ‘이구!’ 가슴을 칠 일이다.

“괜히 바꿨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지리산이나 갈걸.”
“주말에도 학원가는 거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걸, 괜히 걱정했어!”
정말 나도 어깨 들썩이며 이렇게 징징대고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잘 갔다 오라.’ 할 밖에.

‘그래! ‘감옥 같아 답답하다던 그 기숙사 벗어나 학원도 아니 가고 집에도 오지 않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잘못은 아니지.’ ‘밤새수다 떨며, 군것질로 배 채우는 걸 언제 또 해보겠니.’
‘그 답답한 학교, 입시경쟁에도 여전히 푸른 니들이 고맙고 니들이 부처다’
‘부처님 오신 날, 니들이 쉬어야지 누가 쉬겠니.’ 이렇게 맘 고쳐먹고 “재밌게 놀다 오라.” 했다.

아이와 나들이 계획이 무산된 연휴 첫날, 딱히 할 일도 없고 텃밭 일이나 할 밖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 시금치 뽑고 고구마 밭 만들었다. 시금치와 같이 뿌려둔 상추까지 소출이 너무 많다.
이집 저집 나눠주고 먹어 치우는 것도 일이다.
시금치 다듬고 삶아 갈무리 까지 마치니 늦은 점심이다.


예전엔 뭘 다듬는다거나 명절 때 쭈그리고 앉아 송편 만들고 전을 부치는 것 같은 일을 못했었다.
허리도 아프고 눈도 튀어 나올 것 같고 괜히 손목도 아프고 좀이 쑤셔 안절부절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치 거리를 다듬거나 고구마줄기 껍질 벗기기 같은 일이 그럭저럭 되기 시작했다.
특별히 참을성이 늘은 것 같진 않은데 ‘나이 먹을수록 배고픈 것 빼곤 세상사 다 견딜 만하다.’더니 신통하게 그리되더라.

아침 먹고 나간 텃밭일이 끝나니 허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급히 시금치 한주먹 넣고 된장찌갠지 시금치 지짐인 모를 것 하나 끓였다.
찬밥에 상추 여린 잎 쭉쭉 찢어 넣고 커다란 양푼에 고추장으로 비볐다.
지난 주말 담은 열무 물김치와 양푼 째 놓고 부부 마주앉아 그렇게 늦은 점심 먹었다.

‘내일은 고구마 심으면 되겠다.’ 맘먹고 있는데
“일요일 비가 꽤 온다는데 등산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라는 친구 녀석 문자가 왔다.
행여 가족끼리 있는데 방해 될까 싶어서 문자 보낸 듯하다. 순간 또 심사가 곱지 않다.
차마 딸내미 혼자 놀러가 집에 있다는 말은 못하고
“비 맞고 좀 걷는 것도 좋지, 힘들면 밑에서 막걸리나 먹자.”고 답장하고 말았다.



열무물김치, 돈나물은 따로 씻어 두고 이렇게 뚝배기에  꺼내 먹을때마다 한주먹씩 넣는다.
잘 익은 김치신맛과 시원함과는 다른 상큼함을 돈나물이 보태서 좋다.
고구마 심고 비오면 고구마 뿌리는 잘 내리겠다.
내일은 지난주 솎고 남은 열무 마저 뽑아 김치도 담고 고구마도 심어야겠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솔
    '10.5.22 4:36 AM

    ‘나이 먹을수록 배고픈 것 빼곤 세상사 다 견딜 만하다.’
    격하게 동감,동감^^

    아래 물김치...시원, 상큼...침 넘어가네요.
    관악산 이야기 하시는 것 보아하니
    집도 서로 가까운듯 한데...한 그릇 얻어러...

  • 2. 철이댁
    '10.5.22 8:09 AM

    ‘나이 먹을수록 배고픈 것 빼곤 세상사 다 견딜 만하다.’
    격하게 동감,동감 2222222222222222 *^^*

    저도 돈나물 씻어놓은거 있는데 열무물김치 먹을때 넣어서 먹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담글때는 짭잘하다 싶었던 열무물김치가 어제 먹어보니 심하게 싱겁더라구요.
    그래서 소금을 왕창 넣었는데 어찌 됐을지...맛보기가 겁난다는..ㅎㅎ

  • 3. 열무김치
    '10.5.22 10:11 AM

    돈나물 고명 들어간 열무김치가 아주 맛나 보입니다. 습습....
    따님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얼렁 지나가기를 빌어드립니다 ^^

  • 4. 초록하늘
    '10.5.22 2:37 PM

    쓱쓱 비벼놓은 밥이 추릅...
    "나이 먹을수록 배고픈 것 빼곤 세상사 다 견딜 만하다."
    격하게 동감!!! 33333333333

  • 5. Xena
    '10.5.22 3:51 PM

    ‘나이 먹을수록 배고픈 것 빼곤 세상사 다 견딜 만하다.’
    격하게 동감,동감 (4)
    참... 난 아니야라고 외면하고 싶은데
    사실이 그러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 돗나물 넣은 열무김치 국물에 국수 말아 후루룩 먹고 싶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89 간장 된장은 익어가고 3 인왕산 2026.07.03 1,236 3
41188 6월 밥상 6 백야행 2026.07.01 3,008 2
41187 복숭아 오픈 샌드위치 만들어보아요. 15 챌시 2026.06.27 4,094 2
41186 사먹은 음식들이예요 - ♡ 14 beantown 2026.06.24 4,986 3
41185 대전 두부두루치기 소개 드려요 ! 30 챌시 2026.06.11 7,249 3
41184 미국의 졸업 시즌 21 소년공원 2026.06.08 7,633 4
41183 올봄 대전 탐방기+양상추 볶음밥 10 hoshidsh 2026.06.06 5,786 3
41182 약속했던 파이 사진들 6 고독은 나의 힘 2026.06.03 6,203 5
41181 196차 봉사후기) 2026년 5월 불낙전골, 낙지미나리전,그리.. 7 행복나눔미소 2026.06.01 3,626 5
41180 오랜만에 왔어요 8 juju 2026.05.31 4,440 2
41179 아침은먹었나요? 10 하얀쌀밥 2026.05.25 7,142 3
41178 마늘쫑파스타 5 점점 2026.05.16 7,969 4
41177 떡복이 맛있게 먹는 법 2_사진 15 챌시 2026.05.15 7,742 6
41176 제가 떡볶이 맛있게 먹는법 14 챌시 2026.05.12 8,814 3
41175 195차 봉사후기) 2026년 4월 비빔밥과 벌집삼겹살구이, 문.. 5 행복나눔미소 2026.05.06 5,697 8
41174 오월, 참 좋은 계절. 7 진현 2026.05.05 6,543 3
41173 가죽과 마늘쫑 6 이호례 2026.05.01 6,302 4
41172 보릿고개 밥상...^^ 16 은하수5195 2026.04.20 10,420 3
41171 4월의 제주와 쿠킹클래스 15 르플로스 2026.04.20 7,593 2
41170 봄나물 밥상 14 싱아 2026.04.17 7,494 3
41169 우리도 먹세 5 이호례 2026.04.17 6,077 3
41168 솔이생일 & 아들래미도시락 11 솔이엄마 2026.04.12 9,949 6
41167 저도 있는 사진 억지로 탈탈 !! 22 주니엄마 2026.04.11 6,559 4
41166 탈탈 털어온 음식 사진 및 근황 :-) 63 소년공원 2026.04.08 11,250 2
41165 뉴욕에서 발견한 미스터션샤인 글로리호텔 26 쑥과마눌 2026.04.03 10,167 8
41164 친구들과 운남여행 44 차이윈 2026.03.28 10,445 6
41163 194차 봉사후기) 2026년 3월 감자탕과 쑥전, 감자오징어샐.. 9 행복나눔미소 2026.03.25 8,442 9
41162 몬트리올 여행 17 Alison 2026.03.21 8,763 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