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래뵈도 '김장'이랍니다-

| 조회수 : 6,406 | 추천수 : 60
작성일 : 2009-12-11 02:23:37
워낙 아무거나 잘 먹어서 유학생활하면서도 한식은 거의 안/못해요.
재료도 재료지만 혼자 살고 먹기에 시간 (사실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한국음식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한국음식 먹으러 가자고 하면 맛은 둘째치고
그 허무맹랑한 가격에 정말 눈물을 흘리며 먹죠.

그런데 새로 이사온 집 친구가 한국 음식, 특히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한 번 만들어 줄 수 없냐고
그 큰 눈을 껌뻑이며 애원하는데 차마 '안 돼!'하고 뿌리칠 수가 없더라구요.

이 친구는 제가 한국음식의 대가인줄 알아요.
대충 간장이랑 뭐랑 사용해서 한국음식이라고 둘러댄 것이 제 무덤을 판 거죠.
문제는 요리하는 것은 좋아해도 김치는 만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 날부터 인터넷 검색만 몇 시간, 갖가지 방법을 읽고 재료를 구입하고,
떨리지만 안 떨리는 척,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라고 시작했어요.

배추를 절여 놓고 커피 한 잔 하러 나갔는데 세상에! 배추 절이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룰루랄라 놀은 거예요
두 시간만 나갔다 오자 한 것이 네 시간이 지나 들어왔어요...
속은 아, 이런 피같은 배추...하고 타들어갔지만 일말의 자존심에 멀쩡한 척, 떨리는 마음으로 배추를 마주했죠.
사실 '부러지지 않을 정도도 휘어지게' 절여져야 한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몰랐는데
이 배춧잎들이 정말 휙휙 휘어지는 거예요!
이런 걸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았다고 하나요? (맞는 표현인가요?)

어쨌건 이 밖에도 가슴 철렁한 몇 번 순간을 보내고 만든 김치랍니다.
통도 없어서 집에 있던 피클병에 넣었어요.
그 옆에 기다란 통에 있는 것은 김치 양념이 맛있다는 소리에 이성을 상실하고
무로도 김치 만들 수 있어! 큰소리치고 울면서 만든 깍두기에요.
둘 다 채식 김치인데 제가 먹어봐도 맛있더라구요 (그 난리쳤는데 맛 없으면 절망인거죠)

그래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마치 김장을 한 듯한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집에 말씀드렸더니 '장하다!' 하시더니 곧바로 '너도 나이 먹는구나'하시네요. 그런거죠 뭐...
웃었지만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김장하고 장 담그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 코 끝이 찡했어요.
엄마, 부모님... 이란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핑도는 것을 보니 정말 나이 먹나봐요...
전에 엄마가 김장하고 연탄 들여 놓으면 마음이 든든했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요.  
저는 나이는 먹어도 철은 여전히 천천히 드네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침 햇살
    '09.12.11 9:44 AM

    정말 장하시네여...
    글구 김치도 너무 맛있어 보여요...
    멀리 외국에서 김장 하느라 고생하셨네여.

  • 2. 윤주
    '09.12.11 10:04 AM

    기특하고 기특하네요.
    한참은 반찬걱정 없을듯....^^

  • 3. 영광이네
    '09.12.11 10:39 AM

    아우 맛나 보입니다.ㅎㅎㅎ

  • 4. 매발톱
    '09.12.11 6:22 PM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간만에 실컷 웃었습니다.
    "장하다!" 란 말씀에...ㅎㅎㅎ
    저도 첫 김치 담글 때 그 떨림이란... 어휴... ^^
    정말 뿌듯하지요.
    이제 어쩌지요? 한식의 대가를 넘어서 김치명인 소리를 들을지도..ㅎㅎㅎㅎ

  • 5. sparky
    '09.12.11 7:55 PM

    재밌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소엔 김치를 안 먹는데도 만들어 놓으니 정말 든든/뿌듯하네요.
    그런데 제 룸메이트가 앞에 작은 병을 벌써 다 먹어서
    노력대비 성과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외국인이 한국 음식, 더군다나 김치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요.

    김치명인에 도전하기 전에 팔뚝 근력 강화를 하거나
    도깨비방망이를 구입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양파 및 모든 야채를 작은 강판에 갈다보니 아직도 어깨가 아파요, 흑.

    좋은 하루, 좋은 주말 보내세요~

  • 6. 러브리맘
    '09.12.13 3:36 PM

    김치를 보니, 거의 15년전 파리의 원룸에서 울고 지내던 내 젊은 날이 생각나네요...
    토종이라 음식이 안맞아서 난민처럼 말라갈때, 고수 유학생이 알려줬던 김치...
    중국 김치에 국물까지 부어가며 만들었던 짜가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신나서 김치볶음밥, 김치주물럭 만들어 먹다가 아파트에서 냄새피운다고 쫒겨날뻔 했었죠...ㅠㅠ
    힘들고 고독한 생활이시겠지만, 우째돼든 열심히 공부하셔서 꼭 성공하시길...화이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59 절에서 먹은 밥 시리즈 올려봅니다 6 써니 2026.02.09 3,010 1
41158 베트남 다녀오고 쌀국수에 미친자가 되어버린 18 솔이엄마 2026.02.04 6,128 5
41157 192차 봉사후기) 2026년 1월 석화찜과 한우스테이크, 우렁.. 7 행복나눔미소 2026.01.28 5,157 5
41156 강제 디지털 디톡스... 를 준비중입니다 ㅠ.ㅠ 25 소년공원 2026.01.25 9,817 4
41155 돼지껍질 묵 만들어 봤습니다 20 주니엄마 2026.01.21 4,958 3
41154 안녕하세요, 자스민 딸입니다. (결혼식 감사인사) 41 jasminson 2026.01.17 8,674 11
41153 혼자먹는 저녁 소개 17 챌시 2026.01.15 8,849 3
41152 191차 봉사후기 ) 2025년 12월 소불고기전골과 달걀말이 7 행복나눔미소 2026.01.09 5,648 6
41151 굴 꽈리고추 알아히오 19 챌시 2026.01.07 7,092 3
41150 30 그리고 60 19 주니엄마 2026.01.06 7,491 2
41149 콩장만들어보기 7 박다윤 2026.01.06 4,386 4
41148 82님들 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6 진현 2026.01.01 8,683 4
41147 딸과 사위를 위한 한식 생일상 42 에스더 2025.12.30 11,617 6
41146 챌시네소식 27 챌시 2025.12.28 6,186 2
41145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 -82쿡 이모들의 결혼식 출동 후기 .. 36 발상의 전환 2025.12.21 15,030 24
41144 은하수 ㅡ 내인생의 화양연화 19 은하수 2025.12.20 6,959 4
41143 미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이어트 기록 22 소년공원 2025.12.18 7,246 4
41142 올해김장은~ 16 복남이네 2025.12.17 6,453 5
41141 토마토스프 5 남쪽나라 2025.12.16 5,002 2
41140 솥밥 3 남쪽나라 2025.12.14 6,802 3
41139 김장때 8 박다윤 2025.12.11 7,733 3
41138 밀린 빵 사진 등 10 고독은 나의 힘 2025.12.10 7,270 3
41137 리버티 백화점에서.. 14 살구버찌 2025.12.09 7,147 5
41136 190차 봉사후기 ) 2025년 11월 갈비3종과 새우토마토달걀.. 6 행복나눔미소 2025.12.08 3,783 5
41135 케데헌과 함께 했던 명왕중학교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 24 소년공원 2025.12.06 8,424 6
41134 멸치톳솥밥 그리고,…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 24 챌시 2025.12.04 7,160 5
41133 남해서 얻어온거 11 박다윤 2025.12.03 7,503 5
41132 딸의 다이어트 한 끼 식사 16 살구버찌 2025.12.01 10,175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