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되돌아보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음식이 왜 그리도 싫었던지..
그런데 입이 짧은 제 큰아들넘이 그음식을 잘먹더군요..
이름하여 갱시기와 손칼국수...
겨울이 되면 외할머니께선 자주 하시어 제인상을 찌푸리게 하셨답니다.
먼저 쌀을 불려놓고.
시루에 키운 콩나물과 수제비반죽.
그리고 잘익은 김장김치.
구수한 멸치육수.
멸치육수에 콩나물과 김장김치를 송송썰어넣고
한솎음 끓이면 불린쌀을 넣고 푹 퍼지게 끓인답니다.
여기에 수제비반죽한것을 뚜걱뚜걱 떼어넣곤
걸죽하게 끓여낸것이 갱시기랍니다.
그리고 또하나 손칼국수..
콩가루를 섞은 밀가루반죽을 널다란 목판위에 올려놓고 밀대로 밀어
칼국수를 만드시던 외할머니..
그칼국수를 어찌 그리도 간격이 일정하고 이쁘던지..
끓는 맹물에 푹삻아 그국수위에다
양념한 조선간장을 한숟갈 얹어 그냥 먹는답니다.
지금 그음식을 생각하면 친정외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생각나서
아들넘 부탁으로 할양이면 상념에 젖어든답니다.
못된 아들땜시 본의아니게 딸네집에 얹혀사시던 외할머니..
소년과부가 되어 재가하셨다 그 남편마저 먼저보내신분
그것이 죄가 되어 아들한테 온갖 구박받으면서 사시다가
맘좋은 제친정아버지가 모시고 살았지만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던가...
말년에 당뇨합병증으로 두눈이 실명하셔도 여전히 칼국수는 솜씨있게 만드셨고
이불호청 한치 틀림없이 반듯하게 꿔메시던 외할머니..
그못된 아들 먼저보내시고 기일만 되면 대문앞에 저승사자밥이라던가?
정성스럽게 놓아주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나는군요.
그 갱시기를 생각나게 하는 겨울이 다가옵니다.
평생을 배곯고,눈치밥으로 사시던 외할머니.돌아가신후도 제삿밥도 못받으시는 외할머니.
올 기일에는 절에라도 다녀와야겠군요.
내 늙어가니 그외할머니가 더욱더 생각납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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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 |
조회수 : 3,039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6-10-14 23: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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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돼지용
'06.10.15 9:21 AM모든 재료를 다 넣을 수 있는 음식이죠.
만두도, 오뎅도, 라면 부스러기도, 떡도, 콩나물도, 고기 조각도,
암튼 재활용음식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제 계절이 돌아오고 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해 먹습니다.
아침에 한 그릇씩 먹으면
온 몸이 따뜻해지고, 속이 든든하지요.
나가는 식구들도, 내 보내는 저도 흐뭇합니다.
원글님 할머니와 저는 나이 차가 대단할 듯 한데
음식으로는 통하고 있네요.
그 느낌이 따뜻합니다.2. 영영
'06.10.15 11:45 AM저도 나이차 꽤 있는데
갱시기....
죽도 아닌것이 밥도 아닌것이 저도 어렸을때 가난한편이라
갱시기 무척 싫어 해서요 결혼한 지금 남편이 겨울에 따뜻한 갱시기
무척 좋아라 해서 가끔 해 먹어요 떡국떡 몇개 넣고 콩나물 시큼한 김치 에
찬밥 조금 넣고 멸치육수넣어 한소큼 끓어 먹는 간단하고 따끈한 음식이지요3. 레몬쥬스
'06.10.15 2:01 PM제 할머니는 밥국이라 하셨는데 공식명칭이 갱시기인가요?ㅎㅎ
추운 겨울이나 감기걸려 힘이 없을 때 누군가가 끓여준 밥국을 땀흘려 먹고나면
기운이 나는 맛있는 음식이지요.
제 친구집에 놀러갔더니 거기다 라면을 잘게 부수어 넣어 끓여 주던데
그것도 별미던데요. 그 아이의 비법은 라면 스프를 조금 넣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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