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외할머니의 경상도음식.

| 조회수 : 3,039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6-10-14 23:24:18
이제 내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되돌아보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음식이 왜 그리도 싫었던지..
그런데  입이 짧은 제 큰아들넘이 그음식을 잘먹더군요..
이름하여 갱시기와 손칼국수...
겨울이 되면 외할머니께선 자주 하시어 제인상을 찌푸리게 하셨답니다.

먼저 쌀을 불려놓고.
시루에 키운 콩나물과 수제비반죽.
그리고 잘익은 김장김치.
구수한 멸치육수.

멸치육수에 콩나물과 김장김치를 송송썰어넣고
한솎음 끓이면 불린쌀을 넣고 푹 퍼지게 끓인답니다.
여기에 수제비반죽한것을 뚜걱뚜걱 떼어넣곤
걸죽하게 끓여낸것이 갱시기랍니다.

그리고 또하나 손칼국수..
콩가루를 섞은 밀가루반죽을 널다란 목판위에 올려놓고 밀대로 밀어
칼국수를 만드시던 외할머니..
그칼국수를 어찌 그리도 간격이 일정하고 이쁘던지..
끓는 맹물에 푹삻아 그국수위에다
양념한 조선간장을 한숟갈 얹어 그냥 먹는답니다.

지금 그음식을 생각하면 친정외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생각나서
아들넘 부탁으로 할양이면 상념에 젖어든답니다.
못된 아들땜시 본의아니게 딸네집에 얹혀사시던 외할머니..
소년과부가 되어 재가하셨다 그 남편마저 먼저보내신분
그것이 죄가 되어 아들한테 온갖 구박받으면서 사시다가
맘좋은 제친정아버지가 모시고 살았지만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던가...
말년에 당뇨합병증으로 두눈이 실명하셔도 여전히 칼국수는 솜씨있게 만드셨고
이불호청 한치 틀림없이 반듯하게 꿔메시던 외할머니..
그못된 아들 먼저보내시고 기일만 되면 대문앞에 저승사자밥이라던가?
정성스럽게 놓아주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나는군요.
그 갱시기를 생각나게 하는 겨울이 다가옵니다.
평생을 배곯고,눈치밥으로 사시던 외할머니.돌아가신후도 제삿밥도 못받으시는 외할머니.
올 기일에는 절에라도 다녀와야겠군요.
내 늙어가니 그외할머니가 더욱더 생각납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돼지용
    '06.10.15 9:21 AM

    모든 재료를 다 넣을 수 있는 음식이죠.
    만두도, 오뎅도, 라면 부스러기도, 떡도, 콩나물도, 고기 조각도,
    암튼 재활용음식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제 계절이 돌아오고 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해 먹습니다.
    아침에 한 그릇씩 먹으면
    온 몸이 따뜻해지고, 속이 든든하지요.
    나가는 식구들도, 내 보내는 저도 흐뭇합니다.

    원글님 할머니와 저는 나이 차가 대단할 듯 한데
    음식으로는 통하고 있네요.
    그 느낌이 따뜻합니다.

  • 2. 영영
    '06.10.15 11:45 AM

    저도 나이차 꽤 있는데
    갱시기....
    죽도 아닌것이 밥도 아닌것이 저도 어렸을때 가난한편이라
    갱시기 무척 싫어 해서요 결혼한 지금 남편이 겨울에 따뜻한 갱시기
    무척 좋아라 해서 가끔 해 먹어요 떡국떡 몇개 넣고 콩나물 시큼한 김치 에
    찬밥 조금 넣고 멸치육수넣어 한소큼 끓어 먹는 간단하고 따끈한 음식이지요

  • 3. 레몬쥬스
    '06.10.15 2:01 PM

    제 할머니는 밥국이라 하셨는데 공식명칭이 갱시기인가요?ㅎㅎ
    추운 겨울이나 감기걸려 힘이 없을 때 누군가가 끓여준 밥국을 땀흘려 먹고나면
    기운이 나는 맛있는 음식이지요.

    제 친구집에 놀러갔더니 거기다 라면을 잘게 부수어 넣어 끓여 주던데
    그것도 별미던데요. 그 아이의 비법은 라면 스프를 조금 넣는다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52 혼자 보내는 일요일 오후에요. 1 챌시 2025.07.20 171 0
41051 잠이 오질 않네요. 당근 이야기. 9 진현 2025.07.20 1,736 2
41050 사랑하는 82님들, 저 정말 오랜만에 왔죠? :) 56 솔이엄마 2025.07.10 12,279 3
41049 텃밭 자랑 12 미달이 2025.07.09 9,420 2
41048 명왕성의 바지락 칼국수 - 짝퉁 33 소년공원 2025.07.09 8,769 2
41047 185차 봉사대체후기 ) 2025년 6월 햄버거, 치킨, 떡볶이.. 11 행복나눔미소 2025.07.07 2,829 2
41046 지금 아이슬란드는 봄 58 쑥과마눌 2025.07.07 6,396 12
41045 오랜만에... 14 juju 2025.07.06 4,488 3
41044 등갈비 바베큐구이와 연어스테이크 덮밥 16 늦바람 2025.07.06 3,805 2
41043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 32 진현 2025.07.06 4,563 5
41042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2 12 진현 2025.07.02 8,224 4
41041 이열치열 저녁상 10 모모러브 2025.07.01 7,053 3
41040 나홀로 저녁은 김치전과 과하주에... 3 요보야 2025.06.30 6,486 3
41039 우리집은 아닌 우리집 이야기 1 9 진현 2025.06.30 5,691 4
41038 일단 달콤한 설탕이 씹히는 시나몬라떼로 출발 !! 16 챌시 2025.06.27 6,385 2
41037 직장녀 점심메뉴 입니다 (갑자기떠난 당일치기여행...) 14 andyqueen 2025.06.26 9,025 3
41036 먹고 보니 너무 럭셔리한 점심 7 요보야 2025.06.26 5,844 3
41035 냉장고정리중 7 둘리 2025.06.26 5,805 5
41034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만들어 먹죠 8 소년공원 2025.06.25 6,061 5
41033 똑뚝.....저 또...왔습니다. 16 진현 2025.06.23 7,697 6
41032 별일 없이 산다. 14 진현 2025.06.17 10,218 4
41031 새참은 비빔국수 17 스테파네트67 2025.06.14 11,339 4
41030 Sibbald Point 캠핑 + 쑥버무리 16 Alison 2025.06.10 11,094 5
41029 깨 볶을 결심 12 진현 2025.06.09 8,019 4
41028 피자와 스튜와 티비 보며 먹는 야식 이야기 22 소년공원 2025.06.05 8,630 6
41027 이른 저녁 멸치쌈밥 17 진현 2025.06.04 7,598 5
41026 184차 봉사후기 ) 2025년 5월 쭈삼볶음과 문어바지락탕, .. 4 행복나눔미소 2025.06.04 4,453 1
41025 오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16 진현 2025.05.31 8,705 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