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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삼개월, 바스크식 피쉬 케익

| 조회수 : 7,903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12-21 04:36:03

언니들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엊그제 첫 학기 시험을 마쳤습니다.

3 시간 안에 4 인분의 전식, 본식, 후식을 완성해야 합니다.

시험 직전 추첨을 통해 메뉴가 정해지는 즉시

어떠한 순서에 따라 요리할 것인지 계획을 하고

밑준비(Mise-en-Place, 조리를 위한 모든 재료와 집기를 준비해 두는 것을 말합니다),

재료손질,  조리, 플레이팅.

그리고 중간 정리와 청소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

시험 보러 가는 길에(날선 칼을 차지하기 위해 무려 평소보다 1 시간 일찍 출발했어요 ㅎㅎ)

새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보면서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잠시 멍도 때려봅니다.

***

막상 시험장에 입실하니, 

수업 시간에는 같은 조 친구들과 같이 음식을 만들다가,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하니 먹먹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운 계획 하에, 

기억을 더듬어 레시피를 정리하고, 

서툰 칼질과 무딘 혀를 도구로, 

본능과 임기응변에 의지해서,

갖추어진 한 끼 식사를 완성해내는 일은 즐길만한 도전이었습니다.

시험의 목적은 평가하는 사람의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겠지만,

이번 만큼은 제가 원해서 보는 시험이니까 시험의 긴장까지도 즐기고 싶었어요.

오만 백배 ㅎㅎ

***

주어진 메뉴는,

Borrajas con Sofrito(우리네 머위같은 채소를 삶아낸 요리)

Pimientos Rellenos con Salsa de Morrones(파프리카 소스를 곁들인 속을 채운 고추)

Natillas(잉글리쉬 크림)

다행히 선생님들이 첫 시험인 만큼 긴장하지 말라고 음악도 틀어주시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도 즐기기는 개뿔, 허둥지둥.

***

3 시간을 꽉 채워 3 접시를 완성했습니다.

나띠야는 두 번이나 만들었지만, 결국 계란이 굳어서 실패했어요. (요거 비법 아시는 분들 좀 도와주세요. ㅠ.ㅠ)

하지만, 나머지 두 요리가 잘 나와서 시험은 무사 통과~

선생님들은 야채의 익음 정도가 좋다고 하셨고, 

고추에 곁들인 소스의 질감이 잘 나왔다고 평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을 잘 못하니 수업 시간에 말없이 눈치만 살피는 편인데,

조용히 할 일을 해 나가는 제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앞으로도 열심히(자신의 의지를 조금 더 피력해나가면서) 해나가라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평소 수업 시간에는 냉랭하다고까지 느꼈던 호세초 선생님이 다정히 대해주셔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아, 지난 삼개월.

***

아래는 시험 후에는 요리를 잠시 쉬려고 했는데, 

연습한다고 난도질 해 놓은 생선이 있어서 피쉬 케익(Pastel de Pescado) 레시피입니다.

뉴 바스크 퀴진의 선구자이자 미슐랭 3 스타를 20 년 째 고수하고 있는

후안 마리 아르작의 까브라초(Cabracho, 쏨뱅이) 피쉬 케익이 매우 유명해진 이후로(1970년대),

여느 바나 식당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잘 알려진 바스크 음식이지요.

오른쪽이 제가 빌바오 구겐하임 카페에서 맛본 까브라초 피쉬 케익이에요.

우리네 오뎅같은 느낌인데 달걀이랑 크림이 들어가서 질감이 부드럽고 양파랑 토마토가 들어가서 맛이 다채로워요.

특히, 부드럽고 달달한 피쉬 케익을 바삭한 토스트랑 얹어서 같이 먹으면 질감의 조화가 굿!

 


하지만, 제가 난도질 해놓은 놈은 저렴이 미니 헤이크(Pescadilla, 대구 비슷한 500g 미만의 생선).
까브라초 만큼 바다 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살이 담백하고 달아요.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간단히 만들어 봤는데, 사먹었던 것이랑 비슷한 맛이 나와서 소개드려요~
오늘은 과정샷도 있습니다. 시험 끝난 후의 여유.^^

* 마하의 피쉬 케익 *

재료: 양파 1/2 개, 당근 1/4 개, 생선살 150g, 백포도주 15ml.  생크림 50ml, 토마토 소스 50ml, 올리브유 약간, 
계란 2개, 월계수 잎 1장, 소금, 후추 약간씩
도구: 케익틀, 쿠킹페이퍼

분량의 양파와 당근을 잘게 썹니다.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중불에 양파와 당근을 천천히 타지 않게, 노릇노릇하게 익힙니다.



생선은 살 부분으로 준비합니다. (원래 아르작의 레시피에서는 통 생선을 삶아서 살은 발라내고, 육수도 사용하더라고요~)
 


야채와 생선살을 같이 볶아줍니다. 살짝 소금, 후추간 해주세요. 
 


생선살을 잘게 부수어가면서 익힙니다. 
 


냉장고를 뒤지니 토마토 소스(생토마토, 홀토마토 모두 괜찮음), 백포도주가 나오네요.
포도주는 제가 이 집에 살기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쓰기로 합니다.
생크림은 귀찮았지만 얼른 뛰어나가서 사왔습니다.
가스불 올리고 포도주 넣어주고, 알코올이 날아가도록 2~3분 동안 익힙니다.


토마토 소스랑 월계수잎을 투하합니다. 
 


야채와 생선살이 익는 동안 케익틀을 준비해서 쿠킹 페이퍼로 감싸주세요. 
 


계란과 생크림을 섞어둡니다. 
 


위의 계란+생크림에 아까 볶아둔 야채와 생선살을 넣고 믹서로 곱게 갑니다. 
 

반죽을 틀에 붓고 170 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 분 정도 구워줍니다.



젓가락으로 찔러서 묻어나오는게 없으면 다 익은 거예요.
자르기 전에 30 분 정도 식혀주시어요.



과감히 뒤집어서 틀에서 분리합니다. 몬생겼다. ㅎㅎ 
 

바삭한 토스트나 빵에 곁들여서 드세요~
요로코롬요.^^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Funkysol
    '13.12.21 10:03 AM

    첫 학기 시험의 좋은 결과 축하 드려요. 오늘부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었는데 가족들 곁으로 잠시 가시는지요.. 혼자 보내시는 크리스마스라면 편생 기억에 남는 색다른 연휴 즐기시길 빕니다. Feliz navidades!!!

  • 2. carmen
    '13.12.21 11:57 AM

    시작은 미약~~~~> 끝은 창대..를 향해 go go !!
    힘 내세요~

  • 3. 내일오리
    '13.12.21 12:49 PM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4. 예쁜솔
    '13.12.21 1:21 PM

    시험 통과하시는라 이제 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지난 3개월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장하십니다.
    Happy Holiday!

  • 5. 아니디아
    '13.12.21 1:58 PM

    생선으로도 케익을 만드는군요.
    한번 만들어보고싶네요.
    레시피 감사합니다.^^

  • 6. sjy500
    '13.12.21 5:01 PM

    바스크란 말에 눈이 번쩍 뜨여 들어왔어요. 지난 4월 빌바오에 며칠 머물며 산세바스티안, 산탄데르를 여행하던 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혼자 쏘다니던 그 골목 어디선가 열심히 요리하시고 콘차에 쉬러 나가시고 그러시겠네요^^ 화이팅임다!!

  • 7. 높은하늘
    '13.12.21 6:37 PM

    스페인 멋져요. 바스크 생소^^
    전 세계 요리를 앉아서 보는군요. 감사해요.

  • 8. 호호아줌마
    '13.12.22 9:49 PM

    첫 시험 통과 축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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