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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산 세바스티안 통신, Life is Goxua!

| 조회수 : 7,209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11-03 07:01:23

똑똑, 잘 지내고 계시죠?

한국도 곳곳에서 가을비가 내리나봐요.

산 세바스티안도 연일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스산한 날씨가 내년 봄까지 쭈욱 간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우산이 망가져서 비까지 쫄딱 맞고 ㅠ.ㅠ 

그래도 씩씩하게 아이스크림 막 퍼먹고 힘냈어요. 저 잘한거죠? ㅎㅎ


***


Goxua,

고슈아.

바스크어로 "달콤한" 이라는 뜻입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이 굉장히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실습 중에 본인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고슈아, 고슈아.

우리가 만들던 음식에 소금이나 설탕을 팍팍 더 넣으면서

고슈아, 고슈아.

여기선 결코 건강이 염려된다며 소 금이나 설탕, 기름을 덜어내는 일 따윈 결코 없네요.

인생은 고슈아.


사는 동안의 즐거움을 조금 더 충분히 누려야 한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셰프도 그만두어야 했고 장애도 갖게된 선생님의 뜻이 언어에 묻어나네요.

 

***

 

11월 1일은 카톨릭 성인들의 날이래요.

한국에서 제사를 지내듯이,

여기서는 가족의 묘소를 찾아 고인을 기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날 먹는 전통 과자인  "bunuelos de viento" 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반죽은 우리가 아는 슈랑 똑같은데,

기름에 튀겨내고 설탕에 묻혀내는게 특이합니다.  

스페인의 제과들은 대부분 올리브유에 튀기고,

계피와 레몬으로 향을 내는 게 특징이지요.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데, 또 나름 고소하고 이국적이기도 해요. 

 

***


<바람의 부뉴엘로 by 호세초 선생님>

 

* 재료

- 물 250g

- 버터 75g

- 밀가루 150g

- 달걀 6개

- 소금 1t

- 설탕 1t  


* 만들기

- 찬물에 버터 넣고 버터가 녹을 때까지 끓여주세요.

- 소금과 설탕도 넣고 녹여주세요.

- 밀가루를 한꺼번에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섞습니다. 반죽이 되직해질때까지 저어주세요.

- 불에서 내리고 달걀을 하나씩 넣어가며 섞습니다.

- 반죽을 숟가락으로 모양을 잡아 약불에 은근히 튀겨냅니다.

- 반죽 표면이 갈라지고 노르스름해지면 건져서 설탕에 굴려주세요.

- 그냥 드셔도 좋고, 살짝 식혔다가 커스터드 크림이나 생크림을 짤주머니를 이용해서 채워주세요.




자글자글 끓고 있는 귀여운 슈들.

표면이 갈라지고 노릇해 질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속이 잘 안 익을 수 있대요.



설탕에 살짝 굴려낸 슈 안에 커스터드 크림을 빵빵하게 채웁니다.




갓 튀겨낸 고소한 슈 안에,

바닐라향 가득한 신선한 커스터드 크림.

꼴깍.


 

뜨거운 슈와 차가운 커스터드 크림의 조화.

슈를 튀기니 명절에 갓 부친 전의 끄트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달걀의 고소함이 느껴졌어요. ㅎㅎ 

칼로리 높다고 잘 안 먹는 애들도 있는데, 저 는 그 자리에서 두 개나 먹어치웠어요.

 

죄없이 돌아간 성인의 숭고함을 기리고  먼저 간 가족의 존재를 되새기는

죽음을 기억하는 날에 이런 달디단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소중한 지금을 더 충만한 즐거움으로 보내자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프 이즈 고슈아!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별헤는밤
    '13.11.3 8:26 AM

    라이프 이즈 고슈아~~!
    푸쳐 핸섭하고 외쳐야겠어요^^

  • 2. 베티
    '13.11.3 1:06 PM

    어쩜....................
    나와 똑같은 꿈을 현재 '이루고' 계신 분이 계실까요...

    스페인에서 요리배우기... ㅎㅎㅎ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러워서요~~~~~~~

  • 3. 유레카
    '13.11.3 2:36 PM

    Life is Goxua! 부러운 사람 추가요~ ㅎㅎㅎ

  • 4. 날개
    '13.11.3 3:27 PM

    lamaja님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었습니다.비록 몸은 여기에 있지만 간접체험이랄까요? Goxua. .참 좋네요.단어의 어감이 좋아요.그리고 선생님의 인생철학도 좋고요. 인생 뭐 있나요. 지금 여기, 사랑하는 우리가 함께면 되지요...

  • 5. 예쁜솔
    '13.11.3 7:22 PM

    스페인 요리와 함께
    스페인 인생철학도 배우네요.

    라이프 이즈 고슈아!

  • 6. 럽쿸
    '13.11.4 4:41 AM

    너무 멋지네요^^ 고슈아..

  • 7. 진냥
    '13.11.4 2:32 PM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네요
    슈와 크림을 생각하니 막 입에 침이 고이네요. 참 맛있겠어요

  • 8. 부관훼리
    '13.11.7 8:04 AM

    산세바스티안은 어디일까.. 하면서 읽다보니 본문에 답이 나오네요. ^^
    CA쪽인줄 알았어요. ㅎㅎ

    예전에 스페인레스토랑에 간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스페인의 이웃나라음식하고 많이 틀리더군요.

  • 9. 걸어서갈거야
    '13.11.7 8:15 AM

    산티아고 순례 계획중에 북쪽길, 산세바스타인 지역도 알게 되었어요..큰 도시도 아닌데 미쉘린 스타급 식당들이 즐비 하던데요? 다른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젊은 한국 청년도 산세바스티안 어느 유명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혹시 같은 곳에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오븐에서 만드는 슈도 맛있는데 기름에 튀긴 슈는 더 맛있겠죠^^(타칭 튀긴음식주의자, 자칭 튀긴음식줄이자)
    lamaja님 열정이 몹시 부럽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음식들이 기대가 됩니다.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 10. 미모로 애국
    '13.11.7 9:52 PM

    arriba!! la vida es goxua!!!

    저도 푸쳐핸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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