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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 곰배령

| 조회수 : 11,970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8-09 09:49:32

# 이 더위에 뜬금없는 짓1

 

덥다. 습도도 높다.

이런 날 뜬금없이 뜨거운 것이 먹고 싶었다.

김치찌개다. 왜 뜨거운 게,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심지어 찬밥을 끓였다.

아주 푹푹~. 죽처럼 퍼지도록 끓였다.

본래 콩과 죽순을 넣고 지은 밥이었는데 죽처럼 퍼지도록 끓여 놓고 보니

애초에 죽을 끓인 것처럼 보인다. 살짝 간장으로 간했다.

 



 

한 젓가락씩 남아 각자 냉장고 한켠을 지키던 반찬,

고구마순, 버섯, 가지를 한군데 쓸어 넣고 들기름에 달달 볶았다.

따로 간할 필요도 없고 그냥 달달 볶았다. 먹을 만했다.

 

 

# 이 더위에 뜬금없는 짓2

 

아침부터 푹푹 찌던 어느 날 퇴근길.

시커멓게 소나기가 쏟아진다. 자동차 와이퍼를 3단으로 돌릴 정도로. 후드득후드득.

 

신호를 기다리며 빗소리 듣다가 느닷없이 또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수제비가 떠올랐다. 감자수제비.

 

집에 오자마자 감자부터 삶았다.

 

 
 

삶은 감자를 채에 바쳐 으깨줬다.

무슨 정성이 뻗쳤는지, 감자 넣은 수제비가 아닌 감자로 반죽을 한 수제비를 준비했다.

 

채친 감자에 밀가루를 넣고 손 반죽을 한다.

이 여름 이 정도 땀 흘리며 음식 준비하는 정성은 하늘에 닿았다.

맛이 없을 리 없다.

냉장고에 반죽 넣어 놓고 숙성되는 동안 다시마로 국물을 냈다.

 

30여분 지나 H씨 퇴근하고 ‘저녁은 수제비니 조금 기다리라’ 말을 하니,

“오늘 같이 덥고 끈적거리는 날 수제비!” 하며 놀란다.

 

아무튼 감자수제비 반죽을 나름? 얇게 떠 놓고 호박 채도 넣고

마지막으로 들깨가루도 두어 숟가락 넣어주고.

묵은 갓김치와 풋고추, 고추장아찌를 반찬으로 먹었다.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비록 땀을 좀 흘리긴 했지만.

날씨만큼 알 수 없는 입맛, 몸의 반응이다.

 

 
 

 

 

# 아~ 곰배령!

 

곰의 배를 닮아 곰배령이라 불렸다나.

하루 200명 예약인원과 곰배령 마을 두 곳에서 묵은 사람만 오를 수 있다는 곰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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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까지 오르는 길은 두어 시간 거리 숲길이다.

계곡을 끼고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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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 숲과 물, 하늘 때문에 실컷 웃었던 숲길 여행이었다.

 

곰배령 내려오는 길

슬그머니 H씨에게 반지 선물을 했다. ‘여름 잘 나시라!’며

 

18.gif 

 

# K가 온다

 

 

K가 카톡으로 보내온 여행 사진을 H씨가 보여준다.

사진 몇 장 넘겨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 부럽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게 나도 부러워, 왜 남도 아니고 딸이 이렇게 부러운지 몰라”

라는 얘길 나누게 했던 K의 여행이 끝나고 며칠 후면 그녀가 온다.

 

  1.gif

K에게 “ ‘환승 시간 길다.’며? 기다릴 때 읽어 봐”라고 선물한 책들이다.

가져가긴 한 것 같은데 읽었는지 모르겠다.

지식이 아닌 ‘생활양식으로 사유하기’가 몸에 익기를 바라지만

대개는 부모의 욕심일 뿐임을 안다.

녀석의 고민과 부모의 걱정과 바램은 말 그대로 터울이다.

세월의 터울.

 

어쩔 수 없는 터울 앞에

그저 “K야, 오늘 행복하렴.”

이 말을 해줄밖에.

 

오늘도행복하렴.딸오늘도행복하렴.아이야오늘도행복하렴.오늘모두행복하시라…….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월요일 아침에
    '13.8.9 9:56 AM

    작년에 두 꼬마 데리고 곰배령 점봉산에 올랐었어요. 마지막 일부구간을 빼고는 완만하고 순한 산이었지만 막내 꼬마는 거의 아빠 등에 업혀 올라가다시피 했죠.
    확 트인 산 정상에 가득하던 들꽃들~
    그 때 찍은 사진을 종종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곤 한답니다.

  • 오후에
    '13.8.9 1:06 PM

    가득한 들꽃들....

    완만한 숲길과 함께 곰배령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 2. 하늘재
    '13.8.9 10:13 AM

    딱,,, 오늘 같은 날씨의 일기장 인가 봅니다..
    덥고,,,
    습하고,,

    세월의 터울,,,
    끄덕,,끄덕 입니다..

    책도,,
    저자의 나이가 되어야 비로소 공감할수 있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기에...
    그래,, 참 맞는 말이야!!

    아!! 곰배령,,,
    예약하고,, 새벽녘 출발하여..
    바로 오후에님 걸은 그 숲 길 그대로..
    새록 새록 생각이 나는 아침 입니다..

  • 오후에
    '13.8.9 1:07 PM

    덥고 습하고... 세월의 터울처럼 어쩔 수 없는 날씨입니다.
    그저 견디다 보면 지나가겠죠. 사실 며칠 남지도 않은 더위입니다.

  • 3. remy
    '13.8.9 11:05 AM

    앗, 울 옆동네..ㅎㅎ
    산 하나 넘으면 진동, 곰배령...^^;;
    여긴 내린천 발원지~

  • 오후에
    '13.8.9 1:10 PM

    산 하나 넘으면 진동이시라니...

    좋은 동네 사십니다. ^^*

  • 4. 햐양하양
    '13.8.9 2:50 PM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감사합니다~~

    참! 한여름에 뜨거운 매운 음식과 죽이 먹고 싶은지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요...

    (왜냐면 제가 종종 그러거든요)


    몸이 원하는 거예요..

    기운이 딸릴때, 몸이 안좋을때 그럴때 몸이 외치는 거예요..

    ㅋㅋ

    뜨거운 국물에 죽을 먹고서 땀 좀 빼고서 한숨 푹 자고 나면 새기운이 돋는거!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해석입니다.

    부디 잘 챙겨드시고 건강한 여름되시기를^^

  • 오후에
    '13.8.9 5:39 PM

    네... 아마도 몸이 원하는 걸 겁니다.

    님도 건강한 여름 나시길... ^^

  • 5. 게으른농부
    '13.8.10 9:39 PM

    음~ 곰배령~
    아내와 함께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현실이 따라주질 않네요.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잘 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 오후에
    '13.8.12 9:23 AM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길...ㅋㅋ

    그냥 두어시간 낮은 산 숲길 산책하고 내려오는 길 물가에서 산채전에 막걸리 한잔...
    저는 이 느낌이 좋았습니다.^^

  • 6. 무인산장농원
    '13.8.10 11:22 PM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ㅜㅜ
    폭염인 날씨...훅 떠나고 싶어지는군요...
    구륭용을 넘어
    선림원지...불바라기 약수도 보고싶구...

  • 오후에
    '13.8.12 9:25 AM

    그냥 훌쩍 떠나보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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