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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7살 둘째가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 날 뻔 했어요... ㅠ.ㅠ

청하 반병... 조회수 : 932
작성일 : 2010-05-01 03:55:27

내일 큰애 학교에서 생일파티가 있다고 과자를 사가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집에서 과자를 잘 먹지 않으니 가져갈만 한 게 하나도 없어서 같이 사러 나갔어요.
마침 7살인 둘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라 차량에서 내리는 거 바로 데리고
길 건너 슈퍼에 갔어요.

두 아이 모두 큼직한 걸로 한봉지씩 고르길래 계산하고 봉지에 담아들고 나섰어요.
둘째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와서 제 앞 차로에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반대편 차선쪽을 보려는데 갑자기 손을 놓고 탁~ 튀어나가는 둘째 아이...
근데 마침 반대편 차선에 속력을 내면서 오고 있는 차가 있었던 거에요.   ㅠ.ㅠ

신호등도 없는 왕복 1차선 찻길이지만, 가끔 그렇게 속력을 내면서 오는 차들이 있거든요.    
전 정말 그 순간 사고나는 줄 알았어요.

차가 끼익 하고 간신히 서는데, 저희 아이는 얼른 폴짝 뛰어서 인도로 올라서더라구요.
운전하던 아저씨도 너무 놀라셨는지 바로 출발도 못하고 주춤거리고 서 계시는데
저도 너무 놀라서 뭐라고 사과의 말씀도 못 드리고 쳐다보기만 하다가 가셨어요.

길을 건너가서 둘째 아이를 잡고 뭐라고 막 야단을 치고,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내주고
저녁을 해서 먹여야 하는데 밥만 덩그러니 얹어두고 도무지 손에 안 잡히는 거에요.
그래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니 함께 놀라시면서 그래도 아무일이 없었으니 괜찮다...
생각하라고, 집에 술이 있으면 그거라도 얼른 한잔 먹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니면 초등학교 다니는 큰애한테 얼른 나가서 청심환이라도 사오라고 시키라고 하시는데,
도무지 겁이 나서 큰아이조차 밖에 내보낼 수가 없더라구요.  
냉장고를 보니 불고기 양념하고 남겨둔 청하 반병이 있길래 그거 원샷하고 밥 해먹였어요.

저도 같이 한 술 뜨고 나서도 너무 맥이 풀려 쇼파에서 퍼져서 기절한 것처럼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큰애가 반찬들 뚜껑 덮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설거지 할 거 씽크대에 잘 담궈두고
지 숙제할 것도 싸악 해놓고 동생이랑 저랑 모두 양치질 싸악 하고 들어가서 잘 준비까지
하고 있더라구요.    딸만 둘인데, 큰애랑 작은애랑 정말 달라도 너무 달라요... ㅠ.ㅠ

얼마나 놀랬는지 원래 꿈을 잘 꾸는 사람이 아닌데, 그 잠자는 사이에 악몽을 꿨어요.
가끔 부모랑 같이 있다가 교통사고 났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왜 옆에 있는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잘 보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사고라는 게 그런 게 아니더라구요.

1초?   아니 0.5초?   정말 순식간에 뭐가 휙~하고 지나가는데 막을수도 없고,
잡을수도 없고,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이더라구요.
그동안 입바른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했던 생각들도 다 미안스러웠어요...

사실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출근길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아까 그 순간에도 차마 친정엄마께는 전화도 못드리고 어머님께 말씀드린건데
지나고 보니 괜히 어른 걱정하시게 한 것 같아서 그것도 마음에 걸리고 죄송해서...
내일 전화해서 걱정시켜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릴까봐요... ㅠ.ㅠ

정말 그 아저씨께서 그 순간에 핸드폰 통화라도 하고 계셨다면,
아니 잠깐 한눈이라도 파셨다면, 아니 그 달려오는 자동차의 속도가 조금만 빨랐다면
지금 아이가 제 옆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지금도 두근거리고 눈물이 나요.
만약 그랬다면 저도 못 살았을 거에요.    너무 사랑하는 아인데...

애들 사고는 정말 순간이라는 거 느꼈구요,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아저씨...  그 순간에 사과도 제대로 못하고 뒤돌려 쳐다보기만 한 거
사과드려요.    많이 놀라셨을텐데 앞으로는 이런 일 안 겪으시기를요...

그리고 어린아이 키우시는 분들...  정말 정말 조심하세요.
저도 제가 아이 키우면서 이런 일을 겪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정말 순식간이더라구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구요...
휴...  자는 아이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와야 할 거 같아요...  아직도 떨려요.. ㅠ.ㅠ
IP : 122.32.xxx.1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5.1 6:41 AM (121.130.xxx.106)

    우리나라가 아이들 교통사고율 1, 2위를 다투는 나라일겁니다.
    (인구 10만명 당 한국 어린이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2.6명으로
    스웨덴(2.5명), 영국(2.9명), 일본(3.1명), 네덜란드(3.4명)과 매우 대조적이다.)

    아이들에 대한 안전지도도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자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 적인 운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입니다.

    사람이 먼저이고 차가 나중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 하교시에는 가능하면 학교 앞은 피해야 합니다. 학교앞을 지나가더라도 참을 줄 알아야합니다. 그런데 교문앞(차도가 아닌)길에서조차 아이들이 잘 안비킨다고 빵빵 누르고 지나가면서도 쌍욕을 거하게 하는 운전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아이들의 차에 대한 반응은 느릴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차를 모는 운전자가 아이들을 보면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지... 학교앞 차도도 서행해야 하는 데 그것 지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차가 우선이 아닙니다. 차를 모는 운전자부터 걸어다니는 보행자까지
    차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고 우선인데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잘못된 교통문화가 퍼진 것 같습니다.

    원글님 아이 정말 다행이네요.

  • 2. ..
    '10.5.1 7:33 AM (222.235.xxx.45)

    음님 의견에 절대동감해요.
    횡단보도앞에서 자동차는 일단정지해야되구요...
    근데 이넘의 나라에선 보행자신호가 켜져도 속도내서 달려오는 차들이 많다는거에요.

  • 3. 휴..
    '10.5.1 9:15 AM (125.177.xxx.193)

    읽는 저도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아무 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애들 사고는 정말 순식간이라서,, 저도 아이한테 안전교육 입에 달고 삽니다.

  • 4. 정말
    '10.5.2 11:25 AM (175.118.xxx.120)

    운전자들 짜증나지요...
    횡당보도앞에서 속도 줄이면,, 뒤에서 난리하는 운전자님들...
    제발,, 좀 ,,천천히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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