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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망쳤는 줄 알았는데~ [백김치와 식해]

| 조회수 : 9,939 | 추천수 : 97
작성일 : 2006-01-02 20:36:12


오늘 저녁을 차리면서...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쓰던 김치냉장고와 새로산 대형김치냉장고, 이렇게 2대가 떠억 자리잡고 있어서,
요리할 재료나 김치가 아무리 많아도 겁나지 않았습니다. 얼마든 OK였거든요!!
그런데 헌 김치냉장고를 누구에게 주고나서, 여태까지 그리 아쉽지 않았는데,
김장을 해넣고 나서부터는 요리재료가 조금만 많아도 안절부절입니다.
냉장고는 비좁고, 김치냉장고는 김치로 완전히 차있어서 고기 한점 넣을 자리 없고...

게다가 며칠 있으면 시아버님 제사입니다.
지금도 냉장고 안에 파 한뿌리 꽂을 자리가 없는데...제수 장은 어떻게 봐야하는지..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녁을 하면서...냉장고나 김치냉장고를 좀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한 것이 분명한 두가지 음식만 버려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겠다 싶어서...그 두가지를 꺼내봤습니다.


하나는 백김치입니다.
김장하고 오면서 얻어온 절인 배추, 무 배 밤 대추 파 마늘 생강 고추씨만 넣어 대충 담았었습니다.
백김치라는 거 먹어보기만 했지만 담아본 적이 없어서...
담그기는 했지만 먹을 수 있으리라 별로 기대는 안했습니다.
밖에서 익히다가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뒀는데..그동안 꺼내볼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내버려뒀었습니다.
나름대로 밤이며 대추며 배를 넣고 했는데, 못먹게 되어있으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오늘..한번 꺼내 보고, 못먹게 됐으면 얼른 버려야지 하고 한포기 꺼내 썰었는데..
국물 한방울 남긴 없이 한보시기 모두 비웠습니다.
kimys가 평하길, "뭔가 부족한 맛인데..아, 단맛이 부족하구나, 단맛은 부족한데..맛있는 걸..."하네요.
단맛이 부족한 거야 당연하죠.
단맛을 낼 수 있는 재료라고는 배와 대추, 그리고 대추씨 달인 물밖에 안들어갔거든요.
백김치에 설탕이나 그린 스위트 넣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안넣었어요.
뜻밖의 성공에 사기충천입니다.

백김치의 성공도 기쁘지만...가자미식해가 먹을만하게 됐다는 게 사실은 더 기쁩니다.
어부 현종님의 가자미, 그냥 구워먹고 말 것을..가자미 식해를 담근다고, 무채, 엿기름물 등등에 버무려뒀습니다.
그랬는데...2주일쯤 지나서 먹어보니, 삭질 않았고, 또 2주일 지나서 먹어보니 비려서 먹을 수 없고...
진짜 속이 많이 상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양념을 너무 적게 했던 것 같았어요.

가자미식해를 했다고 하니까 쪽지로 몇몇분께서 레시피를 물어오셨는데..답을 못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사서 드시라고..권했다는 거 아닙니까? 어렵다고.

지난번에 김장하고 나서 쌈먹으려고 김치속을 싸왔었는데...이걸 좀 가자미식해에 넣어두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김치속이야 양념범벅이니까, 혹시 이게 들어가면 가자미식해가 먹을만해지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다른때 같으면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굴과 버무려서 먹었을 김치속을 과감하게 가자미식해에 넣고 버무렸었습니다.

오늘, 식해가 담긴 통을 꺼내면서도 그리 기대는 안했었어요.
그랬는데...먹어보니...식해맛이 제대로 나는 거에요...앗싸!!
저희 집 가자미식해 먹는 사람 저 밖에 없거든요.
저기 담긴 가자미식해(아랫줄 맨 오른쪽), 저 혼자 다 비워냈다는 거 아닙니까?!

못먹게 됐다면 눈 질끈 감고 버리려고 했는데..이렇게 멀쩡하다니..
비록 냉장고를 비우지는 못했지만..기분은 억수로 좋습니다.
음식물 버리는 것처럼 두고두고 기분 안좋은 일도 없잖아요!!

제수용 재료는 또 어떻게 되겠죠...
아이스박스를 꺼내놓고 담아두던가...아니면...잼이며 피클병 며칠 꺼내뒀다가 다시 넣던가...
그때 일은 그때가서 걱정할래요...^^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늘파랑
    '06.1.2 8:38 PM

    하하.. 축하드립니다.. 하늘이 준 뜻밖의 선물.. 진인사대천명.. ^^ 입니다..

  • 2. 초록빛(애송이)
    '06.1.2 8:41 PM

    2등

  • 3. 수줍어
    '06.1.2 8:44 PM

    우리집 저녁 밥상이 새삼 떠오릅니다.
    부끄러워.....
    새해에도 늘 건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 4. 미씨
    '06.1.2 8:49 PM

    새해에,,,김치성공..왠지 06년의 좋으징조,,ㅋㅋ
    저도 김장김치로,,185리터되는 김치냉장고가 꽉차,,,장보기 겁납니다..
    며칠있다(목요일쯤) 날씨가 또 추워진다고 하니,,,장보셔도 괜찮을듯 싶은데,,,
    가자미식해,,,어떤맛일지 궁금합니다....

  • 5. lyu
    '06.1.2 8:54 PM

    정말 보기에도 백김치가 맛있게 보이는데요.
    가자미 식혜, 정말 얻어 먹어만 보았지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같아요.
    억수로...ㅋㅋㅋ 공감이 갑니다,

  • 6. 제비꽃
    '06.1.2 9:03 PM

    돌아가신 친정아버님의 고향이 함경북도라서
    어릴땐 겨울 밥상엔 늘 올라와있던 가자니 식혜...
    아버지가 그리워 몇해전 한 번 사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아니더군요.

    전 가끔 백김치엔 배주스를 씁니다.
    그래두 시원한 맛은 나던데요 ~

  • 7. 산적
    '06.1.2 9:14 PM

    시작의 느낌이 아주 좋으시네요.
    버리는 스트레스 이거 아주 괴롭지요. ㅠㅠ
    축하드려요. 버리지 않아서 좋고 반찬수 늘어나서 좋고

  • 8. 앤 셜리
    '06.1.2 9:34 PM

    저녁밥 먹었는데....또 배고파요. 임산부 팍팍 티 냅니다.ㅎㅎㅎ
    초보주부 ....이곳에서 눈팅만 하고 계속 데뷰는 못하고.......
    저두 언제쯤 저런 음식 사진 올려볼까나??!!!

  • 9. 아줌마
    '06.1.2 9:36 PM

    여기에 글을 올리는건 처음이네요
    지난번에 백 김치 국물로 문의를 하였는데 혜경 선생님이 직접 리플을 달아주어 고마웠었어요
    그때 초록비님이 알려준 사이트에 가서 배워 백 김치 했는데 저도 성공 했어요
    우리 같이 축하해요
    맛나게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요
    복 많이 받으세요

  • 10. 로미쥴리
    '06.1.2 9:39 PM

    점심먹은것이 계속 안 좋아 저녁도 굶고 들어 왔는데
    샘님 저녁상 보고 침이 줄줄 흐릅니당~
    가자미 식해 저도 문의 했었는데 그냥 사 먹으라는 샘님의 너무도 솔직한 쪽지에 ㅋㅋㅋ.

    으......백김치 한사발 먹으면 이 체증이 쑤~욱 내려 갈거 같아요^^

  • 11. 박은하
    '06.1.2 9:49 PM

    저는 백김치 담글때, 배를 두개준비해 반쪽은 채썰어 속과 함께 섞고, 나머지는 전부 즙을 내 백김치물만들때 넣어줍니다. 그러면 은은한 단맛이나고 국물은 동치미처럼 맛이 참 좋아요...
    번데기앞에서 주름잡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12. 쿠키
    '06.1.2 10:51 PM

    친정엄마가 매운거 못먹는 큰애때문에 담아주셨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만두속으로 했더니
    나름대로 깨끗하니 좋던걸요? 맛도 괜찮고.
    혹시 버릴라구 했던분들 만두속으로 재활용 해보심 어떨까요?

    저는 왜 한쪽에 있는 불그스름한 멸치가 이밤에 밥과 함께 먹고싶을까요...^^

  • 13. 모야
    '06.1.2 11:36 PM

    저도 결혼전에 함경도부인한테서 먹어보고는
    다른사람이 만든 건 못먹겠더라구요~식해가 함경도음식이쟎어요
    그래서 언젠가 함 꼭 함경도식으로 만들어먹으려는데 세월이 버얼써~

    그래도 꿈은 접지않고있지요~
    저도 먹구싶네요~

    그리고, 참 어떻게 그 많은 제사를 합니까? 대한하셔요
    복마니, 마니,마니
    넝쿨째로~!!!

  • 14. 감자
    '06.1.3 1:01 AM

    백김치 정말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요..
    추카추카추카(맛있게 된거여..ㅋ)

  • 15. 카라
    '06.1.3 9:07 AM

    백김치 증말 느므느므 좋아해서 유정낙지 집에 가면 백김치가 나오는데 몇번을 추가로 시켜 먹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담근다는 것은 겁이 나서 못하는데...선생님 따라쟁이 해 볼래요
    우째 해야 한대요?

  • 16. gem
    '06.1.3 9:19 AM

    17개월 딸내미 백김치 한번 담가줘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하네요..
    대신 그냥 김치 물에 씻어 주는데 다시 불끈~~ 함 담가볼까 하고 도전 정신이 생기네요..ㅎㅎ
    에구구 저도 새해에는 좀 부지런해져야 할텐데...^^;;
    저녁상이 너무 푸짐해 보이셔서 부럽습니당!!

  • 17. 연주
    '06.1.3 10:14 AM

    작년 초여름쯤 엔지니어66님 따라 무동치미 했을때 제 모습같아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선생님도 이러실때가 있구나 하구요^^* (용서해 주시와요 )

  • 18. 수레맘
    '06.1.3 10:38 AM

    함경도 시어머니 모시고살때 그리도 역겨워 못먹겠던 가자미식해가 이젠 없어 못먹고 그맛이 그리워요.
    며칠전 담가논 가자미식혜 익어 맛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19. 둥이둥이
    '06.1.3 10:55 AM

    저도~
    주변에 가자미식혜 파는데 있음..
    함 사다먹어보려구요..
    어떤 맛인지..궁금..^^

  • 20. 이창희
    '06.1.3 11:17 AM

    열심히 해놓았는데
    뭔가 부족한 맛인데 하면서 고개 갸우뚱거리면
    저는 맘 상해버리는데-----

  • 21. 소금별
    '06.1.3 11:27 AM

    근데, 샘~ 죄송한데요,
    가자미식혜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벼리는 어느것이 가자미식혜인줄도 잘 모르겠다는...ㅋㅋ
    죠기상에 가자미 식혜가 있다는뎅, 제 눈엔 보이질 않네요..
    혹시 젤 앞에 왼쪽에 있는녀석이 가자미식혜????????
    살짝 알려주세요..^^

    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속 끓이는일 없길 바랍니다..
    저두 두 아들 잘~ 키울랍니다..

  • 22. 달개비
    '06.1.3 12:22 PM

    둘 다 성공하셨다니... 축하 드립니다.
    전 아직 가자미 식혜 한번도 못 먹어 봤어요.
    어떤 맛일지? 한점이라도 집어 먹어 보고 싶어요.

  • 23. 빨강머리앤
    '06.1.3 1:41 PM

    백김치 뿐만 아니라 김장김치도 정말 맛있어 보여요.

    새해 늘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께요..

  • 24. 현승맘
    '06.1.3 4:16 PM

    샘!! 올해는 부자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 25. Terry
    '06.1.3 4:57 PM

    성공하신 것 축하드려요. ^^

    날씨가 추우니까 대충 다용도실 문 활짝 열어놓고 밖에 내 둬도 냉장고의 기능을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아닐까요? ^^

  • 26. 민석마미
    '06.1.3 5:40 PM

    어쩜 그리도 지혜롭기까정 하시는지^^

  • 27. 마돈나
    '06.1.4 1:34 PM

    와우 밥 먹고 싶네요

  • 28. 해바라기
    '06.1.4 3:30 PM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9. Love♡blue sky
    '06.1.4 9:46 PM

    백김치 정말 맛있겠네요~ ^---^

  • 30. okbudget
    '06.1.4 10:33 PM

    틀림없다고 생각했던것 의외로 아니구요~
    망쳤다고 울상으로 지낸거 말짱하구요~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거죠?

  • 31. okbudget
    '06.1.4 10:37 PM

    틀림없다고 생각했던것 의외로 아니구요~
    망쳤다고 울상으로 지낸거 말짱하구요~
    그중에 제일은 - 망쳤다고 생각한 시험 잘나왔을때
    그런 기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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