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냄비밥

| 조회수 : 11,408 | 추천수 : 91
작성일 : 2005-11-26 23:16:55


사실 전 압력솥밥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쫀득한 것이 뭐 그리 맛있는 거 같지는 않은데...워낙 시어머니께서 '무른 밥'을 찾으셔서요.
어쩌다가 냄비밥이라도 하면 꼬들거린다, 밥이 덜 퍼졌다, 고...
그렇잖아요...주부가 자기 입맛에 맞출 수 있나요? 가족들 입맛에 맞춰야지. 게다가 압력솥을 쓰면 빨리 되니까 스피드 쿠킹에 그만이고...
그래서 전기압력솥에, 그냥 압력솥에, 그것도 큰 것, 작은 것해서 두어개..., 몇년동안 압력솥 밥만 고집했습니다.

그런데...우리 시어머니, 누룽지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런데 압력솥으로는 누룽지가 맛이 없잖아요.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 무쇠가마솥을 샀는데...
다른 이들은 무쇠가마솥에 밥이 잘된다고 하는데, 전 백전백패입니다. 가마솥으로 해서 한번도 밥이 제대로 된 적 없어요.
그래서 아예 깊숙이 박아두고 쓰질 않습니다.

그러다가..얼마전부터 압력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밥도 무르게 되고, 누룽지도 맛있는 밥을 해내기에 이르렀다는..
제가 하는 방법이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고, 그냥 제 경험상 되더라는 거니까...꼭 믿지는 마세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쌀을 씻자마자, 절대로 불리지 말고, 불리면 밥이 푸실푸실해져요.
스텐냄비에 담아서 가스불중 가장 약한 불, 꺼질락 말락 하는, 밤새 곰국 고으는 그 가장 약한 불에 올려요.
아, 물은..좀 많다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부어서요.
요렇게 불에 올려놓고, 40~50분 동안 그냥 내버려두면 밥은 무르면서 누룽지가 맛있는 냄비밥이 됩니다.
단, 밥이 다 될때까지(시간이 어느 정도 흐를 때까지) 저얼대로 뚜껑을 열어보지 마세요.
부엌에 들어가자마자 쌀 씻어서 밥부터 안친 다음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고...상 다 차린 후 최후에 밥을 푸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냄비에 하면 뚜껑이 달싹이면서 밥물이 넘치곤 하죠. 그래서 위에 오븐용 장갑같은 걸 올려놓아요. 넘치지 않게...
그랬는데...어제...냄비를 바꿨습니다.

저희 동네에 주방도구를 수입 판매하는 경훈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집, 일년에 한두번, 백화점에서 팔다남은 전시품이나 하자가 조금씩 있는 B품 세일을 하는데,
이때가면 정말 좋은 물건을 엄청 싸게 사는 횡재도 할 수 있어요.

예일여고 옆에 있는 본사건물 지하에 있던 전시장을 불광동 팜스퀘어로 옮겼다며, 세일한다고 문자를 날렸더라구요.
하나로클럽도 갈 겸, 경훈 구경도 할 겸 가봤더니...
얼마전 살림돋보기에서 보았던 무쇠냄비가 색깔별로, 크기별로 있는 거에요...그 브랜드는 아니구요.

엄청 무겁다, 그거 쓰다가 자칫 손목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지하게 비싸다..하는 예비지식을 갖고도 그 무게랑 가격에 놀라고 말았죠.
특히나 그 엄청난 무게의 뚜껑...그런데 바로 이뚜껑의 무게 때문에 적어도 밥물은 안넘치겠다 싶은거에요.

사이즈가 큰 건 값도 비쌀 뿐 아니라, 무게도 너무 무거워서 포기하고, 가장 작은 사이즈 18㎝짜리를 거금 6만9천원이나 주고 질렀습니다.
판매하시는 분, 지금 백화점에서 팔고 있고 그 가격보다 30% 싼 가격이라고 하는데..
그야 저는 모르죠...백화점에서는 이런 냄비 유심히 안봤으니까..

암튼 사가지고 오자마자 씻어서 밥을 했는데...뚜껑이 무거워서 정말 밥물이 안넘치네요, 평소 냄비밥 하는 불보다 센불에 했는데.
밥도 잘 되고, 누룽지도 잘 눌었어요. 이제부터 한동안 이 냄비를 사랑해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사족...
이 냄비 B품세일에 나오면 아주 쌀 것 같아서..B품세일하면 50% 세일 정도 하거든요.
언제 B품 세일하느냐고 물었더니..이제 안한대요.
B품세일에서 분명히 하자 있는 걸 알고 사가지고 가서는 백화점에 가서 정품으로 교환하는 손님들이 있다는 거에요.
백화점 영수증도 없을텐데 어떻게 교환하냐고 했더니, 그래도 벅벅 우겨서 교환해간다고, 그래서 이제는 B품세일 안한다고...
허걱...
몇몇 사람들 때문에 B품 세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까..조금 속상하네요.

지난번 자유게시판에서 비숫한 내용의 글(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free2&page=22&sn1=&divpage=4&sn=off&... )을 읽은 후라 더 씁쓸하구요.
저도 그런 경험 있었거든요.
키위 사면 주는 플라스틱 스푼 아시죠? 요샌 그거 흔해졌고, 준다고 해도 잘 받지들도 않던데..
몇년전 한 마트에서 키위 한 팩에 그 스푼을 1개씩 넣어 준 적있어요.
저도 한팩 사서 카트에 담았었어요. 제 카트를 잠시 한쪽 구석에 세워두고 다른 물건을 집어가지고 와보니까 그 스푼만 빼갔더라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매드포디쉬
    '05.11.27 12:22 AM

    와~ 일등!!!
    이것두 상 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흰 쌀밥 무지 맛있겠어요...기름이 좔좔 흐르네요 ㅎㅎ

  • 2. 샤이
    '05.11.27 12:23 AM

    내가 일등인줄 알았는데~ ㅜ
    그래도 2등...

  • 3. 샤이
    '05.11.27 12:30 AM

    누릉지가 그리운 밤입니다~

  • 4. marianna
    '05.11.27 12:31 AM

    정말 맛있어 보여요..
    전 저녁도 긂고 있다는... ^^;

  • 5. 안줘!
    '05.11.27 12:59 AM

    보자마자 냄비가 너무 이쁘다 생각했는데^^
    빨간냄비라 그런지 밥이 더 맛있게 보여요~

  • 6. 시우맘
    '05.11.27 5:13 AM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밥입니다.
    당장 해봐야겠어요.. 일반스텐냄비에 해볼랍니다~~

  • 7. 조이스
    '05.11.27 1:49 PM

    저도 가끔 냄비밥 해먹습니다. 압력솥밥 먹다가 가끔 컨디션이 안좋을때나 여름에 너무 더워서 지쳤을때는 압력솥의 잡곡밥이 부담스러워지더군요. 기름이 좔좔 흐르는 냄비밥 맛있죠. 위의 그림을 보니 다시 생각나네요. 오늘저녁에는 냄비밥해먹을랍니다. 저는 밑바닥 두꺼운 스텐냄비에 해요. 누룽지도 먹고 좋지요?!

  • 8. 그린
    '05.11.27 4:08 PM

    ㅎㅎ
    저도 요즘 샘 하시는 것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밥을하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해지네요.
    몸보다 마음이 더 추워져요...ㅜ.ㅜ

  • 9. 부라보콘
    '05.11.27 10:31 PM

    친정엄마가 맨날 하시는 냄비밥 스탈입니다
    엄마 말로는 세상에 밥하는게 젤루 쉽답니다
    제일 약한불에 올려만 놓으면 밥이 저절로 된다나요 ?
    누룽지도 완전 냄비 모양으로 만들어서 엎어놓으면 무슨 모자같은것이 예술로 모양을 뽑아내시지요
    아미쿡에다가 해도 잘 되더라구요
    밥이 맛있으면 사실 반찬도 별로 필요 없잖아요 ?
    맛있는 밥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 10. 밥떼기
    '05.11.28 12:23 AM

    아...냄비가 너무 예뻐요...

  • 11. 달개비
    '05.11.28 9:25 AM

    저도 냄비밥 잘 못한답니다.
    다음엔 선생님 알려주신대로 최대한 약불로 해봐야겠어요.
    그런데 우리집도 역시 두 어른 계신 집이라 늘 진밥만 먹는답니다.
    고슬고슬 냄비밥 먹고 싶어요.

  • 12. miru
    '05.11.28 4:41 PM

    전 냄비밥 감히 엄두도 못내었는데...
    여기 82에서도 냄비밥 검색해서 보고, 좌절을 했다는..ㅜ.ㅜ;;
    샘 방법을 읽으니 그다지 큰 부담이 느껴지질 않네요..
    저 오늘 저녁 꼭 도전해 보겠습니다~
    누룽지의 압박이 벌써 밀려 옵니데이~

  • 13. 비니엄마
    '05.11.29 1:12 PM

    선생님 냄비밥 하고 누룽지요 밥을 모두 퍼내고나서 바로 찬물을 틀고
    냄비를 거꾸로 거기에 대면 누룽지가 부서지지 않고 냄비에서 바로 뜬답니다.
    온도차이 ~!@##$ 뭐 그런거 같은데 그렇게 해서 바로 누룽지를 긁어내면
    언저리를 뻬고는 깨끗하게 그대로 들어내 지더라구요....
    (아실지도 모르지만 혹시해서 올립니다.)
    ^^!

  • 14. 김혜경
    '05.11.29 10:38 PM

    비니엄마님..저 몰랐어요, 그 방법..^^;;
    오늘 비니엄마님 팁대로 했더니..누룽지가 그대로 떨어져..ㅋㅋ..끓인 다음 박박 긁어내야 하는 수고를 덜었어요. 고맙습니다.

  • 15. 산하
    '05.11.30 1:18 AM

    누룽지 너무 고소하겠다
    먹고 싶어요
    감기때문에 입안이 전부 헐어서 뭘 먹지를 못해서리.......

  • 16. 둥이둥이
    '05.11.30 9:33 AM

    쌤~ 전.. 아직 쿠쿠만 믿고 살지만.. 담에 냄비밥도 함 도전해볼께요. 담에.. 기회 되시면.. 압력솥밥 하는 노하우도 좀 전수해주셔요. 전 풍년 쓰는데요.. 거의 완전 실패-.- 글구.. 담부터 어묵국은 국간장 섞어서 간 해볼께요^^ 고맙습니다..

  • 17. 비니엄마
    '05.11.30 10:01 AM

    어머~~ 어머~~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82쿡 중독이 좀 심해서 어찌하나 했는데 배우는게 너무 많아
    양성중독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삽니다.
    오늘 하루 그냥 감동입니다.~~~

  • 18. 로빈
    '05.12.6 10:50 PM

    냄비밥 해먹은지 벌써 3~4개월 되가는데요.
    코끼리 밥솥 내솥이 약간 흠집이 갔는데 내솥만 사려고 전화하니 8만원이상 이라구;;;해서 쟈스민님 레시피대로 생전처음 해봤는데 너무 맛있게 성공해서 날마다 하고있어요.
    처음엔 저녁에 아침밥까지해서 데워먹었는데 지금은 눈비비고 일어나 아침에도 냄비밥 한답니다.
    끼니마다 밥하는거 이해못했는데 제가 이러고 있네요. ^^
    전기세도 2~3000원 정도 줄은것 같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1097 추워서 밥하기 싫어요 [저녁 밥상] 14 2005/12/17 11,986
1096 아름다운 밤, 그리고 기막힌 밤 23 2005/12/15 11,753
1095 사진발이 엄청 안받는 [코다리찜] 11 2005/12/14 11,138
1094 식당에 가보니 16 - 아란치오 14 2005/12/13 11,004
1093 이제 살 것 같아요~ [무찜] 29 2005/12/13 11,437
1092 김만 구워도 돈이 아깝지 않은~♬ 25 2005/12/11 15,459
1091 냉동고 뒤져 밥해먹기 4 [김구이] 11 2005/12/11 9,111
1090 냉동고 뒤져 밥해먹기 3 [바지락 콩나물국] 17 2005/12/09 9,407
1089 냉장고 뒤져 간식해먹기 2 [단팥죽] 19 2005/12/08 9,878
1088 지하철에서 대박건지기 32 2005/12/07 11,904
1087 냉동고 뒤져 밥해먹기 2 [매운 홍합볶음] 14 2005/12/06 9,280
1086 냉장고 뒤져 간식해먹기 1 [떡볶이] 20 2005/12/05 11,759
1085 냉동고 뒤져 밥해먹기 1 [오징어 샐러드] 9 2005/12/04 9,971
1084 만인의 김장날 메뉴 [보쌈] 28 2005/12/02 12,626
1083 식당에 가보니 15- 일 치프리아니 22 2005/12/01 11,766
1082 김장을 앞두고 17 2005/11/30 8,989
1081 오랜만에 만들어본 [깐풍기] 17 2005/11/29 9,746
1080 한가지 양념으로 [등갈비구이] 17 2005/11/27 14,761
1079 냄비밥 18 2005/11/26 11,408
1078 음식점에서 배운~ [양배추쌈] 27 2005/11/25 15,904
1077 따끈한 국물의 계절 [어묵국] 27 2005/11/24 10,324
1076 그냥 한번~ [대장금 샐러드] 24 2005/11/23 10,682
1075 한밤중에 꼼지락거리기 [생강차] 25 2005/11/23 12,312
1074 검봉녀, 강화장에 가다 22 2005/11/22 9,803
1073 뭐 해먹지?![유자 소스 두부] 17 2005/11/21 7,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