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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淸料理의 추억

| 조회수 : 10,279 | 추천수 : 311
작성일 : 2005-09-13 19:48:21
지금부터 꼭 20년전...
7년간 몸 담고 있던 신문사에서, 새로 창간하는 신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신문사를 옮기기 두달전 살 좀 뺀답시고 에어로빅 하다가, 잘못해서 그만 왼쪽 다리의 아킬레스를 끊어 먹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하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를 한 채로 집에서 병가중인 상태에서 회사를 옮기게 됐습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로는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 한달을 더 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로 바꾼 다음 출근했죠.
창간팀이라 너무너무 바빴고, 너무 바빠서 전 제 다리의 한쪽에 아직도 기프스가 붙어있다는 사실도 잊곤 했어요.

그랬는데..아마도 그 모습이 윗사람들의 눈에는 참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에요. 일 열심히 한다고 참 이뻐들 하셨어요.
저를 이뻐하던 윗분 중 한분...먹는 걸 퍽 즐기셨고, 맛있는 걸 찾아서 드시는 편이었어요.



하루는 옆자리 동료와 빨리 점심을 먹느라 짜장(전 자장이라 안할래요..짜장이라고 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을 먹고 들어왔는데...
그 윗분이 점심을 드시고 들어오셔서 제 자리를 옆을 지나가시면서, "김혜경 선수, 오늘 점심은 뭘 먹었어?"하고 물으셔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청요리요!" 했어요.
"오홋, 청요리??"하고 지나가셨는데, 잠시 후 다시 제 자리로 오시더니, "무슨 청요리?"하시는 거에요.
"짜장면이요!"했더니 폭소를 터뜨리시면서, "그래 짜장면도 청요리는 청요리지!!"
대단한 요리를 먹었는 줄 아셨었던 모양이에요. 암튼 그후 두고두고, 오늘도 청요리 먹었냐, 오늘은 무슨 청요리 먹었냐, 하고 놀리셔서...
아주 오랫동안 민망했다는...



오늘 분당과 강남 선릉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나갔다 왔어요, 그 폭우를 뚫고...길은 또 어찌나 막히던지...
움직이지도 않는 차안에서 무심코 거리를 바라 보다가,  
한 건물의 2층에 외울 수도 없는 없는 아주 어려운 중국어상호에 chinese restaurant이라고 써있는 걸 발견하게 됐어요.
그 식당을 보니, 갑자기 예전 그때 그 청요리 사건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시절만 해도 중국집 이름은 그저 북경반점 동해루, 거기에서 거기였고, 먹는 것도 짜장면 짬뽕 탕수육 라조기가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식당 이름도 멋지고, 요리도 고급화되고, 인테리어도 삐까번쩍하고...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제 입에는 짜장면하고 짬뽕이 만만하고 맛있는 거 같아요.
며칠전 kimys랑 지나가다가 재미삼아 들어간 서오릉 부근 손짜장집의 짜장면과 짬뽕...
비가 오는 탓일까요? 밥숟가락 놓은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그 손짜장집의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짬뽕국물이 생각나네요.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의욕만 앞선
    '05.9.13 7:53 PM

    선생님 글은 읽지도 않고 리플먼저!!!선생님 글을 제일 먼저 읽는 영광을~~이제 읽으러가야쥐==333

  • 2. 햇님마미
    '05.9.13 7:50 PM

    저 얼른 2등도장 찍구요...
    댓글달께요....(급한마음에)

  • 3. 달걀지단
    '05.9.13 7:54 PM

    으흥~ 전 삼등

  • 4. 햇님마미
    '05.9.13 7:56 PM

    햇님이 샘님생각과 찌찌뽕...
    햇님이 짬뽕먹고 싶다고 지금 당장 나가서 밥먹자고 그러네요...
    요즘 나가서 먹는일이 잦아서 집에 있는 반찬들이 울고 있는데, 오늘은 꼭 집에서 먹어보리라 생각했지만, 그 습관이 먼지.....
    옛날 생각 많이 납니다^*^

  • 5. 칼라
    '05.9.13 8:18 PM

    오늘 같은날엔..짬뽕~거의 죽음인데.........아직 저녁전인데....꼴가닥~~~~~~~~~
    중국음식하면 생각나는분이계시답니다.
    애들아빠 회사직원중에 어지간히 중국음식 안시켜 드시는분이 계셨답니다.
    다들 야근하면서 볶음밥으로 통일해서 시켜먹는데
    유독 한분만,.........난 짜장밥~(짜장에 밥비벼 먹으니 맛있더라고)
    ㅋㅋㅋ 배달이 도착해서 다들~식사를하는데........
    볶음밥엔 짜장이 따라오잖아요.........^__^
    그분하시는말씀이............잉~나만 흰밥이잖아........
    짜장과 짬뽕이 유난히 땡기는밤이네요..........

  • 6. 김성연
    '05.9.13 8:21 PM

    윤기가 자르르 도는 짜장 ... 거의 죽음입니다..

  • 7. 겨울딸기
    '05.9.13 8:29 PM

    샘님 추억글을 읽다보면...저두 예전..광화문 사거리가 생각나요...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전업주부 된지가 오래라...추억을 더듬죠...이문세의 광화문연가도 생각나구...
    예전엔...광화문..종로..명동서..신보 나오면...엄청 틀어댔잖아요...
    샘님...수필집 내시면...대박날거 같애요...^^
    참...전..항상...짜장이냐..짬봉이냐 고민하다...동네가게서 한그릇에 한꺼번에 먹을수 있는 메뉴 나오구..
    너무 좋와했는데...맛이 너무 없었다는..ㅜ.ㅜ

  • 8. 밝은 미소
    '05.9.13 8:31 PM

    지금 여기 비엄청옵니다
    비와 안어을리는데 짜장면이 또 땡기네요.
    작년 미국있을때 짜장면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그래서 난 우리나라가 제일 좋아요

  • 9. 한울
    '05.9.13 8:42 PM

    다음에 선릉역 근처 오실땐 연락주세요.
    맛난 청요리 사드릴께요 ^^

  • 10. candy
    '05.9.13 9:26 PM

    어머나~~~저 빨간 국물 좀 지금 마셨으면~~~~^^

  • 11. 함박
    '05.9.13 9:35 PM

    밤중에 짜장면, 짬뽕 먹고 싶게 만드세요.
    시킬수도 없으니...
    10시 넘어 드라마 볼때 화면속의 짜장면
    정말 미쳐요.

  • 12. uzziel
    '05.9.13 10:22 PM

    짬뽕...이랑 짜장면이 함께 있으니...
    무지하게 먹고 싶네요. ^^*
    이 늦은 밤에 어쩌라구여~~~

  • 13. 뿌요
    '05.9.13 11:07 PM

    저도 주말에 수타 짜장면과 짬뽕 먹고왔는데...
    쟁반짜장인에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가끔 생각나면 먹으러 가는데 맛나요.

  • 14. 비오는날
    '05.9.13 11:34 PM

    선릉역 근처...저희집 근처에 오셨었다니까 왜이리 아쉽죠?ㅋㅋ

  • 15. 감자
    '05.9.13 11:39 PM

    저도 오늘 괜시리 짜장면이 먹고싶지모에요
    근데 혼자서 짜장면 한그릇 시켜먹을수도 없고해서 참았는데..
    요 사진들 보니 더 먹고싶어지네요~
    맘이 살짝 바뀌어서 짬뽕이 먹고싶네요...시원한 짬뽕국물 한 숟갈만 먹었으면 ㅎㅎ

  • 16. hippo
    '05.9.13 11:59 PM

    저도 13년전 첫아이 임신했을 때 목동 군처 기사식당네서 매일 밤 먹던 짜장면 잊지 못합니다.
    저녁을 먹고도 얼마나 속이 허한지 12시 다되어 퇴근해서 들어 오는 남편을 졸라 거의 매일 그 집엘 갔죠.
    지금도 그 맛이 않잊혀져요.
    짜장면을 하도 많이 먹어서 아이가 까맣게 되서 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 17. champlain
    '05.9.14 1:41 AM

    지난 주말 여기 한국 식당에 가서 6000원짜리 짜장면 먹었는데
    어찌난 맛이 없던지..
    겨우 짜장면 하고 탕수육 먹었는데 돈은 몇만원 나오고..에효..
    한국의 중국집이 그리워요.^^

  • 18. 경빈마마
    '05.9.14 6:15 AM

    짬뽕이 더 좋은 촌닭 여기 있습니다.

  • 19. 야난
    '05.9.14 9:21 AM

    ㅎㅎ 맞아요. [자장]이라면 무언가 허전하고 맛깔스럽지 않죠?
    그래서 저두 [짜장]이라 말해요. ^^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면, 동료들과 사무실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중국집엘 가요. [짬뽕]국물이 넘 얼큰하고 시원해요. 해물도 많구요.
    가끔 홀짝(?)도 하구요. ㅋㅋㅋ

  • 20. 카라
    '05.9.14 11:07 AM

    선생님 가셨던 그집 늘 그앞을 출퇴근하며 지나가는 길인데 함 가봐야겠어요
    이사가기전에...
    제가 다담주에 이사를 하거든요

  • 21. haru
    '05.9.14 12:05 PM

    비오는날, 짬봉이라는 좋은 해결책이 있었군요...
    저는, 어제 비오는 창밖을 보고 있는데, 이승철 노래가 나와서 그만 울어버렸답니다~
    혼자 울고도 참 주책스럽다 싶었죠...

  • 22. 쵸콜릿
    '05.9.14 1:01 PM

    그쵸...저도 짜장면이 더 맛나요 ㅎㅎ

  • 23. 원더우먼
    '05.9.14 3:10 PM

    대한민국 여성잡지들, 쓸데없는 스타들 인터뷰하느라 발품팔지 말고
    우리 김혜경선생님 인터뷰좀 실어주세요.

    선생님, 사는 이야기와 지나온과거(?) 이야기 모두 듣고싶네요.
    (쫌 스토커 분위기가 나오는 듯....-_-;)

  • 24. 안개꽃
    '05.9.14 3:20 PM

    원더우먼님.. 저도 동감^^**

    선생님..근데 직장에서 "선수"라는 호칭은 어떻게 해서 나온건지 혹시 아세요?
    제가 첫직장에 들어갔을때 사장님께서 가끔 저보고 "선수"라고 불러서 ...ㅎㅎㅎ
    오랜만에 "선수"란 말 선생님 글에서 보여 반갑네요^^

  • 25. sunhouse
    '05.9.14 6:12 PM

    언제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분들은 행복하시네요.
    이곳은 짜장면이라고는 짜파게티 끓여 먹는일 밖에..
    에그.. 오늘 점심 .. 짜파게티나 끓여 먹자..
    (짜파케티도 외국인들 가는 슈퍼에서만 팔구 2000원정도 하지요)

  • 26. sunhouse
    '05.9.14 6:15 PM

    아~~ 짬뽕은 제가 만들어 먹어도 맛있어요.
    사골국물에 해물 듬뿍 넣고 생고추 갈아서..
    면은요~~ 밀기 귀찮아 스타게티 넓적한 놈으로
    식초 몇방울 넣고 한참 삶으면 쫀득한.. 비스무레한..
    면이 되지요.

  • 27. 카프리썬
    '05.9.15 1:24 PM

    '청...과..리의 추억-_-??'
    이러니 제가 중국어를 잘할 리가 없죠..
    거기다 조로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짜장면도 막상 중국에선 먹기가 어렵네요..ㅎㅎ
    중국말을 못하는 중국사는 아줌씨와 청나라엔 없는 청요리..알고보면 환상의 궁합-_ㅡ?

  • 28. jetskier
    '05.9.19 9:26 AM

    외국사는 저에게는 진짜 그림의 떡이네요...ㅠㅠ
    지난 한달동안 쌀없이 빵만 먹고 지내다가 어제 네시간(편도로)걸리는 한국 마켓가서 쌀사고 장을 봐왔습니다... (저 미국 '촌동네' 학교 선생님이예요... 흑...)
    그리고 마켓을 나서는 순간 발견한 그것!
    이름하여 순.대.
    한국떠난지 4년째 순대 첨 먹었습니다... 1파운드에 7달러나 하는거 과감하게 2파운드 달라고 했지요...
    얼마나 행복하던지... 눈물도 찔끔.
    근데 더 사가지고 올껄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짜장면이랑 짬뽕도 먹고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그래서 기냥왔어요... 짜장면이랑 탕수육 비빔밥은 울 남편이 정말 좋아하는 건데...
    아쉬운대로 짜장 가루랑 짜파게티를 왕창사오긴했네요...
    진짜 저 빨간 짬뽕국물 먹고 싶어요... 밥도 한숟가락 말아서... 쩝...
    짜장먄은 그런대로 되는데 왜 난 짬뽕이 한국서 먹던 그맛이 안나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한국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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