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의 제일유황온천, 일동 사이판, 명덕천 등지를 다녀오려면 교통체증이 말도 못하는 의정부쪽을 지나야하죠.
길 밀리는 게 싫어서 일부러 전곡으로 해서 한탄강유원지 쪽으로 해서 삥 돌아서 오곤했습니다.
그때 백학의 한 배밭을 알게 됐어요.
그 집 배는 거죽에 거뭇거뭇한 반점같은 것이 있는 품종이래요. 너무 달고 맛있는데, 거죽이 그래서 인기가 없대요.
암튼 온천 다녀오다가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배 상자를 샀는데,
그 과수원 주인아저씨, 몸이 조금 상한 배 바구니채 주면서 실컷 먹으라고 해요. 울 아버지 그자리에서 몇개를 드시든지...
그리곤 배철만 되면 그 집 배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배밭에 가서 배 드시고 싶다고...
그러던 차에 철원에 계시는 김선곤님의 초대를 받고는 망설임없이 달려갔습니다.
아버지 배밭에 가서 배 실컷 드시게 하고 싶다는 효도차원에서 길을 나섰지만,
사실 어떤분인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배를 키우시나 궁금하기도 했구요.

아버지 볼 일때문에 10시 40분쯤 구파발에서 출발했는데 역시 의정부 많이 밀리대요. 도착한 시간이 12시40분쯤. 찾기 쉬워서 조금도 헤매지고 않고 한번 찾아들어갔어요.
도착해보니, 김선곤님 마음 좋아보이는 웃음으로 저희 4식구를 맞아 주시네요. 아직 수확하지 않은 배 한그루를 저희 가족을 위해 남겨놓으셨어요.
햇빛이 잘드는 자리에 탐스럽게 달려있는 배를 보더니, 저희 아버지 얼른 따시는 거 있죠?
그 배를 그 자리에서 깎았는데 정말 물도 많고 달고 연하고...엄마 아버지는 물론 절대미각 kimys가 너무 맛있다고... 그 큰 배를 세갠가 네갠가 깎아 먹었어요.
그리고 점심 대접을 받았답니다. 직접 키운 토종닭백숙에 배오징어무침 배전 배샐러드 배깍두기....
이중 배무침과 배전 배샐러드...젓가락의 집중공격을 받았습니다.
배 샐러드는 배만 나박나박 썰어서 마요네즈에 무친 건데, 아주 시원하고 맛있어요.
배전은 배를 갈아서 졸이다가 밀가루를 조금 넣고 부친 건데, 쫄깃한 것이 별미에요.
이담에 무른배, 맛없는 배가 생기면 해보려구요.
배무침은 오징어에 배채 오이채 당근채를 넣고 소금간 해서 들기름에 무친 건데...진짜 맛있어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고추장 조금 넣고 밥에 비벼먹으니특별한 맛이 나네요.

거기서 무의도에서 포도농장 하시는 도빈엄마님(사진 오른쪽)도 만나서 포도 얘기, 배 얘기 재밌게 들었습니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가운데 김선곤님의 안주인(오른쪽에서 두번째)께서 쬐끄만 옥수수 삶은 거랑 저절로 익어서 벌어져 떨어진 토종밤 삶은 걸 가져다 주셨는데...어찌나 맛있던지...
음식 잔뜩 먹은 후가 배가 부를 대로 불렀음에도 불구하고...밤 엄청 까먹었습니다. 옥수수 별로 좋아하지 않는 kimys도 몇자루를 먹는지...
맘같아서는 하루밤 묵으면서 더 재미난 얘기 많이 하고싶었지만...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새삼스럽게...인터넷의 대단한 위력을 다시한번 절감했습니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김선곤님 내외나, 도빈엄마님 만나서 포도농사 얘기 배농사 얘기를 들을 수 있겠어요?
인터넷을 통한 소중한 만남들, 82cook을 통해 맺은 모든이들과의 좋은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길...다시한번 빌어보는 하루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