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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순무김치] 2

| 조회수 : 5,915 | 추천수 : 158
작성일 : 2003-10-30 20:24:46
이틀 연속 강화도에 출근했다 퇴근하니 좀 고단하네요.
뭐, 솔직히 고백하자면 극썽을 떨어서 피곤한거구요.

제 아침 스케줄은 보통 9시 30분에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9시쯤 나와서 kimys를 사무실에 내려주는 시간이 대충 9시20분 정도거든요. kimys를 내려주고 일단 집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기 싫어서 꾸물거리다가 약속에 늦거나 아니면 약속을 취소하거나...이렇게 무책임하게 삽니다. 그래서 요새는 가능한 한 약속을 9시30분, 10시 이렇게 새벽(?)같이 잡지요. 누가 그러네요, 나이먹어서 새벽잠이 없나보다고.

오늘은 친정어머니랑 11시에 약속을 잡았어요. 엄마도 아침에 한탕 스케줄이 있어서...
울 엄마 마두역에서 11시에 만나야 하는데, 시간이 잘 안맞더라구요. 집에 들어갔다가는 다시 못나올 것 같고...
그래서 시장조사에 나섰습니다.
일단 마포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순무를 조사했죠. '조사'라는 단어를 쓰니까 moon님댁 아드님 생각나죠??
마포농수산물시장안에는 단 2집만 순무를 팔고 있었습니다.

한 집은 거의 갖다 버려야할만큼 시든 걸 1단에 3천원에 팔더라구요. 주인 아주머니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라고 하는 걸 매몰차게 돌아섰습니다. 어지간하면 싼맛에...그런데 얼마나 뽑은 지 오래된 건지 순무가 쭈글쭈글해요. 그런걸 울 아버지랑 울 시어머니 드시게 할 순 없잖아요.

고 옆 집에도 순무가 있었습니다. 그집은 1단에 5천원. 강화의 시세랑 같더라구요. 그집 주인은 젊은 남자였는데 독심술이라도 하듯 "강화에 가셔도 5천원이에요"하네요. 제가 강화도 가려는 걸 어찌 알았는지...단도 강화의 것이랑 거의 비슷한데 순무의 청이 많이 시들어 있어서 내키지 않았죠. 혹시 몰라요, 어제 아직 밭에서 뽑히지 않은 순무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그걸로 했을 지도...

상암동에서 출발해서 자유로를 타고 엄마를 모시러 가는데, 영 개운치 않은 거 있죠? '조사'가 덜 끝나서.
작년에는 하나로에서 아주 좋은 걸 샀거든요.
그래서 약속 시간 10분을 남겨두고 하나로 클럽에 도착했어요. 막 뛰어가서 배추코너에 보니까 순무는 없어요.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11월 중순 이전에는 순무가 안들어온다고 하네요.
부랴부랴 마두역을 향하는데...일산 안에서도 시간이 꽤 걸리데요. 도착시간이 11시15분.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조사한 걸 알려드리며 결정을 하시라고 하니까, 또 딸 눈치만 슬슬.
제가 엄마에게 무섭게도 안하는 데 웬 눈치는 그렇게 보시는지...
"난 강화 가고싶은데, 니가 운전하는 것도 그렇고 기름도 너무 많이 쓰고.."

별 말씀을, 강화로 갔어요.
강화대교 건너서 큰길가의 인삼판매장 앞에 선 장에서 순무를 샀죠.
1단에 4천원, 1단에 6개씩 묶여있어요. 전 3단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만 계속 뭘 생각하시더니 6단이나 하셔야겠데요.
"엄마 그거 다 어떻게 할라구...나 내일 약속 있어서 못 도와드려...너무 많아.."
허긴 다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죠.
엄마네랑 저희 집만 먹는게 아니라 오빠네랑 동생네도 먹어야하고...그리고 누군가 순무김치 좋아하는 사람, 엄마의 김치를 좋아하는 그 누군가에게 퍼주고 싶으시겠죠. 김장김치도 맛나게 익으면 이사람 저사람 퍼주길 좋아하시거든요. "얘 이것도 다 보시란다"하시며...

6단을 사니까 덤으로 6개, 1단이죠,6개를 더주네요. 42개를 사서 차에 싣고 엄마의 얼굴을 보니 만족의 빛이 그득하네요.

외포리에서 점심 먹고 초지진 앞을 지나서 초지대교를 건너왔어요. 새로 생긴 다리인데 전등사나 초지진 가려면 강화대교보다 이 초지대교를 건너는 것이 낫겠더라구요.

갈현동 친정에 가니 울 아버지, 당신 좋아하는 순무 사러 강화 갔다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반색을 하며 수고했다를 연발하세요.
이러구 돌아다녔으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건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니까 저도 좋네요.

점심 잔뜩 먹고 운전만 하고 다닌 탓에 속이 거북해서 저녁은 먹지 않어요.
식구들 밥 먹는 사이 맛간장만 만들었죠.
보통 간장 10컵 분량을 해서 엄마나 올케네랑 나누는데...오늘은 20컵이나 했어요.
출판사의 형선양, 제게 맛간장 맡겨놓은거라도 있다는 듯, 내일 약속에 맛간장 가지고 오라네요...
달라면 주고 시키면 해야죠. 형선양도 주고, 다른 사람도 줘야해서 간장 20컵이나 하니, 힘이 2배로 드는게 아니라 3배쯤으로 늘어나네요.
하여간 지금 다용도실에서는 간장과 레몬, 사과가 사귀고 있는 중이에요.

이젠 아로마팩 4분간만 데워서 어깨에 올려놓고 뉴스나 봐야겠어요...

p.s. 혹시 순무김치를 담글 분들에게
아직 찬서리를 맞지 않아서 청을 그대로 넣어도 된데요.
청은 소금에 절이고, 무는 소금에 절이지 말고 버무려넣는데, 젓갈은 새우젓이나 까나리 액젓으로 하시래요.
혹시 제맛을 내려고 밴댕이젓으로 하시려거든 밴댕이젓을 씻어서 해야 끈끈하지 않대요. 그리고 무 버무릴 때 밴댕이젓 같이 버무리시는 것도 좋지 않대요. 버무린 김치 한켜 깔고 씻은 밴댕이젓 한켜 깔고 다시 김치 한켜 깔고...이렇게 켜켜로 넣으래요.
국물이 흥건한게 좋은 집은 따로 국물을 붓는 것이 좋은데 국물엔 젓갈 타지말고 그냥 생수를 부으라고 하네요.
이러고 보니 순무김치 담그라고 부채질 하는 것 같은데...절대 아니랍니다.
엄만 작년에 담가둔 황석어젓이 너무 맛있다며 무지 고민하시네요. 새우젓으로 할 것인지, 황석어젓을 켜켜로 넣을 건지...어쩌면 좋겠냐고 하시길래 그랬어요.
"나야 모르지"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라라
    '03.10.30 9:51 PM

    앗싸, 1등~

    엄마가 하는거 뺏았어용~~!

    저도 쌤팬이지요. 호호홋~ =ㅇ=

  • 2. jasmine
    '03.10.30 9:57 PM

    맜있겠다. 저두 순무 좋아하는데, 레시피 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죠?

  • 3. 복사꽃
    '03.10.30 10:01 PM

    혜경샌님! 오늘 고생 무지 많이 하셨네요. 강화까지 다녀와서도
    맛간장까지 만드시고, 정말 체력도 좋으세요.
    황석어젓! 양념에 버무려 먹어도 맛있다는 그 황석어젓인가요?
    황석어젓을 켜켜로 넣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아! 갑자기 침이 고이네요.
    잘익은 순무김치를 따끈따끈한 밥에 올려먹으면....아, 정말 맛있겠다~~~!

  • 4. 레아맘
    '03.10.30 10:37 PM

    앗! 순위권^^
    저도 언젠가 혜경 선생님처럼 울 엄마 모시고 시장보러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왜이리 멀리도 시집을 왔을까나...엄마 생각이 많이 나네요. 잉~ 순무 얘기하다가 셋길로 빠졌네요.
    암튼 맛있겠네요. 순무김치!!!

  • 5. 동규맘
    '03.10.30 10:39 PM

    전 순무향이 좋아요..장금이가 절대미각이면 전 절대후각이거든요..^^;
    근데 이 향이 전 좋아서 아작아작 잘 먹습니다..뭔들 안 먹을까?
    순무 김치 어쩌다가 엄마 친구분이 강화분이신데 얻어오신거 먹고
    그 담 부턴 항상 이 시기가 되면 끌립니다..얘기만 해도 전 코 끝에 냄새가 느껴지네요..

  • 6. yuni
    '03.10.30 11:10 PM

    순무김치 이웃사는 친구한테 딱 한번 얻어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구요,
    그 친구 까나리액젓에 담았던데...
    또 먹고 싶군요.
    11시 15분엔 저도 마두역근처에 있었는데 선생님 뵐 기회를 놓쳤네요. ㅠ.ㅠ

  • 7. 도라
    '03.10.30 11:28 PM

    저도 순무 김치 얻어먹어 봤는데, 맛있더라구요.
    그런데 친정이 갈현동이신가봐요. 저 갈현동 살거든요.
    영국에서 6년 산 것 빼놓구는 은펑구를 못벗어나고 있는데, 친정이 여기 있기때문이기도 해요.

  • 8. 김혜경
    '03.10.30 11:55 PM

    도라님, 저희 친정 갈현동입니다...박석고개 근처...

    자스민님, 레시피 올려드릴 수 있을 지...짐작하시고 계시겠지만 저는 주로 날라드리는 것 까지만 하고 엄마 혼자 다 하십니다. 여하튼 여쭤는 볼게요..

    순무김치 좋아들 하시면 이번 주말 강화로 나들이해보세요. 강화대교 한군데만 있을 때는 길이 많이 밀렸는데 요새 초지대교가 뚫리면서 교통량이 분산되면서 주말에도 다닐만하대요.
    강화도 도처에 담가놓고 파는 순무김치가 있습니다. 작은 통 5천원, 큰통 1만원이라고 하던데요...

  • 9. 쌀집
    '03.10.31 12:08 AM

    82쿡에 오면 신기한데 많은데 순무도 그중 한가지..
    처음 들어봤어요. 다들 맛나다고 하니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김치욕심 많은 저는 담그고 싶은데 어디서 이걸 찾나?

  • 10. 꽃게
    '03.10.31 12:23 AM

    아버지가 주말농장에 심어서 몇년간 갖다 먹었는데...
    강화도가 아니라서 그런지 무가 좀 물러지더라구요.
    엄마는 멸치 통젓갈이나, 여러가지 생선으로 담근 잡젓 넣고 해주셨는데 참 맛있어요.
    그리고 동치미 해도 맛있구요.

  • 11. 라떼
    '03.10.31 7:40 AM

    샘에게 특히 정이가는 이유는 같은 은평구 하늘아래 있었다는 것 때문일꺼에요..글귀 중간중간 갈현동, 홍은동얘기가 나오면 어찌나 그리운지..전 연신내에서 태어나 16년 살았구요..역촌동에서도 잠깐..지금은 일산이 친정이구 전 분당사는데 여기온지도 몇년이 지났건만 아직 낯설어요 ㅠㅠ

  • 12. 카모마일
    '03.10.31 8:17 AM

    샌님,기어이 다녀오셨군요!! ^^ 순무김치 국물이 약간 좀 많이 생기쟎아요. 거기에 아무것도 안넣고 소면삶아서 한겨울에 말아먹으면 쌉쌀하고 시워~~원한 맛! 그만입니다. 개성출신이신 외할아버지께서 아주 즐기시던 메뉴지요. 늘 따뜻한 샘 모습~~ 마음이 따뜻해져요. ^^

  • 13. 언젠가
    '03.10.31 8:42 AM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낚시두 하구 전등사두 가구..)
    돌아오는길에 시장엘 들러서 순무김치를 알게되었어요..
    막 담가논건 만원 팍익은거 7천원에 가져가라해서.. 우린 팍익은거 좋아해서(냄시가 죽이더라구요..ㅎ) 샀습니다. 차에 타고보니 김치냄새에 저녁두 안먹은 터라 어찌라 침이고이는지..
    우리 하나만 맛보자.. 의지투합해서 한개 먹었는데 새콤하게 맛이 들어서 도저히 한개루 손뗄수가
    없었지요..해서 점심에 먹다남은 밥을 찾아서 차안에 앉아서 순무김치랑 먹는데.. 진짜루 어찌나
    맛있던지.. 밖이 어둑해서 그냥 안면몰수하구 차안에서 밥을 먹었네요.. 그리구 앞을 보니 우리가
    주차해논곳이 화장실앞인거 있죠..ㅎ 그때 딱 한번 먹구 한번 해야지 했는데 그게 쉽지 않고
    이번주 근무토요일이니까 기왕 출근한거 1시쯤 출발해서 순무김치 한통사서 (밥싸가지구 가서)
    들판에 앉아서 먹구와야겠습니다... 고추냉이맛두 나는듯하면서 아주 못잊을 맛이더군요.. 쩝쩝!

  • 14. 김형선
    '03.10.31 8:49 AM

    냠...맛간장, 그거 전 까먹었는데요..
    누가 만들어 달라고 했담서요? 그래서 저두요! 걍 그런건데..
    그거 가꾸 와봤자, 해 먹을일..절대 없는데..
    게다가 지금저 짐 싸느라고, 냉장고도 정리 정리 중인데요...

  • 15. 부산댁
    '03.10.31 9:07 AM

    순무김치... 그것이 무엇일까여??

  • 16. 카페라떼
    '03.10.31 11:49 AM

    저도 순무김치가 뭔지 모르겠어요..
    얘기 하시는거 보면 맛있을거 같은데..
    먹고 싶어라...

  • 17. 피글렛
    '03.10.31 2:46 PM

    백화점 야채코너에 방울토마토 크기 만한 귀여운 자주빛 무가 순무인가요?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박주희 선생님이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갓과 비슷한 순무 줄기로 김치를 담궈먹으며 향수를 달랬다고 하더군요. 멸치젓 대신에 엔쵸비를 넣어서 담궜데요.

    순무....아 궁금해라...!

  • 18. plumtea
    '03.11.1 1:29 PM

    피글렛님이 말씀하신 방울토마토 크기의 무는 래디쉬 같은데요. 순무는 애기 머리통 만하던데요

  • 19. 로로빈
    '03.11.1 1:29 PM

    그건 레디시 아닌가요??? 샐러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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