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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부모님은 거짓말쟁이

| 조회수 : 1,894 | 추천수 : 45
작성일 : 2009-02-21 07:31:36
"나다~.아버지 생일때 너 내려오냐?"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친정어머니 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니요? 엄마 장 담가야 해서 이번에 안가고 엄마 생신때 가려구요!."
라고 답하였더니
 
"그러냐~아~!."
약간 실망하신 듯한 목소리...

"왜요? 팔은 어떠세요? 뭘 잡기는 하시는 거예요?."
"전번보다는 많이 좋아졌제~~에."

음력 1월 27일 즉 양력으로 2월 21일 토요일이 아버지의 84세 생신날입니다.

작년 아버지 생신날 맞춰 광주로 내려가던 우리 부부였기에
친정어머니는 당연히 우리가 내려오겠거니 나름 기대를 하셨나봐요.

그런데  장담 가야 해서 못가요! 라고 말하니
약간은 실망하신듯 하더라구요.

더구나 작년 겨울 넘어져 팔이 부러져 수술하고 나신 뒤로
마음 여려지셔 자식들 기다리는 마음이 더 하신가 싶습니다.

다른때 같으면
"엄마 저 아버지 생신때 광주가요~."
라거나

"엄마 저 광주 다 왔어요~."
라고 집앞에서 전화를 하면
 
"아이고~~뭣하로 와~ 기름값 비싼디~아그들 학비대기도 죽겄구만!."
그러시며

"너 어디냐? 혼자 오냐? 아범이랑 오냐?."
바로 그러십니다.

친정 내려가면 좋아하시는 눈치면서도
"돈 한푼 아쉬운디 힘들고 피곤헌디 뭣하로 기름값 들게 오냐? 오지마라~."
입버릇처럼 말씀하세요.

저녁 무렵 시어머님께 친정어머니와의 통화내용을 말씀 드렸더니
"것봐라~ 부모는 말로는 오지 마라해도~자식들 오면 반갑고 좋아서 속으로 다 그렇게 기다리는 거다."
그러십니다.
 
"어머님도 맨날 오지마라~오지마라~하면서도 고모들 기다리시죠?."
했더니
"나야 가까이 사니 자주 얼굴 보잖냐~!."
라며 친정어머니 서운한 마음을 읽어 내려가시더군요.

아버님 살아계실때 보면
큰 시누님이 이런 저런 일이 있어 못온다 전화가 오면

"안와도 돼~ 어서 일이나 봐라~."
그러시면서도

"갸가 힘들긴 힘든가부네~."
라며 금방 서운하신 눈칩니다.

맨날 봐도 또 보고 싶은게 자식이란 이름인가? 봅니다.

당연한 듯 거침없이
장 담가야 해서  못가요~! 라고  전화끊고 나니 
은근히 실망하셨을 친정어머니 모습에 괜시리 저도 서운해 지네요.

광주 내려가봐야 미역국 끓여 밥 한 두 끼 먹고 바로
올라와야 되는 상황인데도 그냥 기다리시는 듯 해요.

안 오는 자식은 그냥 그런갑다~ 하시면서도
종종 내려가는 자식은 또 내려올라나? 하며 기다리는 마음이 드나봅니다.



지난 여름 뵈었던 친정부모님 모습
이 두분을 뵈면 젊었을 적엔 각 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사시더니
지금은 오롯이 한곳을 바라보며 어즈간히 아옹다옹하며 사십니다.
진즉 아주 오래전에 한곳을 바라보며 사셨어야 했어요...


어렸을 적 부모님이 많이 미웠는데
다 부질없음이야~
지금은 그 미움마저 가슴에 끌어 안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은 저도 그만큼 나이 들었음이겠지요.

힘들고 피곤하니 오지마라~ 말씀 하시면서도
이내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부모님을 보면
그만큼 세월 앞에 힘이 없으심 이겠지요.

막 담근 열무김치와 깻잎반찬 파김치 택배 보내드리는 것으로
얼굴뵈러 가지 못한 죄송한 마음 대신합니다.

품안의 자식이라도...

나도 먼 훗날
네 아이 결혼시켜 모두 내 보냈을 때 아이들이 보고 싶어 나도 그러겠지~싶어
이래 저래 생각많은  많은 하루였네요.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박한 밥상
    '09.2.21 11:02 AM

    친정 얘기는 항상 눈물짓게 되네요
    일을 좀 줄이시고........살아 계실때 자주 뵈셔요
    곁에 계셔 주셔서 고마운 일입니다, 그죠 ??
    역으로 반찬을 만들어 보내신다니 "잘 둔 딸내미" 십니다

  • 2. 웰빙 식품
    '09.2.21 11:15 AM

    나이가 드시면 그리워 하신데요.
    후회하지말고 지금도 가세요.

  • 3. 변인주
    '09.2.21 2:44 PM

    살아계신 부모님 부럽습니다
    괜스레 눈물이 나네요.
    저도 엄마가 계신다면....

    택배 보내시는 마마님마음 절절히 느껴져요.

    조만간 틈내서 다녀오세요

    음악도 고맙습니다

  • 4. 금순이
    '09.2.21 6:55 PM

    마마님 심정 이해합니다.
    우리자식들은 자신의 삶에 너무 바빠서
    때로 걸려오는 부모님의 전화에 들려오는 음성에서
    보고싶어 하시는 맘 알면서도 당장 달려가지 못하는
    못난 딸인 저의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마마님 한번 다녀오셔요~
    음악이 마음을 짠~ 하게 만드네요.

  • 5. 토마토
    '09.2.22 2:46 PM

    이글 읽으면서 내내 제 애기를 하고 게신것 같은 마음입니다~
    오늘아침 마침 봄 비가 내리네요 `또 팔순이 넘으신 그래서 팔다리 허리 모든곳이 편찮으신 몸으로 올 농사를 준비하시겠구나 생각하면 내내 맘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님은 이런 저런 반찬을 햐셔서 부쳐드리고 계시네요
    전 해년마다 김장김치며 각종 곡식들 가져다 먹는 자식이다보니..
    나중에는 두고두고 마음에 상처로 남지 싶습니다~

    아무리 내가 사는게 여유가 없더라도 올봄에는 그리고 한창바쁘실때
    시간내서 다녀와야 될것 같습니다
    함부러 작업복과 모자 장갑 다 준비해서 많은땀 흘리고 집에와서 씻을맘으로 출발하려구요~

    이렇다보면 습관이 되지 않을까요~
    효도하신 님을보며 다시한번 맘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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