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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아는 사람은 일이 눈에 보인다

| 조회수 : 2,335 | 추천수 : 34
작성일 : 2008-06-26 10:26:34


"엄마 발톱이 너무 길었는데 좀 잘라주세요~." 라면서 손톱깍이를 가져옵니다.

"누워봐~ 휴지통에 발을 좀 걸치고..."
그러곤 똥강 똥강 잘라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며 해찰을 하지요.
엄마라는 이름이 이렇게 만만하고 좋을 수 있을까 싶네요.

남편은  저 스스로 하겠금 내버려 두지 별 걸 다해준다 핀잔을 주지만
아직은 제 손을 필요로 하네요.

스스로 하기야 하겠지만
아직은 "엄마~." 부르면서 해 달라고 하는게
더 자연스러운지 모릅니다.

내 기억속의 엄마는 제 발톱을 잘라 주셨는지 손톱을 잘라주셨는지
아무리 기억을 해내려 해도 기억이 안납니다.
가난 속에 파묻힌 일들이  많아 그런가부다~ 라고 생각을 다독여 봅니다.



아이들 손톱 발톱은 왜 그리도 빨리도 자라는지...

내 손바닥 안으로 쏘옥 들어오던 발이 이제는 제 손바닥을 넘기고 있습니다.

늦게 이 아이를 또 가져서는 늦은 새댁이란 말도 간혹 들었는데
이제는 영락없이 네 아이의 펑퍼짐 아줌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형이 가졌을때만해도 30대 후반줄이 였네요.

이 녀석이 다 커버리고 나면 제 나이 50 중반을 훨~넘을텐데
그 무렵엔 딸 들이 시집 가서 아이 낳고 살지는 않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 커가는 모습에
내 모습 변해가는 모습에 가끔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합니다.

아침에 아이 발톱깎아 주면서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봤습니다.

지금은 잠시 나를 잊고 있을뿐 왜 나에게 내 생각 나지 않겠나요?

지금은 일에 파묻혀 한 눈 팔 겨를이 없으니 그냥 사는거지요.

일을 아는 사람은 일이 눈에 보인다고 하지요.

그래서 일 많은 곳에 가면 가만 있지 못하여
부산 떨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일을 아는 사람은 잔머리도 못굴려요.
잔머리 굴리면 머리가 더 아프거든요.

그래서 일이 더 따라오는지도 몰라요.

이것도 복이라면 복인지...
가끔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습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뽈뽀리~
    '08.6.26 10:34 AM

    위로 큰애(고3 딸래미)와 않낳을려고 버티다 버티다 늦둥이(31개월 아들래미)를 둔
    82cook 초보가입자 입니다. 큰애때는 어린나이에 애를 낳아서 그런지 애 자체의 이쁨보다
    내 생활이 없고 구속이고 애 자는 시간이 제일 좋고 그랬는데... 둘째 늦둥이때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애가 주는 행복감~~ 생활의 소소한 것들~~ 이 모든것이 즐거움이며 행복이며
    축복인것을 왜 그땐 몰랐었는지.....

  • 2. 생명수
    '08.6.26 10:50 AM

    괜히 눈물이 나네요. 음악도 그렇고..

  • 3. yaum kja
    '08.6.26 12:47 PM

    예쁜발이 깨물어주고싶어요^^

  • 4. 쥴리맘
    '08.6.26 12:56 PM

    우와..음악이 나오는줄 오늘에야 알았어요. 모처럼 이어폰을 끼고 듣고 있었는데..
    음악 참 좋네요. 저두 엄마 생각에 잠시 시큰해져봅니다.
    제가 이제서야 엄마 마음을 알 수 있듯이..제 아이가 저 만큼 크면 제 딸도 엄마를 생각하면서 눈시울을 살짝 붉혀주겠지요..??

  • 5. 푸른두이파리
    '08.6.26 4:24 PM

    아주 큰 행복이지요^^
    저도 중3 아들들 손톱 깎아줄 때가 행복해요;;;

  • 6. 상구맘
    '08.6.26 4:40 PM

    제형이의 발꼬락이 너무 귀여워요.
    아직 엄마에게 발톱 깎아 달라고 할때가 지나고보면 좋은것 같아요.
    나중에 더 커 버리면 해 준다고 해도 마다하지요.
    누나들은 그렇지 않던가요?

    저희는 큰애는 손톱,발톱 깎아 주겠다고 해도 안 한다고 해요.
    상구는 막내라 그런지 중학생이라도 아직 손톱깎이 들고 옵니다.ㅎㅎ

  • 7. 금순이
    '08.6.26 4:59 PM

    ㅎㅎㅎㅎㅎ
    너무 재미있네요.
    제형이 발가락이 굳은살이 베어있네요.
    신발이 너무 딱 맞나요?ㅎㅎ
    누워서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요?

    전 어릴적에 아버지 손톱이랑 발톱 깍아 드리고 여드름도 짜주고 했는데 ㅎㅎㅎㅎ
    옛날생각 나네요.ㅎㅎ

  • 8. oegzzang
    '08.6.26 7:31 PM

    딱 우리집 풍경이네요^^
    우리는 거기다 덤으로 귀파주는 써비스까지 합니다.

    우리 네식구 모두 해주면 잠까지 스르르..... (귀만져주면 안정이 되나봐요.)
    덕분에 울뭉치 발톱깍는거, 귀닦아주는거.양치질하는거 잘하게 됐는지도...^^

  • 9. 스카이
    '08.6.27 5:06 PM

    왜 눈물이 날까요..
    맘이 짠해지네요..

  • 10. 상주댁
    '08.7.3 8:46 AM

    제 눈에도 일거리만 보여 투정을 부리곤 해요
    그러나 보이는 일마다 다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을 치유해 보려고 합니다
    제 몸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되어서요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 일들속에 잠기지 않을바에는요
    제가 아는 할머니 한 분은 다섯 딸들 수발해 주는 일들을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 제가 여쭈었죠 할머니 팔순을 넘기셨는데 딸들 거두시는게 힘들지 않으세요
    젊어서 키울땐 몰랐어. 지금은 그렇게 고맙고 감사한 것 뿐이야 그래서 마구 마구 주고 싶거든
    힘든지 몰라 그저 돌볼 수 있는 게 좋아
    저도 그 할머니의 경지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래보죠
    좋은 음악 감사해요

  • 11. 뭐머그까
    '08.7.5 12:07 PM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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