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자 25년 여름 너무 더워서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눈 뜨면 바로 마당으로 가서 식물들에게 아침밥을 주어야지 한나절만 되어도 수분 부족이라고 아우성입니다. 다시 들어 오면 청소기를 돌립니다.남편이 새벽에 헬쓰장 가서 운동하고 아침 식사 후 청소기를 돌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요. 그리고 스스로 차려 먹는 남편 아침도 대충 접시에 담아 둡니다.
게으른 자 왜 이렇게 된거지?
더워지기 전에 하루 해야 할 일을 오전에 마치고 한껏 게으름을 누리려고그렇게 하다 보니 루틴이
되어 버렸어요.
오늘 아침 비 그치기 전 어디선가 나팔꽃 씨앗이 날아 와 그물 모양 화분에도 물을 주었더니 보라색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아, 예뻐라~~~
왼쪽 장미 허브, 오른쪽 화분 워터코인은 성북동 저택에서 몇 년 전 나눔 받은 것입니다.
훨씬 커다란 화분에 키우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베란다가 없는 집이라 실내료 들여 와야 하니 작은 화분으로
평수를 줄였습니다. 일년에 네 다섯번 이발 해 주어야 해요.뿌리만 살아 있으면 귀여운 잎사귀가
마구마구 올라 옵니다.
장미는 오월 부터 초겨울 까지 예쁜 꽃을 즐길 수 있는데, 올해는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이웃집들도 장미가 병들에 반짝 하고 폈다가 휴지기를 거쳐 요즘 다시 꽃봉오리가 올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노오란 장미는 우리 집 장미 아니고 길 가다가 예뻐서 사진 찍었어요.
게으른 자 한시적으로 여름에 아침형 인간으로 전환해서 남편이랑 함께 요리 할 수 있는 시간 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아내의 요리 교실은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 오늘 모처럼 같이 가지 마파두부 만들었어요.
나만의 절친 엄마가 가지마파 정말 맛있게 하는데 저는 그 맛이 안나더군요. 심지어 시중 소스 봉투를 보고 똑 같은 것을 사서 넣어도 말이죠. 오늘은 시판 소스 없이 검색하니 김진옥씨 레시피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만들어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닭 육수가 있으면 넣으라는데 마침 닭곰탕 만들어 먹고 남은 국물이 냉장고에 있었거든요. 아마도 닭 육수 때문이었을까요?
오미자 청도 있는데 단맛 없이 깔끔하게 먹고 싶어서 냉동실 오미자 하룻밤 우려냈습니다.
아들이 방문하겠다고 해서 "날도 더운데 혼자 잠깐 다녀 가던지~" 하니 서*이가 먼저 가자고 했다는 거예요.
날도 더운데 뭘 해먹지 생각 중이었는데 자유게시판 82님이 냉털을 하라고 계몽 글을 올리셨습니다.
저 계몽이 잘 되는 사람이라 '좋은 생각 접수!' 뭘 사려고 하지 말고 냉장고를 털었습니다. 더덕 무침.
더덕은 항상 남편이 껍질 까고 방망이로 두들겨 줍니다. 냉동실 대하도 넣어 방울토마토, 야채 넣고 샐러드.
냉동실 치킨에 유부도 있었고, 유투브에서 바질 김밥을 봤는데 마당에 바질이 풍성하고 지난 봄 만들어 놓은
엔초비도 있으니 바질김밥 당첨! 한 개 먹어보고 엔초비양을 조절했는데 모두 맛있다고 했어요.
냉동실에 전복도 있는데 전복버터 구이를 하려고 했으나 아침 일찍 아들내외 가는 길에 챙겨 줄 반찬 몇 가지 만들고 김밥 말고 하니 아들내외 도착 시간이 다 되어 공심채 볶음과 전복구이는 못했어요.
가지 피자 나온 사진이 없어서 가족 사진에 나와 있어 올려요.
소년공원님이 올려 주신 포테이토스킨을 응용해 가지 속을 파고 가지 피자 만들었어요.
아들 내외가 재작년 11월에 결혼 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함께 식사를 하는데
(저는 결코 원하지 않았어요.ㅎㅎㅎㅎㅎ)
채소를 좋아하는 우리 집 식구들과 달리 서*이는 그리 즐기지 않아 음식 할 때 신경이 쓰였는데 이날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디 프로필 사진 찍고 저속 노화에 꽂혀 지금은 채소가 좋아졌대요.
아마 PT하면서 짜주는 식단 대로 하다 보니 채소와 친해져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서*이가 요즘 장르를 망라하고 요리도 열심히 한다면서 결과물은 늘 생각과 달리 나온다고 가지 피자도
만들어 봤는데 이런 비주얼이 안 나왔다고 하길래 나도 그렇답니다 화답했지요.
우리 집 백반 단골 손님 오기 전날 후식으로 먹으려고 민생회복 소비 지원금으로 구입한 천중도.
서*이가 크기에 깜짝 놀라며 사진 찍겠다고 해서 사진에 담겼어요.
비 오기 전이어서 정말 맛있었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정엄마와 함께 자고 다음 날 오는데 언니가 옥수수 주면 먹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죠.
옥수수 5개, 지인이 보내 준 오이 한 봉지를 주길래 고맙게 받았어요.
그리고 퇴근 후 집에 오니 옥수수 한 상자가 있어서 이게 뭐냐고 물으니 남편은 제가 시켰는 줄 알았대요.
둘째 아들 회사에서 보내 준 것이었어요. 1사1촌 교류활동으로 직원이 직접 포장한 제품이라고 써있는데
아, 정말 더운 날이 었거든요. 머리에서 스팀 나왔어요.
피곤한데 바로 손질하고 옥수수 한 박스를 삶아야 했어요.ㅠㅠ
다행인 것은 옥수수가 30개가 아닌 20개 한 상자였다는 것.
곰국 냄비에 옥수수 20개 한 번에 삶았습니다.
결혼 할 때 엄마랑 같이 남대문 시장에서 산 스텐 냄비 중 가장 큰 곰국 냄비.
아마도 35년 정도 되었나봐요.
시아버님 환갑 때 친척들이 우리 집에 와서 주무시고 환갑잔치 장소에 같이 갔었죠.
그때도 저 냄비에 제가 육개장인지, 미역국인지를 끓여서 1박 2일 손님 대접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다 외식이지만 옛날 옛적에는 그러했었네요.
정리 하고 싶어도 일년에 한 두 번은 쓰게 되니 씽크대 구석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만의 절친이 미국 가기 전 같은 아파트 사는 같은 초등학교 2학년을 모두 키즈카페에 초대해
송별식 하기 위해 준비했던 음식입니다.
전 키즈가 아니니 초대를 못 받고 절친 엄마가 전화를 주어 이 음식들을 가져다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 동네 새마을 금고에서 지난 해 부터 삼계탕을 보내 주네요.
날도 더운데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 보내 주니 너무 고마워요.ㅋ
노각, 오이지, 오이채 비빔국수 레시피를 보고 우리 집 냉장고에는 두 가지가 있어서 두 가지 오이 넣고 만들었는데 남편이 맛있었대요. 근데 사실 뭐든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
옥수수 삶아 놓으니 남편 아침으로도 활용.
사다 먹는 추어탕. 마당에 있는 방아잎 작아서 그냥 넣었더니 사진이 이상하네요.
올 여름 처음 만들어 본 노각무침.
이것도 자유게시판에서 보고 나도 고추장물 만들어야지 하면서 게으른 자라 잔멸치로 했더니 확실히
큰 멸치로 하는 것 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한 때 82쿡님들과 함께 구입했던 아미쿡 스텐 대형 웍. 양파 카라멜라이징 하는 중.
여름에는 더덕의 수분이 말라 맛이 덜하지만 서*이랑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더덕무침 만들어 주었어요.
아직은 뜨거운 햇볕이 있어야 과실이며 곡식이 잘 익을테니 낮에는 뜨겁겠지만 아침 저녁 선선한 공기에
이제는 남은 여름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 봅니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라고 쓰고 힘들었습니다로 읽는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