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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오월은

| 조회수 : 5,416 | 추천수 : 2
작성일 : 2021-05-03 17:24:36

오월 / 복효근


괜찮겠어요

물으니


오월이잖아요

그가 짧고 아프게 웃었다.


....................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맘이 번잡스러워 집니다.

아무도 오지마라

이 동네 코로나 심하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동네에 여태 잠잠하다

여기저기 확진자가 나와 식당이 지난 주말에 문을 닫는 곳도 있었습니다.



엄마집에 있는 사진,

엄마가 낳아놓고 얼마나 흐믓했을까싶은 순간일 겁니다.

지금은 다 각자 삶으로 빠져나가 그리워하는 자식들이지요.


왔다갔다하면서 엄마집 베란다를 쳐다 봅니다.

할마시 뭐하노?

봄이 오니 짝이 안맞는 커텐이 안방과 거실에 달려 있습니다.

어딘 가에 짝이 있을 건데 못 찾는 거지요.

안방에는 제가 좀 아끼는 하얀색 커텐 싸들고 가 달았습니다.

거실은 이케아 가서 녹색식물이 찬란한 무늬 커텐을 사 달고,

이 참에 침대 매트리스 커버도 핑크빛도는 신혼침대로 만들었습니다.


울엄니 "니는 참 이런 것도 잘하고 우째 내 입맛에 딱 맞는 색깔을 골라오고"

감탄사 쏟아나오는 중에 얼른 내뺐습니다.

엄마의 늘어진 살림을 보면 열이 확 올라오기 때문에^^


-----


새벽 날 샐무렵까지 "더 파더" 영화 봤습니다.

멍하니 잠이 안 왔어요. 나도 그러할 거고 무엇보다 엄마와 비슷한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엄마 병원진단명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백신 1차 2차 접종을 주민센터 버스를 이용했는데

두 번 다 길에서 헤매어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나서 엄마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도착해서 전화하면 내가 갈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렇게 한바탕 하면 진이 빠집니다.


엄마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꼭 어디다 숨깁니다.

제가 구석구석 뒤지면 돈이 마구 쏟아져 나올 거라고.

매일 돈과 숨박꼭질합니다.

엄마 통장은 제가 생활비 관리를 하는데 저더러 돈 다 갖고 갔다고

속 뒤집는 소릴 합니다. ㅎㅎ


지금은 혼자 밥도 챙겨드시고 길냥이 밥 주는 일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TV와 더불어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그 이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폰에는 엄마와 강아지들 사진이 젤 많습니다.

밉다밉다해도 애정이 있으니 그리 손이 가겠지요.

밤에는 내일 낮에 엄마랑 뭐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날 새면 아이고 할마시 또 치장하는 거 기다려야 하고

으아아 맨날 포기합니다.ㅎ




아주 오래 전 사진입니다.

고고를 찾아 보셔요.^^


엄마한데는 돈도 이제 필요없고 자식들 얼굴 보는 낙이 제일입니다.

근데 자식들은 이 핑계 저 핑계대고 통장으로 돈만 보내왔지요.

저도 한 때 그랬구요.


코로나로 얼굴 보기 더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엄마인데......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니네
    '21.5.3 5:26 PM

    고고님 글은 시크하면서도 따스함이 담겨있네요. 고고님은 아마도 중간에 새침한 아이~~??

  • 고고
    '21.5.3 5:28 PM

    예^^ 맞습니다.
    그 아래 머스마같은 애도 저입니다. ㅎ

  • 2. Alison
    '21.5.3 7:29 PM

    고고님 가족들 인물들이 참 훤하시네요.

  • 고고
    '21.5.4 10:48 AM

    저 빼구요^^

  • 3. 솔이엄마
    '21.5.3 8:20 PM

    어머니께서 외출하실 때 치장하는 시간이 기시군요... ㅎㅎㅎ
    어쩐지 멋쟁이시더라니.....^^

  • 고고
    '21.5.4 10:49 AM

    기본 한 시간 전에 미리 전화해야 합니다.
    옥가락지 끼고 샤넬 안경도 끼고 트랜치코트도 입어야하고

    반면에 저는 츄리닝에 야구모자, 단 오분이면 끝

    그렇습니다. ㅎㅎ

  • 4. Flurina
    '21.5.3 10:08 PM

    3남 1녀신가봐요.
    큰 언니가 되게 미인이실듯~
    다들 출중하시네요

  • 고고
    '21.5.4 10:50 AM

    큰언니가 탤런트 김창숙 닮았어요.
    좀 이뿌긴 해요. ㅎㅎ

  • 5. 노란파이
    '21.5.4 12:08 AM

    전에 올리신 글에 자매들이 어머니 닮아 미인이라고 하셨던 얘기를 확인했네요^^
    고고님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인거죠?
    자식이 여럿이어도 결국 돌보는 자식은 따로 있는 듯해요. “더 파더”의 주제는 이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주제같습니다

  • 고고
    '21.5.4 10:52 AM

    보지도 않고 데려가 속은 놈들이 많아 다시 한번 보자 셋째딸! ㅎㅎ
    더 파더 한번 더 보려고 해요.
    안소니 홉킨스 경이 저희 엄마와 1년 차이 나이세요.
    존경스러운 배우입니다.

  • 6. ilovemath
    '21.5.4 3:42 AM

    가족분들 모두 인물이 참 좋으시네요
    어머님을 향한 복잡한 감정이 절절이 느껴집니다

  • 고고
    '21.5.4 10:53 AM

    미웠다가 짠하다가 맨날 오락가락입니다.
    어제는 돈까스 사다 드렸어요.
    뭐 그러고 살아가지요.^^

  • 7. hoshidsh
    '21.5.4 4:27 AM

    츤데레 고고 님^^
    효녀세요.

  • 고고
    '21.5.4 10:55 AM

    효녀는 무신 놈의 효녀겠습니까!
    엄마의 까탈스러움에 다른 자식들이 버거워하니 제가 할 수 없이
    여기까지 온 거지요.
    서로 더 안 미워하게 안전거리 잘 지키면서 살고 있습니다.
    엄마 스스로 몸을 못 가눌 때가 젤 걱정입니다.

  • 8. 시간여행
    '21.5.4 8:10 PM

    복효근님의 시가 짧지만 상당히 임팩트가 있네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저도 무지하게 바쁠 예정입니다

    고고님 사진의 정답이 이미 댓글에 나와네요~~열심히 찾을려고 했더만 ㅋㅋ

  • 고고
    '21.5.8 4:40 PM

    하하 딱 봐도 삘이 오지 않습니까, 몬 생긴 남자같은 여자아이 ㅎ
    가정의 달 뭐 이런 거 좀 없었슴 좋겠습니다.^^

  • 9. 상상훈련16
    '21.5.5 10:03 AM

    엄마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네요

    엄마가 약 잘챙겨드시고 호전되길 바라요

  • 고고
    '21.5.8 4:42 PM

    사랑이라니 그 무시무시한 ㅎㅎㅎ

    이틀 전에도 묵은 짐때문에 한 바탕 싸우고 어버이날은 거꾸로 새고 있습니다.^^
    엄마 전화 차단할 정도로 제가 뿔이 났습니다.^^

    호전이야 되겠습니까, 천천히 정도이지요.
    엄마가 환자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다가 속에 열불이 자주 납니다.^^

  • 10. 싱아
    '21.5.5 2:52 PM

    미우나 고우나 우리 엄니!

    고고님 동감 입니다.

    우리 엄마는 지금 삐지셔서 전화도 손녀꺼만 받아요.

  • 고고
    '21.5.8 4:43 PM

    대신할 손녀도 없고 집에 강아지들이 말을 좀 했슴 좋겠습니다. ㅎㅎ
    할매 좀 고만 괴롭히라고 ^^

  • 11. 오리
    '21.5.6 2:33 PM

    고고님 어머니 진짜 미인이셨네요. 자매들도 다 인물 좋으시고..
    짠하고 애틋한 애정이 이번 글에는 더 잘 느껴져요.
    저도 방금 아버지에게 함박정식 보내드렸는데 고맙다는 말이 왜이리 짠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오월 잘 살아보아요.

  • 고고
    '21.5.8 4:44 PM

    그래서 얼굴 예쁜 여자는 할마시가 되어도 공주인 줄 아니 이건 불치병입니다.
    엄마 포함 위에 두 언니들 다 사그리 그렇습니다.^^

    5월은 참 여러모로 서글프게 웃는 달입니다.

  • 12. 지나
    '21.5.10 9:02 PM

    고고님 저도 그 영화보고 참 무섭고 슬펐어요. 재작년 엄마 보내고 외로운 아빠 생각에.. 부부사이가 무척 나빴지만 그래서 이젠 못이기는 척 산소에도 안따라가시는 아빠지만 너무 갑자기 늙으시고 안되어보이셔서요

  • 13. 수늬
    '21.5.10 11:27 PM

    저도 오늘 고고님 옛 사진같은 어릴적
    추억어린 사진 몇 장을 병원에 계신 엄마께
    보여드리고 왔어요..
    사진 보면서 그 때 순간 기억 생생한데
    정말 세월은 화살과 같구나...
    곧 내 아들이 또 옛날이 되어버린
    사진 보여주겠지?
    생각이 순간 들면서
    본능적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추억일건데
    왜 맘이 아픈걸까 싶어요..
    인간이 그런가봐요.

  • 14. 소년공원
    '21.5.13 8:24 AM

    몇 달 만에 로그인해서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고 언니 까지 인사하고 로그아웃 하려구요 :-)
    어버이날에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따스하면서도 관조적으로 보여서 고고 언니 다워요 :-)
    어머님의 찬란했던 젊은 날을 기억하는 따님이 있으시니, 그만하면 훌륭한 삶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갑자기 막 수다가 떨고 싶어져서, 인사만 하고 나가려다 잡썰을 좀 풀어보고자파요 ㅎㅎㅎ
    한다리 건너 알게된 분이 어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분인데, 아주 갓난 아기때 입양된 것이 아니라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었던가봐요.
    열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친모를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 그 기가 막히도록 슬픈 사연이야 누가 알겠습니까만은...
    만나고 싶지 않다며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열 여덟 소년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직접 만나기가 싫거나 두렵거나 아파서 그랬던 거라면,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전해주시지...
    (그러셨는지도 모르지요. 저도 한 다리 건너 들은 이야기라...)
    그냥 엄마와 아이 그 어느 쪽이어도 마음 아픈 이야기였어요...
    올 가을에 그 소년은 아저씨가 되어 자신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고 합니다.
    새로운 그 가정에는 이별이란 없이 행복과 사랑이 넘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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