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오븐 주문하고, 어제 도착하고, 어제 베이킹재료/도구 주문하고, 오늘 도착해서
만들어 본 결과물 보고합니다.

첫 타자는 스콘이에요. 제가 머핀류를 별로 안 좋아하고, 담백한 빵을 좋아해서 만들기 쉬워보이는?
스콘을 골랐어요. 10년전 essen 잡지책 부록이었던 얇은 제빵제과 레시피 책이 집에 있어서,
그 중 바나나 스콘을 정한 건 집에 완전 갈색이 돼서 날파리 꼬이는 바나나가 있어서였어요.
나름 작지만 10개 분량 레시피던데 바나나는 한개밖에 안 들어가서 이상하네 싶었는데
그것도 저희 집 바나나가 너무 숙성된 나머지 완전 질어서 손에 다 묻고 절대 뭉치거나 틀로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못되고, 냉장고에 오래오래 재웠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손으로 쩍쩍 떼어서 놓았어요.
바나나 두 개 넣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_-;;
아직 한송이 그대로 남았던데 ;;;;
오븐 팬이 생각보다 작아서 그나마 적당한 양이었지만
의외로 손실되는 분량이 많은 것 같아서 슬펐어요.
베이킹 모드로 돌려놨더니 하얗게 부풀기만 해서 헉, 하고 10분 후에 부랴부랴 계란을 풀어서
스푼으로 계란물을 떠 올려 놨지요. 붓이 있었으면 했지만 진짜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그랬더니 정말 이렇게 구워졌네요.


이 까만 실은 언제 반죽에 들어간거야 했는데
오래된 바나나 섬유 ㅋㅋㅋ
은근히 바나나 향이 풍기는 것이, 그냥 먹어도 달지 않아 좋았고요.
사실 엄마와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다가,
평생 바쁘게 쫓기며 살아오신 엄마가 요새 드디어 요리에도 재미를 붙여보시려 하시고
취미도 가지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싶은 취미를 궁금해 하셔서
베이킹에서 저랑 뜻이 맞아 오븐을 구입한 거였어요.
오랜만에 엄마랑 장도 보러 다녀오고,
제 철인 죽순도 구입하고 마늘도 구입해서 엄마는 하루종일 마늘을 다듬으시고
저는 또 본 건 있어가지고 버터 깍둑썰기해서 냉동보관하고 어쩌고...
빵굽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
"엄마! 빵 냄새 나??" 했더니 엄마는 "이 쪽은 마늘 냄새밖에 안 난다" 고 ㅋㅋㅋ
그러더니 결과물을 보시고는 만족해하시더라구요.
이거 너무 안 달다고 하시길래, 그냥 이렇게 먹거나 잼 발라먹는거라고 하니까
아하~ 하시더니 얼른 커피 좀 끓여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유명한 어린어른님, 킹아서표 레시피로 브라우니에 도전해봤어요.
실패할지도 몰라서 과정샷은 찍지 않았어요 ^^;

완성된 팬입니다. 아직 식히는 중이에요.
꺼내자마자 잘 됐는지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귀퉁이를 뜯어먹어봤어요.
어린어른 님이 강조하시던 껍닥!! 버터와 설탕을 녹이면서 거품올라오게 하는 이유라던 그 껍닥!
아앙...♡ ㅠㅠ 너무 맛있었어요.
1/2 양을 줄인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했구요.
전자저울의 존재이유가 너무나 확실하게 느껴진 과정이었어요.
다만 설탕 양을 20-30g 정도 줄였어요. 달까봐...
그리고 초코칩을 별로 안좋아해서 다크초콜릿을 조금 부숴서 넣었는데 다 녹아서 존재감이 ㅎㅎ

껍닥이 잘 올라온 건가요? 껍데기 느낌이 나긴 했어요. 겉은 살짝 바삭, 속은 완전 촉촉하다못해
줄줄 흐르던데 제가 식히기 전에 먹어서 그런가봐요. 다 굳히고 나니 촉촉한 상태로 굳더라구요.

갈라진 틈 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촉촉한 안. ;

거의 이 수준 ;;; 그러나 엄마와 저는 신나게 집어먹고 뜯어먹고...
엄마가 맛있다고 하셨어요. 초콜릿 킬러인 오빠 좋아하겠다고.
일 벌려놓은 김에 발효빵에 도전했어요. 겁도 없지..-_-;;
열심히 조심조심 계량하고 섞고 하다가 오븐에 넣어놓고나면,
설거지하면서 다음 것 준비하고, 넣어놓은 걸 꺼내고 나서 조금 있다가 예열필요없이 바로 넣어버리고
이러면 되겠더라구요.
발효빵 반죽 치대는 도중에 오빠네 가족이 왔는데,
초콜릿 킬러인 오빠는 역시나 브라우니를 반이나 해치웠어요. 맛있다 좋다 이러면서.
초코케이크 좋아하는 조카도 초코빵 주세요 초코빵 주세요 하면서 먹고,
전 옆에서 열심히
왜 모닝빵 반죽이 이렇게 진 걸까, 왜 뭉쳐지지않는걸까, 매끈해지지않을까 하면서 계속 치대다가
포기하고 대충 성형해서 1차 발효를 시켰죠.
신기하게 커지더라구요?
2차 발효를 하면서 팬에 반죽이 조금 모자라고 사이사이가 듬성듬성해서
과연 한번 커졌는데 또 커질까 싶었는데 정말 또 퍼지면서 붙어버리고 뿌듯 ^^

그래서 발효빵을 준비하고 오븐에 넣어놓고는
외출하러 간 오빠네가 올 때 주려고 또 어린어른 님 브라우니 2번째 도전.
하는 김에 손에 익게 하려고 이번에는 자신감 갖고 했는데
버터설탕까지는 잘 했는데, 반죽이 훨씬 훨씬 된 거에요. 흐르기는 커녕 정말 너무 뻑뻑해서...
알고보니 제가 밀가루랑 코코아가루를 1/2을 안했더라구요. -_-;
첫번째 만든 레시피 분량 적어놓은 종이를 중간설거지하면서 버려서 ;;;
그래서 버터설탕을 얼른 더 넣었어요. 근데 버터가 설탕보다 조금 더 들어갔다 싶었더니
역시 결과물에서 조금 더 기름기가 묻어나오네요.
엄마는 옆에서 "원래 실수해보고 해야 손에 익는다"고 하셨지만-_-

이렇게 정신없는 사이에 모닝빵 색깔이 너무 났다 싶었어요.

먹음직스럽긴 했는데 역시나
너무 익어서 ㅠ.ㅠ 발효빵스러운 닭살이 나오지않고
스폰지빵처럼 돼 버렸어요. 먹기도 좀 딱딱하고...
이 모닝빵은 컨벡스 오븐 살 때 따라온 미애님(키톡에서 자주 뵈었어요^^) 외 3분 블로거들이 공저하신 책을
따라했는데, 발효빵 반죽하는 게 따로 나와있어서 열심히 따라하고 나중에 2차 발효부터
원 레시피로 돌아와서 보니까 재료에 꿀이랑 요거트가 있었더군요. ㅠ.ㅠ
언제 넣었어야 하는거지 ㅠ.ㅠ 그래서 퍽퍽한 건가 싶었어요.

닭살이 조금 나오다 말고 구멍이 뽕뽕 뚫려서는. ㅠㅠ
새언니가 먹어보고는 맛은 있는데 약간 시큼하다고...ㅠㅠ
중간에 반죽이 너무 질어져서 절대로 매끈해지지않길래 무서워서
이스트를 조금 더 넣었더니 그런가봐요. ;;;;

그 사이에 두번째 브라우니가 구워졌습니다.
코코아 가루 113g 잘못 넣느라 주문한거 거의 다 쓰고 -_-;;
세종류 빵 만들어보느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사다놓은거 다 봉지 뜯고 ;;;
두번째 브라우니에는 다크초콜릿 넣지 않았어요. 초콜릿을 추가해서 안이 흘러나올 정도로 촉촉했나 싶어서...
완전히 식고나니 다 굳었지만요. 그건 이미 두번째 브라우니가 구워져 나온 후라서 ;;

아까가 더 껍닥이 딱딱하게 잘 구워진 것 같기도 하고.
첫번째 때는 덜 익히는게 무서워서 조금 더 구웠거든요 ;;;;
그랬는데 미처 다 식지 않은걸 틀에서 빼다가
엄마가 식힘망에 엎으라고 하시는 걸 그대로 따라해서는 브라우니가 반으로 쪼개지고 ㅠㅠ
안의 질척질척한 내용물이 식탁에 다 쏟아지는 참사가 일어났어요. ㅠㅠ
엄마가 이걸 찍으라고 하셨지만 그때는 식탁을 핥아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ㅋㅋㅋㅋ
엄마도 저도 다 손가락으로 급히 닦다가 뜨거워서
앗 뜨거워 앗 뜨거워 하면서 핥아먹다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겨우 수습한 ;;;; 아직도 속이 뜨거운 브라우니 입니다.
첫번째가 계량을 정확하게 한 거고
두번째는 가루류를 2배로 잘못 넣고 나머지를 맞추느라 뒤죽박죽이에요. -_-;

아무리 그래도 이거 뭐 초코크림도 아니고 ㅋㅋㅋ

이렇게 흘러도 되는 겁니까 ㅋㅋ
저는 스압을 좋아해서 큰 사진을 많이 올렸어요...^^;
초보 주제에 과정샷 까지 찍을 자신은 없었지만요.
혹시 사진을 보시고 제가 뭘 잘못했다든지 하는 게 보이시는 키톡고수님들!! 제발 말씀해주세요.
특히 모닝빵...
엄마가 팔꿈치가 안좋으신데, 달지않고 담백한 발효빵은 엄마는 못 만드시겠더라구요.
그래서 제빵기라는 게 있다고 말씀드렸죠 ㅋㅋ
제가 하면 되니까 상관은 없는데, 계속 책에 쓰여있는대로
길게 늘이고 다시 접고 접은 후 던지고 하면서 치댔는데 반죽이 윤기나고 매끄러워지고
도마에서 잘 떨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손에 다 묻고 계속 진 반죽인 채고 ㅠ.ㅠ
나중엔 날밀가루라도 섞어야하나 이러고 있었어요.
발효는 스티로폼 발효를 찾아볼 시간이 없어서
베이킹 재료 주문할 때 버터 담겨온 스티로폼 박스를 잘 보관해두고
오븐의 발효기능을 이용했어요. 뜨거운물 넣구요.
1차성형할때 크기도 2.5배 정도 커졌고, 가운데 손가락 넣어봤을때도 깨끗하게 빠진 건 아니지만
그만하면 괜찮았고 ;;;;;;;;;;;;;; 2차 성형도 많이 퍼지던데, 팬에 올려놓을때 까지도 반죽이 깔끔하진 않았어요.
(가스를 뺀다는 얘기만 들었지 진짜 보니까 기포가 생기면서 참 신기했어요. ^^)
자유게시판에, 컨벡스 오븐으로도 키톡에 나오는 것처럼 베이킹이 되느냐고 물었을때 답변해주신
나비 님 감사합니다. 키톡 구경 많이 했었는데, 나비님 글도 정말 많이 봤었어요.
그때는 '이 분도 비싼 오븐으로 하시겠지?'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 날 운이 좋았는지
자게에 질문 올린 날 바로 컨벡스 오븐 리퍼브 공구를 하는 걸 리플로 알게 돼서 구매했죠.
제가 받아보지 못해서 하자여부는 잘 모르지만, 기본 팬이 한 장이 안 왔어요...-_-;;;
온도를 컨트롤할때 밑에 깔고 할때도 쓰던데, 다음주에 전화해야겠어요. -_-
어린어른 님 킹아서 레시피 주신 것도 감사하구요.
더 연습해서 손에 익을 때까지 만들어봐야겠어요. 반응이 좋아서 무척 기뻤답니다. ^^
저는 의외로 스콘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버터 분량을 조금 더 줄여보고싶긴 해요.
저희 엄마가 만드신 압화(프레스 플라워) 스탠드예요.
저 시집갈 때 주시려고 만드셨다더니 남동생 주셨네요? ㅋㅋ




불 켜니까 너무 예쁘죠. 심플하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