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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 오는 오후의 차 한 잔, 그리고 고구마 스콘

| 조회수 : 4,410 | 추천수 : 40
작성일 : 2009-03-05 21:40:22
흐린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엔 따뜻한 차 한 잔의 마법이 꼭 필요해요.
향긋한 차 한 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비 오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리를 잿빛으로 가라앉히던 빗줄기가 생명의 비 또는 운치 있는 비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거든요.
달콤하고 고소한 빵 향기로 집안의 눅눅한 습기를 날려버리면 그 효과는 배가 되죠.
따뜻한 차 한 잔과 빵 한 조각이 있으면 단조롭게 내리는 비에 음률을 붙여가며 감상할 여유도 생겨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제가 준비한 마법 도구는 그저 소박하기만 해요.
별 모양도 없이 손으로 그저 툽툽하게 빚은 투박한 고구마스콘 몇 조각이에요.
호박고구마를 쪄서 푹푹 으깨넣고, 밀가루에 달걀 2개, 우유 조금, 포도씨유 조금, 베이킹파우더 조금, 설탕 조금,  소금 더더 조금을 볼에 툭툭 집어넣고 섞어서 쓱쓱 만들어낸 거죠.
스콘은 참 좋아요.
저 같이 계량도구도 변변하게 없고 섬세함도 역시 없는 사람이 생각난 김에 후다닥 뚝딱 구워내도 만들어지니까요.

클로티드 크림은 고사하고 잼도 버터도 없이 그냥 담백하게 먹었어요.
평소에도 잼이나 버터 잘 안 발라 먹으니까 집에 아예 없거든요.
따뜻한 차는 당연히 곁들였죠.
아니, 아니, 차 마실 때 스콘을 곁들였다고 해야 더 옳겠군요.^-^;;
아마도 홍차가 더 제격일 테지만, 장미차를 투명하고 큰 병에(티팟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병이에요.) 한 가득 우려내서 엄마와 마셨어요.
장미꽃잎에 재스민과 구기자가 혼합된 차였어요.
요즘 꽃차에 맛을 들여서 장미차, 한련화차, 매실꽃차 등을 자주 우려 마셔요.
물 속에서 나풀거리는 꽃잎이 예쁘기도 하고, 그걸 바라보며 마시다 보면 왠지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요.

반 년 정도 밤마다 커피를 마시며 맹렬하게 보내다가
이제야 스콘 사진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던 ebony였습니다.
게다가 키.톡. 질 떨어뜨리기의 진수만 보여드리고 가네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킴비
    '09.3.6 9:55 AM

    절대 질 떨어지지 않습니다.ㅎㅎ
    고구마 스콘 맛 보고 싶습니다. 무슨 맛일까나...
    어제 사무실에 앉아서 비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ebony님의 이야기를 머리속에 그려보니 저도 빨랑 결혼해서
    비오는날 아이들 기다리며 빵 굽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

  • 2. 나누어요
    '09.3.6 10:39 AM

    옥수수 스콘은 먹어 봤는데 고구마 스콘은 특이하네요
    어떤맛일까? 시간나면 한번 만들어 봐야겠어요

  • 3. 하율
    '09.3.6 11:25 AM

    매실꽃차??
    저희집에 매실나무가 두그루 있는데 꽃피면 따서 말렸다가 마시면 되나요?^^

    사과꽃은 어떤가요. 이것도 차로 마실 수 있나요?

  • 4. 지니
    '09.3.6 11:33 AM

    스콘 레서피좀 알수 없을까요? 동감해요..스콘류나..비스킷같은류(kf*)는 별다른 비법이나..도구 없이도 따라하기가 그나마 쉽드라구요..
    하여간..고구마 스콘 우리 아기 구워서 주고 싶은데..레시피좀..

  • 5. ebony
    '09.3.7 12:24 AM

    킴비 님...고구마스콘은 고구마가 들어가는 대신 밀가루가 덜 들어가서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에요.^-^ 그런데 저도 아직 미혼이에요. 아이가 아니라 엄마를 위해 요리를 만드는 딸이지요. 공부를 좀 길게 하느라 사무실 정규직 일은 못하고 그저 프리랜서처럼 일하고 있어서 중간중간 저렇게 비는 시간이 생긴답니다.

    나누어요 님...제가 마구잡이로 고구마를 많이 넣고 밀가루를 팍팍 줄여서 질감은 포슬포슬한 빵인데, 맛은 고구마맛만 나요. 굳이 더 근접하게 말하자면 담백하게 만든 매시드 스윗포테이토맛이랄까요...?^-^;;

    하율 님...저는 직접 말려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속삭임'이라는 꽃차 시리즈를 사서 타 마시는 것이라 잘 몰라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보기에는 그냥 꽃잎을 그대로 말려 놓은 것을 밀봉해서 파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직접 말려서 마시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매실꽃차에는 매실꽃과 매실열매를 말려서 넣어 놨더군요. 마시면 은근히 새콤하고 맛있는 데다 소화가 잘 되어서 좋아요.^-^

    지니 님...기존의 스콘에 삶은 고구마만 으깨서 넣으시면 돼요. 고구마를 넣는 대신 밀가루를 덜 넣고요. 저는 호박고구마를 어른 손바닥 만한 걸로 다섯 개 삶았어요. 익은 고구마는 한 김 식은 다음 좀 따뜻할 때 껍질을 까서 으깨요. 비닐팩에 넣고 사정 없이 뭉개면 편하답니다.
    한쪽에서는 볼에 포도씨유 3~4큰술과 설탕 3~4큰술을 넣고 섞다가 달걀 1개를 깨어 넣고 계속 섞어요. 볼에 으깬 고구마를 털어 넣고, 거기에 밀가루를 고구마보다 조금 더 적게 넣어요. 그런 뒤 베이킹파우더 한 꼬집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우유도 3분의 1컵쯤 부은 다음 날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만 슥슥 섞어요. 밀가루와 우유로 반죽의 질감을 조절하세요.
    이제 대충 모양 잡아 빚어서 오븐에 돌리기만 하면 돼요. 전 오븐토스터밖에 없어서 예열 같은 거 없이 그냥 봐 가면 10분 정도씩 굽는답니다.
    제가 무슨 요리든 눈 대중, 손 짐작으로 대충대충 만드는 사람이라는 게 설명에서도 너무 여실히 드러나네요. 그래도 82쿡 회원 분들이라면 이런 어설픈 레시피를 말씀드려도 알아서 업그레이드 시키셔서 아마 저보다 더 맛나고 폼나는 스콘 만드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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