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오늘 오후 친정엄마가 전화 왔네요, 직장으로...
추석 때 빈대떡 해주려고 했는데 못해줬다고, 오늘 부쳤으니 내가 가져다줄까?....
퇴근 후 큰 아이 데리고 병원 가려했는데....
그럼 너희 집에 갔다놓을께, 저녁에 먹어라....
집에 돌아와 보니 냉장고에 오후에 부친듯한 빈대떡이 들어있네요.
녹두 갈아 만든거니까 맛은 있지만, 솜씨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ㅠ.ㅠ

저희 엄마 요리 잘하셨습니다.
요리 배우는 것도 좋아해서 그 옛날에 집에서 신선로와 구절판, 중국요리까지 맛보곤 했답니다.
손님 치루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셔서, 일년에 두 세번, 30~40명되는 명절친척손님들(외아들이지만, 고모가 일곱 분 이셔서
사촌들 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은 물론이고 아버지 회사의 외국손님 대접도 집에서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엄마가 나이가 드시니 음식하는 걸 제일 먼저 귀찮아하시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의 특허음식. 남은 국물 아까와서 계속 재료를 첨가해서 끓여대는 찌개.
재료가 빠지면 귀찮아서 대충 아무거나 넣어 만드는 국적불명 음식.
제 동생과 아버지, 이젠 엄마가 한 음식에 불평이 많습니다.
제가 만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음식은 약식입니다.
이또한 울 엄마가 요즘 열심히 만들고 있는 거죠.
특히 당신 외손자가 잘 먹는다고 우리 식구가 가면 으례히 한통씩 만들어 놓으십니다.
이 약식. 맛있기는 한데 역시 그 귀차니즘으로 염색 부족일때도 종종 있고,
당분부족으로 설탕을 나중에 솔솔 뿌리시기도 하고, 가끔 잊어버리고 바닥을 태우기도 합니다.
입 짧은 우리 식구들. 한번 맛있게 잘~ 먹으면 그다음에 언제 먹을지 잊어버리고 사니,
한통씩 가져온 약식을 다 못 먹고 버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 못하고 언제나 기쁘게 받아옵니다. 잘 먹겠다고...
울 엄마, 참 좋아하십니다.

사실 저 여기 글 올리시는 다른 분들처럼 그렇게 친정엄마랑 다정하고 애틋한 사이는 아닙니다. 그냥 덤덤하죠.
서로 성격과 취향이 달라 전 좀 불편했습니다. 어릴적부터.
오히려 아버지가 더 좋았죠. 결혼 후, 금전적인 복잡한 문제로 엄마에게 감정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시니 애잔하고 불쌍하더이다.
저도 키톡에 올라오는 맛있게 보이는 님들의 빈대떡, 그 유명한 꽃게님의 약식,
맛있게 만들어 울 식구들 먹이고픈 생각이 불끈불끈 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나마 울 엄마가 만든 빈대떡과 약식은 아무도 안 먹을까봐.....
나중에 엄마가 못 만드시는 날이 오면 그때나 되서 해봐야지... 한답니다.
ㅋㅋ 이래서 음식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