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독지앵 야옹이네 언니입니다.
저는 만 25세의 미혼 처자구요,(아...한국나이로 27, 이제 막 다 자랐습니다.^^;)
독일의 구 동독 작센주의 한 소도시에서 살고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구동독 사람을 일컬어 Ossi라고 합니다. 그러나 동독의 아가씨!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하다가
파리지앵의 엘레강~스한 느낌을 내보고 싶어 동독지앵이라고 말장난처럼 이름 붙였습니다.)
짧은 시기에 체제가 3번이나 바뀌었기에, 영원하고 절대적인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이 재미있는 지역을 체험해보고싶어서 이곳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보통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남부 독일의 풍경, 의상, 음식 등인데요,
제가 사는 이곳은 그런 이미지와 약간 다른 묘미가 있는 곳이랍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엔, 이 도시의 풍경에 조금 놀라웠었어요. 꼭 베이징에 갔을때의 기분이었습니다.
넓게넓게 구획 된 도로와, 공산주의 스타일 건물,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나가면 다 쓰러져가는 폐건물 등...
하지만 예술적이며 오픈마인드를 가진 매력이 많은 사람들,
한마디를 건네면 10마디가 돌아오는 매우 한국적(?) 오지랖넓은
정서 등이 재미있어요. 특별한 목적없이도 집 밖에 나가면,
돌아올때까지 하루에 한번은 누군가와 대화하게 됩니다.^^;
저는 82cook을 순덕이어머님(독일의 유명하신!)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분의 글을 보다가 흘러흘러 이곳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요리실력으로는 키톡에 데뷔할 수준이 못된답니다. ㅜㅜ 그렇지만
그저... 제 손으로 요리해먹고 살아본지 2년 밖에 안된 넘의 귀여운 재롱 정도로... 귀엽게 봐주셔요.
우선 동네사진 몇장으로 글의 서막을 엽니다!
사진중에는 독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제가 사는 곳을 알아 맞추실수 있는 강력한 심볼이
들어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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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같이사는 친구가 거사를(흡사 한국드라마에 나올법한 치정극) 치르고 돌아와,
그것을 위로하는 의미로 요리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물! 허브의 일종인듯 추정되는 이것이 오늘의 요리의 주인공입니다.
이것은 뒷산에서 채집해온 것을 말린 것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동네아주머니들 계의 아이돌이라
아주머니들이 운동 겸 나물을 캐러 가실때 저를 종종 데려가 주셨는데요,
뭐가뭔지 열심히 설명해주셨지만 기억이 나지않고, 먹을수 있고 몸에도 좋고 약으로도 쓴다는데....
고민하지말고 먹어봅니다!
실험정신이 가득한, 정체불명의 스프가 시작됩니다.
2시간동안 고아둔 닭육수에, 부들부들한 닭고기, 허브나물, 당근, 브로콜리, 공주님콩 (이라고 독일에서 부르네요),코리안더, 기타 냉장고에있는 야채를 넣었습니다.
뒤에 있는 것은 스파게티 면 삶고 남은 여분을 잘게 잘라서 올리브오일에 허브와함께 볶았습니다. 볶음밥처럼.
상차림은 이런식으로, 투박하게 하였습니다.
토마토와 연어상추쌈과 함께.
완성된 스프 한 대접. 맛은 그저 건강하고 심심합니다.
독일에 살면서 달라진 식습관이, 고기를 적게먹고 주로 야채를 먹게된 점입니다.
워낙 육즙이 풍부한 고기가 지천에 널려있다보니, 물려서... 도리어 야채가 땡기더라구요.
두명의 오리지날 동독지앵 아가씨들과 발콘에 앉아 도란도란 나눠먹습니다.
잘게 썰은 국수를 말아도 먹고...
무섭게 서있는 고양이와 함께 마녀가 나올듯한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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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해먹었던 요리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이거슨...저의 비밀병기 1호 [부처님 쿠키틀] 입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선물 걱정은 문제없어요.
유산지 위의 부처님들께서 아름답게 가부좌를 틀고 계십니다.
수햏하시느라 바짝 마르셨던 부처님들께서, 오븐에 계시다 나오니 이렇게 통통해지셨어요.
이렇게 허여멀겅하지만 이래뵈도 녹차쿠키입니다!
구워진 쿠키는 부처님 에스프레소 찻잔과 함께 냅니다...
****실험적 파티요리
저의 비밀병기 2호입니다.
쌍둥칼은 비싸고, 수제 칼을 샀습니다. 젊은 청년이 직접 만들어 파는 칼입니다.
청년이 장터에 나올때만 살 수 있습니다.
투박하고 큰 칼이지만, 단단한 야채가 무척 얇게 썰리네요.
이 정체불명의 요리...
저희 동네 주민 파티때 함께 냈던 음식입니다.
저는 그저 맑은 소고기무국을 끓이고 싶었던 것인데... 같이사는 동독지앵들이
김치를 넣자 인삼을 넣자 이것저것 한국식재료를 덥썩 덥썩 집어넣어서.... ㅜㅜ 이름을 붙일수 없는
실험적 음식이 탄생했습니다. 마지막엔 밥까지 얹었어요. 전 안먹고 싶어요.
인삼이 들어갔다는 이유에서인지, 많은 분들이 잘 드셨습니다. 몸에 좋다면 쇠라도 씹어드십니다!
카레가루와 야채볶음입니다. 볶음치고 물이많아 안습이지만...
옆집 아주머니가 구워오신, 사람이 먹을만한 고기와 함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내공을 쌓아, 업그레이드 된 요리를 들고 나타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