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하고 계신가요?
저는 크리스마스에도 출근한 신랑덕에 7시부터 일어나 혼자 인터넷하고 있어요..ㅠㅠ
신자도 아니고, 신랑이 출근 안했어도 딱히 엄청 멋진 하루를 시작하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래도 다들 들떠있는 분위기에 혼자 있으니 왠지 쫌...그래서 키톡에 수다나 실컷 떨려구요^^
작년 크리스마스는 결혼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어요. 그때는 수원-부산 주말부부를 하던 때라
부엌이 낯설고,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크리스마스 전후로 휴가를 내서 며칠 내려와 있었던
기억이 나요.
내려와 있는 거 뻔히 아시는데 가만히 있기도 뭐하고 그래서 시부모님 모시고 식사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진짜로 할 줄 아는게 없어서 하루종일 부엌에 붙어 있어도 결과물은 참담했었거든요.
한식으로 차릴 엄두는 안나고 해서 연어스테이크랑 마늘빵, 샐러드, 샹그리아 등 인터넷 뒤져뒤져 차렸는데.
긴장해서 맛이 어땠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아버님께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엄청 비싼 연수기를 터억 달아주셨더랬어요.
신랑이 너 일당 엄청 세다고 추켜세워 준 기억이^^
별일 없었으면 올 크리스마스에도 부모님 모시고 식사했겠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어제)가
"제사"였거든요. 엄청 안어울리는 조합이죠? ㅋㅋ
1년 제사가 12월, 1월에 모두 몰려서 12월엔 1주일에 한번씩 제사였어요.
이제 대망의 할아버지 제사(마지막 제사)만 남겨놓고 있네요. ^^v
제사 덕분에 하루가 멀다하고 시댁을 들락거렸더니 어머님과 부쩍 가까워졌어요. 저랑 동갑내기인 딸래미를 두신터라 저를 잘 이해해주시기도 하고 자주 보니 정들고, 맘이 자꾸 간다시면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챙겨주세요.
그치만 제사음식...질리잖아요...ㅠㅠ
원래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준비하면서 먹고, 제사 지내고 먹고, 싸와서 또 먹으니..
어머님도 그러시더라구요. 이번달 내내 제사음식땜에 다른 거 먹고 싶어도 안 먹어진다고..
그래서 어제 제사음식은 통째로 신랑 회사에 보냈어요.
신랑 회사는 아버님께서 손수 일구신 곳이라 예전엔 어머님께서 김치도 200-300포기씩 해서 나르고 그러셨대요.
그 정도로 애정이 있으시니 어제도 음식을 꼼꼼이 싸 주시더라구요.
남들 노는 날 일하시는 분들이니 남은 음식이라도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남편이 결혼 전에는 제사때 어머님이 싸주시는 음식을 고대로 회사에 가져다 주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그런게 없으니 일하시던 "이모님들"(경상도에선 아주머니대신 이모님이라고들 많이 하시나 봅니다. 듣기 훨씬 낫지요?)
이 기다리시더랍니다.
진작 말해주지...저는 몰랐거든요...떡만 좀 보내고 그랬었는데...
괜히 저 야박한 마누라 된 것 같아서 엄청 민망하더라구요..
질리는 제사음식으로 생색이나 낼 것을 괜히 이것저것 해먹었지 뭡니까!!!
문어는 비싸다는데 잘 안먹어져서..데친 문어...먹다가 버리기도 했는데
지난 번엔 오징어볶음마냥 양파넣고 고추장+간장+매실 넣고 양념해서 볶아버렸어요.
제사나물로 비빔밥 해주면서 고추장대신 넣으려구요.
돌솥이 없어서 아쉬운대로 뚝배기 비빔밥이에요. 돌솥에 눌러먹는 밥이 맛있는데 뚝배기는 달구어도 그리는
안되나봐요..
문어가 쫄깃해서 괜찮더라구요. 부러는 안사도 이렇게 생길땐 볶음해서 먹어야겠어요.
지난 주 토요일이었나봐요. 역시 출근한 신랑.
혼자 지붕뚫고 하이킥과 미남이시네요를 오가다가 생각보다 일찍 퇴근한 신랑에게 리모콘을 뺏기고
입 쑥 내밀고 구웠던 포카치아.
간만에 피자랑 먹으려고 구웠어요.
저는 네모난 포카치아가 엣지!있다고 생각하는데 틀이 없어서 그냥 동그랗게 구웠어요.
뭐 어때요. 끄트머리 자르면서 다 먹어버리고 일케 네모나게 잘라서 내 놓으면 되는데요 ^___^;;;;
올리브유+발사믹비네거에 빠뜨려서 먹어야 제맛.
이 날은 또띠아로 고르곤졸라 피자 구워서 농구보면서 먹었는데, 치즈가 원래 사먹던 치즈보다 향이 넘 강해서 좀 별로 였어요. 신랑말이 "다시는 피자 구워달란 말 못하게 하려고 치즈를 쏟아서 구운 것 같다" 고.
들은 척도 안하고 포카치아만 두 접시째.
양심상 반 덩어리는 남겼어요^^;;;
그렇게 열심히 먹어도 여전히 2kg 남은 닭가슴살은 또 저며서 양파랑 볶아볶아 샌드위치
계란후라이 2개 해주면 왠지 브런치 레스토랑 같잖아요.^^;; 소세지가 있었으면 좀 덜 심심했을 것을.
스팸이라도 해줄껄...
일욜아침 이렇게 먹고 아바타 보러 갔었어요. 이거 보셨나요?
저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보면서 자는 사람인데,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어디까지 실사이고 어디까지가 CG인지.
가 궁금하기보다 아바타의 늘씬한 허리와 복근에 눈이 가서...--;;
아바타 보고 나왔는데 어머님께 부재중 전화.
주말에 오라고 잘 안하시는데 모임에서 소한마리 잡아서 고기를 나눴는데 와서
고기 좀 가져가고, 곰국도 먹고가라고...
주시면서도 "OO가 그리하려나 모르겠다" 라고 눈치를 보시네요.
같이 부산에 살지만 거리가 멀어서 신랑이 잘 안가려고 해요. 그 말씀 하시니 갑자기 죄송하더라구요.
드리지는 못하고 얻어오기만 하면서 눈치까지 보시게...
얼른 가서 소고기 수육 잔뜩먹고 곰국먹고, 소소기 잔뜩, 곰국 잔뜩 얻어서 왔어요.
"곰국 잔뜩 얻어왔으니 이제 나는 여행 좀 다녀올께" 했더니
자기는 곰국 별로 안좋아하니 굳이 안 끓여놓고 다녀와도 된대요. ㅋㅋㅋㅋㅋ
시댁에서 수육먹던 날. 양주 두병 비우고 힘들어 하는 신랑이 "제발" 라면 좀 끓여달래요.
다른 살찌는거는 잘도 먹으면서 라면은 절대 "공포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는 저 인지라
라면을 잘 안주거든요.
그래도 해장은 시켜줘야 하니, 멸치+새우+다시마 육수 내서 김치와 라면스프 약간으로 간하고
한치+새우+조갯살+콩나물 넣고 끓여준 해장라면이에요.
저 뒤 법랑냄비는 "면 냄비".
롤러코스터에서 남녀탐구생활, 라면끓이기 편.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어요. 제가 하는 짓이랑 똑같아서.
라면살 때 칼로리 다 따져보고, 끓일때 면 따로 끓이고, 국물 안먹고,
혹시라도 먹고나면 살 잡아보고..ㅋㅋㅋ 하는 짓이 똑같아요.
단지 저는 정가은 처럼 잡아도 잡히는 살이 없는 게 아니라 지대로 잡히지만.--+++
라면에 빠지기 쉬운 칼슘은 우유를 넣어 보충한다지만 우유 넣기는 왠지 두려워서 멸치볶음이랑^^;;
라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요리....라고 외치는 해물라면.
동지라고 해서 팥죽도 해 봤어요. 아빠 딸인지라 팥 들어가는 거 다 좋아하거든요.
남들처럼 정성들여는 못하고 그냥 날라리로 끓였어요.
압력밥솥에 두번 연달아 삶으니 이렇게 문드러지게 삶아지더라구요.
체에 안내리고 그냥 믹서기에 갈았어요. 미니 믹서기밖에 없어서 좀 여러번 가느라 귀찮았지만 체에 내리는 정성보다야 뭐^^;
믹서기에 갈고 체에 내려보려고 했더니 잘 안되더라구요. 괜히 체에 붙은 팥을 반 그릇은 버린 거 같아요.
아깝게스리.
찹쌀+멥쌀 섞어서 질게 밥을 해버렸어요. 이거 퍼지게 죽을 젓지 않으려고..
만년초보님처럼 이쁘게, 동글세 새알심 만들려고 했지만...팥 파시던 할머니가 손시린데 열심히 새알심 만들고 계시잖아요...도와드린다는 핑계로 새알심도 샀어요 ㅋㅋㅋ
끓는 물에 익혀서 찬물에 샤워. 귀엽다^^;
이렇게 날라리로 했더니 십분도 안 끓였는데 죽이 용암 폭발하듯 폭폭.
엄마가 화상입을지 모르니 장갑이랑 마스크 끼고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십분도 안되서 다 되니
엄청 허무하고...혼자 마스크랑 장갑낀게 챙피하고..
한 번 익힌 새알심을 죽에 넣었더니 다 퍼져버려서 형체없이 사라졌어요.ㅠㅠ
그리고 죽이 좀 느끼해졌어요. 이로써 남편은...팥죽이란=별로 라는 공식을 만들었나봐요.
담날 아침에 팥죽 먹을래라고 하니, 싫고 걍 곰국 달래요..
곰국 별로라더니 팥죽이 정말 별로란 얘기죠...ㅠㅠ
실수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동짓날 바로 다음이 제사니까 좀 더 해서 어머님 가져다 드렸는데
그때는 새알심을 익혀서 그냥 얹기만 했어요. 그러니 안 녹고, 안 느끼했을 거라고........생각해요......
(사실 안 먹어봐서 몰라요 ㅠㅠ)
두부랑 새송이버섯을 사다놓고 못먹고 있어서 자꾸만 걱정이 되는 거에요.
어떻게든 이거를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억지로 차린 밥상이에요.
갑자기 와인을 먹자고 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밥상이 되었지만
두부도 먹고, 버섯도 먹고, 남편이 울부짖던 육회도 먹었던 저녁
저희는 둘다 육회를 엄청 잘 먹어요^^;;;
어머님이 고기 주실때도 육회거리 있냐고 챙겼어요.
냉동실에 얼렸다 썰어야 잘 썰린다고 하셔서 징그러운 줄도 모르고 우유팩 놓고 열심히 썰었어요.
엄마가 보셨으면 기절하셨을 듯.
지난 번 제사때 작은 집 그릇을 제가 가져오는 바람에 빈 그릇 돌려드릴 수 없어서 제일 시간 안걸리는 거로
구웠는데, 역시 선물할때는 건강이고, 칼로리고 다 생각안하고 그냥 버터, 설탕 넣고 구워야 하나봐요.
괜히 오일넣고 구웠더니 맛이 별로라서 드리면서도 찝찝했어요.
작은어머님, 늦둥이 도련님을 키우시는 터라 초코칲 넣고 초코머핀도 구웠는데 코코아가루를
레시피보다 10g 더 넣었다고 저렇게 까맣게 나올 수가 있나요?!
이렇게 가져다드리기로 하고
아침에 먹어봤더니 초코머핀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바나나 코코넛머핀은 영 아닌거에요.
윗면 색깔이 안나와서 몇분 더 구운게 오버베이킹 되어서 그런건지 좀 딱딱하고..
못 드리겠더라구요..
얼른 초코머핀을 다시 구웠어요. 이번엔 레시피 지켰더니 색깔이 정상적으로 나왔어요 ㅎㅎ
먼저 구웠던 것과 비교해보니 처음 구운 것이 더더더 까매보이네요.
맛없는 바나나코코넛 머핀은 빼버리고 초코머핀으로 다시 넣어드리고 까만애는 제가 먹었어요.
색깔은 징그럽도록 까매도 맛은 괜찮아요. 달다구리니까^^;
크리스마스 케잌 안 먹을거니까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
오늘은 뭐해먹어야 할까요??
크리스마스 디너 외식은 주말에 하기로 했으니 오늘은 뭐 해먹어야할 것 같은데.
역시...수다떨고 나면 마무리가 난감해요. 그냥 갈께요~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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