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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못하는 것과 싫은 건 짝을 이룬다네...

| 조회수 : 10,734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03-07 17:02:19

찬밥과 자투리 야채가 있던 날.
작은 볼에 쓸어 담아 소금간하고 적당한 크기로 뭉쳐
버터 두른 후라이팬에 눌려 구웠다.
볶음밥의 모양 다른 버전쯤 되겠다.


취향에 따라 케찹을 발라도 괜찮다.
밥전 만들고 열기 남아 있는 후라이팬에 양파 한번 휙~ 볶아주고 후추 뿌렸다.
 
밥전, 요즘 일요일 아점으로 먹는 메뉴중 하나다.




고사리, 도토리묵 무침, 이것저석 넣은 밥.
 
밤새 불린 고사리 볶고
묵은 심심하게 양념간장 뿌려서....
역시 자투리로 남은 오이 상추에 포도도 깔았다.
 
밥은 현미에 콩, 말린 호박, 자색고구마를 넣어 지었다.
단 맛이 없어 샐러드로나 어울리는 자색고구마가 쌀과 만나니 제법 단 맛이 났다.


김치가 없다며
후다닥 김치 썰어와
세식구 앉아.....

-------------------------------------------------------------------------------------

 

 

K에게

 

“못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짝을 이룰 때가 많다.”

못해서 싫은 건지, 싫어서 못하는 것인지 선후야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취 없으면 흥미를 잃고 멀리하는 거야’ 당연지사다.

하지만 삶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잘하고 좋아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싫어하고 못하는 것이 닥쳤을 때 주저앉아 낙담하거나 필할 수만도 없다. 삶은 늘 현재이고 선택이니까.

만일 지금 무언가 벽에 부딪쳐 주저앉아 있는 이가 있다면,

주저앉아 있는 지금․그곳이 그의 삶이고 계속 그러고 있을 건지 말지 선택도 그의 삶이되는 거란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대개는 스스로 만든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삶이 어찌 좋을 수만 있겠니.

‘싫다.’ 찡그리고 멀리 하기 전에 한 번 그냥 꾹 참고 넘어보기도 하렴. 따라해 보기라도 하렴. 

 

호불호가 분명한 네게 이런 말을 하는 게, ‘괜한 잔소리’이지 하면서도,

아직도 “00은 싫어!”하는 식의 표현을 하는 널 보면 좀 어려보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곤 한다. 

 

‘해보긴 했니?’ ‘죽을힘을 다해보고 안 되면 그만 둘 수 있지만 싫어할 것까지는 없잖아.’

‘아는 것과 익숙해지는 것은 다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건데,

충분히 체화되기도 전에 배우는 것조차 포기하는 건 아닐까?’  

딸! 

“존재와 세상, 삶을 사유하고 스승을 찾아나서는 겸손과 열정이 가득해야 할 청춘,

20대에 지레 겁먹고 싫어할 게 뭐가 있겠니…….” 

‘싫다’는 말, 찡그리기 전에 눈을 살짝 동그랗게 만들어 웃어보렴.

두려움이 사라질 거야. 본래 불확실한 게 삶이잖아. “까짓 것!” 크게 외치며 한번 웃어봐. 

오늘도 행복하렴.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페스토
    '12.3.7 5:26 PM

    잘 읽었어요. 잘하는 것과 좋은 것도 짝을 이루겠죠?

  • 2. 고독은 나의 힘
    '12.3.7 5:32 PM

    오후에님이 딸에게 쓰신 편지인데

    왜 읽을때마다

    저만을 위한 글 같을까요?

  • 3. 망초꽃
    '12.3.7 11:11 PM

    오랜만에
    오후에님 정겨운 식탁 보는것 같아요.
    (자주 오셨는데..제가 놓쳤을지도...모르죠.)
    여전히 소박한 식단들,
    좋은 글까지
    감사합니다.

  • 4. 오후에
    '12.3.7 11:55 PM

    페스토님//대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못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세트라는 게 문제죠. 못한다고 싫어할것까지야 없는데 말이죠.

    고독은 나의 힘님//사실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한 걸요. ㅎㅎ

    망초꽃님//한동안 뜸했었습니다. 소박하다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5. 포그니
    '12.3.8 4:12 AM

    정말 좋은 말이네요 지혜로운 어머니늘 둔 따님이 부럽네요 ^^

  • 6. 모우
    '12.3.8 9:52 AM

    지금 회사 일년 업무 중 가장 어렵고 제일 하기싫은 일을 해야하는데요.
    선뜻, 손이 가지 않네요..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이면서, 이번주 주말 출근을 해?? 말어?? 몇일째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까짓것! 멀 새삼스럽게 그래! 외치며 해봐야겠어요.

  • 7. T
    '12.3.8 11:28 PM - 삭제된댓글

    K에게 보내는 편지에 항상 반성하게 됩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은 사람에게도 오후에님의 글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

  • 8. 지니사랑
    '12.3.9 11:13 AM

    제게 하는 말인것 같아 반성되네요~

  • 9. 게으른농부
    '12.3.9 3:56 PM

    건강식이네요. 콩밥까정......
    먹고 싶어요~

  • 10. 초록세움
    '12.3.9 10:06 PM

    묵 밑에 깔린 건 청포도 맞나요? 저 조합으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 집니다. ^^

  • 11. 오후에
    '12.3.10 12:38 AM

    포그니님// ㅎㅎ 지혜로운? ----> 아니랍니다. 공감해주시니 감사


    모우님// 까짓것! 힘내세요.


    T님// 항상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지니사랑님// 저도 글쓰면서 많이 찔리고 반성했는 걸요.


    게으른 농부님//농부님 밥상도 건강식이던데... 특히 초록색 병은 더더욱 부러웠습니다.

    초록세움님//예 청포도 맞아요. 제가 별 개념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깔고 썩어먹는 스타일인지라.. 맛은 청포도와 묵 맛이었답니다. ㅎㅎ

  • 12. 후라이주부
    '12.3.10 1:08 AM

    따님께 해주신 말씀이 제 마음에도 쏙쏙..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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