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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비오는 11월 마지막 주말

| 조회수 : 12,127 | 추천수 : 201
작성일 : 2009-11-29 20:54:14


11월의 마지막 주말 잘 보내셨어요??
낼 모레면 어느새 12월, 송년모임이니, 연말 결산이니..마음이 바빠지는 때입니다.
회사 다닐때, 12월에는 정말 바빴습니다.
연말결산이니 신년특집이니 해서 일도 많이 해야했고, 여기저기 모임에 얼굴도 내밀어야 했었죠.
요즘은 송년모임도 별로 없어서, 그리 바쁠 것도 없지만, 마음만 공연히 부산해집니다.
아, 실은....송년모임이 없는 게 아니라 참석해야할 모임 조차 안나가는 거죠.
일년에 한번 삐쭉 만나서 밥먹고 술마시는 모임이 왜 그렇게 싫은지...ㅠ.ㅠ
아니 그보다는 학교 졸업한 지 언젠데...30년이나 됐는데...아직도 그때 누가 누굴 좋아했고, 누가 어디서 뭐했고...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런 얘기가 재미 없고, 지루하기만 한 거 있죠?

제가 참 성격이 못됐어요.

한달쯤 전, 밖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안받는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업무일지도 몰라서 다 받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처음에는 웬 모르는 남자 목소리로 "김혜경씨 핸드폰입니까?"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하니까, 금세 반말로 나 누군데 기억나냐고 하는데, 누군지 알겠더라구요.
대학교 입학 1년 선배로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있었어요.
대학 다닐때도 별로 가깝지 않았고, 서로 전화라도 한통 한 적 없는, 얼굴과 이름 정도 기억나는 그런 선배입니다.
그런 선배가 전화를 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더니,
우리과 여자동기들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면서, 누구는 어느 대학 교수라며, 누구도 어느 대학 교수라더라하며,
짚어나가기 시작하는데...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거에요.
밥 먹던 중이라 한손에는 수저를 들고, 한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로,
입학동기라고는 해도 저랑 코드가 맞지 않아 별로 친하지 않던 여자동창들 근황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 선배 한참 얘기중인데, 제가 말을 잘랐습니다.
"그런데요, 선배, 제가 지금 전화를 오래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요, 나중에 통화하시면 안될까요?" 해버렸습니다.
그 선배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고 났는데, 그 일이 제 마음에 남아 영 찜찜합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저에게까지 전화해서,
차마 말 꺼내기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했던건데 제가 그렇게 매몰차게 말을 잘라버린건 아닌지...
용건이 뭔지 듣기라도 할 걸 그런 건 아닌지...

제가 바라는 저라는 사람은,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넘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건 바램일뿐, 아직도 너무 팍팍하고, 칼칼한 것 같아서, 가끔은 제가 싫어지기도 합니다.
언제쯤이면 둥글둥글한 인간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을까요?




저녁에는 자잘한 굴비 몇마리에 다시마국물을 붓고,
고춧가루, 파 마늘, 그리고 국간장을 살짝 넣고 쪄냈습니다.
굴비를 구워먹기만 하다가 찌니까 좀 색다르긴 한데 이렇게 쪄먹는 건 생조기가 훨씬 맛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조기나 굴비를 찔 때마다,
장충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너무 맛있게 먹은 부서찜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조리합니다만,
영 그맛을 낼 수 없습니다.
뭐였을까...역시 조미료였을까? 아님 설탕?
조만간, 우리집 절대미각을 한번 모시고 가서, 양념을 분석해볼까봐요.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yuni
    '09.11.29 9:06 PM

    선생님! 저도 제가 바라는 저라는 사람은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인데
    정~~말 거리가 너무 먼 저 자신입니다. ㅠ.ㅠ

  • 2. yuni
    '09.11.29 9:07 PM

    아! 1등이었군요, 좋아라~~! *^^*

  • 3. 바른이맘
    '09.11.29 9:08 PM

    2등!

  • 4. 안나돌리
    '09.11.29 9:19 PM

    일찌감치 서오릉을 걷고 싶었는 데
    게으름을 피다보니..비가 내리고....

    할 수 없이 이마트 은평점을 운동삼아 걷다보니
    선생님 집앞을 지나서 갔답니다.ㅎㅎ
    비오는 것을 좋아해서 우산쓰고 걷는 맛이 아주 좋은
    주말 오후시간이었답니다.

    저도 저렇게 찜 잘해 먹는 데...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 5. 살림열공
    '09.11.29 9:41 PM

    덧글로 10등안에 들다니...가문의 영광이..쿨럭..
    ^^
    샘 글 읽고 저의 태도를 돌아보았습니다.
    그게..저도 그렇거든요. 밥 먹다가 전화 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저 역시 일 때문에 어지간한건 다 받아야 하는 처지였는데
    전화 건 사람이 급한 용무도 아니면서 게다가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라고 먼저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서 말을 자르기 힘들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면 느닷없이 뚜껑이 확...열려 버리곤 했습니다. ㅠㅠ
    전화 건 사람은 제가 밥을 먹고 있는지, 편히 늘어져 있는지 알 도리가 없을 터인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특히나 밥 먹을 때 전화를 받으면, 통화를 조금 길게 하고나면 입맛이 싹 달아나 있기 일쑤이지 않나요?
    한창 맛있게 먹다가도 업무 전화 통화하고 나면 통화 전에는 분명히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통화 후에는 대부분 맛이 없어요...같은 음식인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마주 앉아 밥 먹으면서 통화를 오래 하는 사람도 사실 싫어라 했습니다.
    피치못할 통화도 아닌데 일상의 안부를 길게 길게 이어가는 동행은 다음부터 절대로 밥 먹는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매일 먹는 밥이라고는 해도, 지금 이 시간의 밥은 평생 딱 한번 뿐인 밥이기도 하니까요.
    그 밥 한공기 먹기 위해서 내가 들인 노력과 내가 쓴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 6. 오금동 그녀
    '09.11.30 1:02 AM

    선생님~!
    저도 오늘 하루종일 좁아 터진 제 속때문에 머리가 아파 혼났어요.
    좀 넉넉하면 ,여유로우면 좋으련만 그것이 잘 안되네요.
    넉달에 한번씩 시댁식구 상차림을 해야하는데 정말 하기 싫어서요.
    누님들이랑 돌아가면서 하는것인데 마음이 안가네요.
    모시고 사는분들도 계신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 7. 백설공주
    '09.11.30 8:42 AM

    월요일 아침이예요.
    식구들 모두 회사와 학교로 가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예요..
    어젠 비가 오더라구요.
    지금도 안개로 앞이 잘 안보이네요.. 여긴 대전이예요
    왜 비가 오니 쓸쓸하죠?
    12월 마무리 잘 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저 조기찜..
    어릴때 친정엄마가 많이 해주셨는데 전 잘 안하게 되네요.맛있겠어요

  • 8. scymom
    '09.11.30 9:23 AM

    저같아도 그런 상황에서는 짜증이 나던데요.
    상대방은 식사중인지 몰랐겠지만서도요.

    저는 며칠전에 동창대표가 1년만에 전화해서 동문모임 소식 전해주는데
    왜 이리 반갑던지.
    오히려 그 친구가 넌 왜 통화할때마다 이렇게 웃니??해서 정말 무안했어요.
    정말 너무 웃고 다녀도 바보가 된 기분이라서......;;;;

  • 9. 다물이^^
    '09.11.30 9:30 AM

    조기가 참 칼칼하니 맛나보여요!
    제가 할땐 저런 색감이 안나던데~^^ㅋ 쿨럭!!!!

    선생님 기분 십분 알거 같아요!!!
    너무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다 신경쓰고 살면 힘들거 같아요.

  • 10. mulan
    '09.11.30 9:59 AM

    ^^ 저는 ... 보험회사에서 일하시는 선배가 전화로 이메일로 계속 연락오니까 디게 부담되어서 계속 답도 잘 안하다가... 보험 한개 들었는데요. 여튼... 뭐... 다 그런걸겁니다. ^^ 여튼 필요해서 보험은 들긴했어요. ㅎㅎ ^^ 너무 마음 쓰지 마시와요.

  • 11. 사랑니
    '09.11.30 10:23 AM

    저도 샘님의 맘을 아주 조금은 알것 같아요..

    다른사람의 조금의 무례와 비아냥, 잘난척등을 포용못하는 제 자신에게 더 실망하게 되는~
    내가 이거 밖에 못되나 하는 생각으로 우울해지거든요.(요즘 제가 그래요)
    남들은 친하다고, 격의 없게 지내자고하는 반말이 전, 너무 거슬릴때도 있구요.
    속 좁은 제가 싫어요.

  • 12. lake louise
    '09.11.30 10:34 AM

    아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안해주고 자기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마음에 안드셔서 그러셨을겁니다.
    다 들어주면 나중엔 또 다른 부담이 기다릴 것 같습니다.

    속상해 마셔요.

  • 13. 김미숙
    '09.11.30 11:17 AM

    선생님글을 읽고 나서 글을 올려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참 넉넉한 마음으로 보기가 참 힘드네요
    나이가 들면 더 이해 하여야 되는데 .....

  • 14. 또하나의풍경
    '09.11.30 11:21 AM

    저도 선생님과 똑같은데......ㅠㅠ 으흐흑....ㅠㅠ
    저도 푸근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 되고 싶은데.........ㅠㅠ
    제친구는 적극적으로 동창회에 나가고 예전 동창 결혼식에도 가고 (연락을 어찌어찌 해봤더니 결혼한다고 하더래요 ) 그러더라구요
    근데 전 다 거절하거든요.
    했던 이야기(과거이야기) 되풀이 되는 동창회도 싫고요 저와 코드가 안맞는 동창들 상대로 이야기 들어주는것도 힘들고 그래서요
    제친구들 사이에선 제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어디가서도 이런 이야기 못했는데 선생님이 제 맘을 꼭 찝어서 글을 써주신거 같아 정말정말정말로 깜놀!!!!!!!!했어요!!

    선생님과 저랑 생각이 비슷한점이 많아서 그런가요? 저는 선생님이 진짜 심하게 좋거든요......^^

  • 15. 미야
    '09.11.30 2:37 PM

    저도 동감 매정히 귾고 나면 한참찜찜하죠. 넉넉한 성품이 되고픈데,,,말은 항상 뽀쪽하게 나옵니다요.

  • 16. 상큼마미
    '09.11.30 2:49 PM

    저도 동감!!!!!!!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넘치는 사람이고픈데.....
    행동은 곧바로 바른말 하고, 남의 가슴에 비수(?)꽂는 못된사람인거 같아 반성합니다^^

  • 17. 마실쟁이
    '09.11.30 5:33 PM

    누군가 그러더군요.
    "나이가 50이 넘게 되면 이젠 주변 사람을 슬슬 정리해야한다고......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아았어요.....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어느 님처럼 나이가 들수록 더 넉넉해지고 둥글둥글 해져야 한다고 하는데
    어디 그러기가 쉽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어느 지인처럼 정리해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코드 안맞는 사람 하고 억지로 맞추며 힘들어 하지 말고
    그냥그냥 정리해서 맞는 사람 하고나 잘하고 지내자라는 뜻이 아닐지?????
    "나이가 들면은 머리도 안돌아 가고 기운도 빠지고....."신경쓰는게 힘이든다고
    삶 자체가 힘듦 아닐까요??
    훌훌 털어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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