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Dream a little dream..

| 조회수 : 2,303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4-10-08 07:22:21

엄마란 말과 여행이란 말의 공통점은?
내게는 이 둘이 모두 '비상약'이라는 것.

인생이 재미없어질 때면 난, 엄마 그리고 여행을 자주 생각하곤 했다.

이 두 단어가 만나는 내게는 큰 '사건'이 지난 월요일에 벌어졌다.
엄마와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여행지는 핀란드에서 배로 80키로만 가면 되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탈린 구 도시에 들어서니, 아침 일찍 정신없이 나오느라 카메라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나는 다소 호들갑스럽게 일회용 사진기라도 사서 사진을 꼭 찍어야한다고 말하는데,
엄마는 "마음 속으로 찍으면 되지..." 하신다.
왜 이 때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동화가 생각난 걸까.....

비록 종이로 남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마음속 조리개를 활짝 열고
중세가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는 이 도시의 골목골목을 '찰칵'거리는 웃음소리로 마음에 담아나갔다.

여행을 빌미삼아 엄마의 팔짱도 살짝살짝 껴보았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하실 때면 '엄마의 엄마'가 되보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은 내 쪽으로 살짝 밀어놓고
무거운 짐은 당신 손에 먼저 들려있는 것 등은 변함이 없었지만
늙으신 탓일까..
엄마는
내가 뭐라고 하든
이제는 다 내 말이 옳다고 그러신다.
그러면 나는 벌쭘해져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꼬리를 내려버린다.

언제 또 이렇게 우리가 하루종일
낯선도시를 익숙하게 떠돌수 있을까..

"엄마, 내 년에 우리집에 또 와. 그 땐 우리 러시아가서 발레도 보고 그러자"
내가 이렇게 일부러 더 신나서 말을 띄워보내면
엄마는 '만약' '만일'이란 말로 꼭 한 발자욱 물러나신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벌써 세 달이다.
조금 아이러닉하지만 아빠의 죽음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난 엄마는 나에겐 아빠이기도 하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내가 아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아빠'가 한발짝 물러나있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단다.
"'만일' '만약'의 꿈들을 현실로 찍어주는 사진사가 돼주고 싶소" 라고.
 

 

배경음악: Dream a little dream (French Kiss OST 中)

사진: Estonia의 수도 Tallin 구 도시 전경 *자료사진에서 슬쩍..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치즈
    '04.10.8 10:30 PM

    꿈꿀 곳이 하나 더 늘었네요.
    아버님 가신 후에 어머님과 멋진 여행으로 그 허전함을 대신 하신건지요...
    아버님 돌아가신 후로 안보이셔서 궁금했답니다.
    에스파니아 ....꼭 기억해둘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278 어리석은 자가 되기로 도도/道導 2026.03.31 75 0
23277 봄이 오는 날 삼순이... 10 띠띠 2026.03.30 313 0
23276 배우고 싶은 마음 도도/道導 2026.03.30 140 0
23275 제콩이에요 3 김태선 2026.03.24 985 0
23274 제 곱슬머리좀 봐주세여. 12 호퍼 2026.03.23 1,752 0
23273 울 동네 냥들 입니다 3 김태선 2026.03.22 867 0
23272 대만 왔어요 살림초보 2026.03.19 819 0
23271 아몬드 좀 봐주세요 3 무사무탈 2026.03.17 990 0
23270 고양이로 열기 식히기~ 11 띠띠 2026.03.12 1,680 0
23269 자게 그 고양이 2 ^^ 11 바위취 2026.03.11 1,544 0
23268 자게에 그 고양이요 ^^ 30 바위취 2026.03.10 1,918 0
23267 무쇠팬 상태 좀 봐주세요 1 궁금함 2026.03.10 1,415 0
23266 찻잔자랑과, 애니소식 3 챌시 2026.03.08 1,320 0
23265 광복이랑 해방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8 화무 2026.03.05 1,318 0
23264 그래도 할일을 합니다. 2 도도/道導 2026.03.05 691 0
23263 포르투갈 관련 책들 1 쑥송편 2026.02.28 875 0
23262 식탁세트 사려는데 원목 색상 봐주세요^^ 5 로라이마 2026.02.24 1,656 0
23261 사막장미 잎사귀가 왜 이런지 좀 봐주세요 1 조조 2026.02.23 1,836 0
23260 보검매직컬 9 아놧 2026.02.19 4,413 0
23259 얼굴화상 1 지향 2026.02.17 1,901 0
23258 냥냥천국으로 오세요. 8 챌시 2026.02.15 1,981 1
23257 안부와 응원으로 2 도도/道導 2026.02.15 913 0
23256 한숨 4 연두연두 2026.02.14 1,355 0
23255 까치가 보금자리 만들고 있어요. 1 그바다 2026.02.10 1,457 0
23254 메리와 저의 근황 6 아큐 2026.02.08 2,397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