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 이야기

| 조회수 : 5,511 | 추천수 : 3
작성일 : 2025-08-23 06:02:59

엄마랑  한번도 밤새우며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도란도란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약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면  엄마옆에 누워 엄마손 꼭 잡고  엄마의 양담배장수 시절  겪은 많은  일들을 듣고 싶습니다.


공무원의 9남매 셋째로  태어나 일찍 시집간   언니 대신  집안의 큰말이 되어 
외할머니의 오른팔이었던  엄마. 엄마의 13살부터  20살까지 고단한삶을  엮어볼까합니다.

 

6.25 사변이 일어났을때  엄마는 13살이었어요.  외할아버지는  공무원 이셨는데  바람나서 첩과 살고 있었고  외할머니와 남매들은  꼼짝없이 굶어야할 날들이 많았어요.


그때  엄마가  할머니께 말했어요. 목에 매는  가판대  하나  만들어달라구요.
밑에는 비밀칸도  있는  
가판대를  만들어주자 목에 매고  13살 소녀는  담배를  팔러 나갑니다. 


어린소녀가  파는  담배는  생각보다
잘팔립니다.

아줌마들이나  소년들의 텃세도 있었지만 
13살 소녀를  일부러 기다렸다  사는 단골도  생겼습니다.  


아래 비밀칸에 들키면  무조건  경찰서 끌려가는  양담배도  숨겨놓고  팔았다고 해요.

 

장사시작한지  10달 
공무원월급 3배쯤  되는 돈을  매달  할머니께 생활비로  드릴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13살  소녀는  중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엄마  이제 장사 그만하고
중학교  갈래요.
그러자 할머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동생들 학비랑  생활비 나올데가  없다 
중학교 가는대신  그냥 계속  담배 장사하면 안되겠니 하며
엄마 손을 잡고
중학교 포기를  애원하셨대요.

 

소녀는  중학 교복 입고  학교 가는대신 목판을  목에 매고 대구역 앞으로 매일  나갔어요.
그러다 전봇대에  붙여진
남산여중고 야간  모집  공고를 봤대요.
그날  목판을 집에두고 
남산여중  교장실 문을 두드리며 엄청 떨었다고 합니다. 벌써 4월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은  늦어도  상관없다
오늘 저녁부터  다녀라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날로 군용담요를  사서

 교복을  대충  만들어입고
엄마는 낮에는  담배팔이
저녁에는 야간 중학교 학생
야간 고등학교  학생으로
더 열심히  열심히 돈도 벌고 학교도  잘다녔다고 합니다.

 

엄마의  소녀시대는 
엄청  많이 달리기를 한 추억밖에  없었대요.
단속이 떴다하면
무조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어요.
엄마 목판에
엄마 식구들의 목숨줄이 달려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살아서
돌아오시면
옆에 누워
손 꼭잡고
13살  어린아이
식구 먹여살리려고 
기운차게  일어났던

용감한  아이한테  말해줄래요.

 

  엄마  넘  고생많았어요.
앞으로도  제엄마로 
고생많으실꺼지만
그래도  65세  짧은생
보람되게 사실꺼예요.

 

어린양담배 팔이 소녀
우리 엄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하수
    '25.8.23 6:16 AM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멸치우거지국입니다.
    얼갈이 한단으로 온식구 이틀은 먹을수 있는 영양만점
    국이죠. 그시절엔 시장 한켠 배추 사가고 버린 겉잎을
    주워오면 끓여주셨어요.

    맨위의 사진은 제가 학교 웅변대회 나가게 되자
    엄마가 밤새워 만들어준 원피스보여드릴려고
    올렸어요. 뭐든 뚝딱 뚝딱 잘만드는 엄마였어요

  • 2. 바디실버
    '25.8.23 7:21 AM

    '엄마 이야기'
    그 분이셨군요.
    은하수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마워요. 글 이어 주셔서

    기다렸어요.
    크고 작고 사연은 있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가긴 쉽지 않은데 존경스럽습니다.

    맨 윗 사진은 클릭하니까 다 보여요.
    꼬마 은하수님♡

  • 은하수
    '25.8.23 7:39 AM

    기억하시는 분이 계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해외 한달살기중인데
    유유자적 쉬면서 글을 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이야기는 몇개 더 있어요.
    살아 있을때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게 한스럽습니다.

  • 3. 요리보고
    '25.8.23 7:48 AM

    13살 아이가 어떻게 그런생각을 했을까요?
    또 학교가야겠단 생각에 교장실도 찾아가고…
    사업실패로 포도나무집 잃었지만 이런엄마라면 다시 일어나셨을꺼 같아요! 진짜 존경스런 삶을 사셨네요. 조금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왜이리 빨리가셨나요 ㅠㅠ

  • 은하수
    '25.8.23 10:09 AM

    엄마를 아는분들은 하나같이
    아까운 사람이 너무 일찍 떠났다고
    말을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엄마가 몸이 약해서 친할머니집이랑 큰이모집 외가집 이렇게 세군데 떠돌며 살아서 엄마와 그리 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시고난뒤 더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 4. 엘라
    '25.8.23 9:36 AM

    진짜 대단하신 어머님이셨네요!
    학교에 가고 싶었던 13세 소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은 배움에 간절했던 분들이 참 많았어요. 오늘의 일상이 부끄럽게 생각되네요.
    다음 이야기 기다릴께요. 소중한 추억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 은하수
    '25.8.23 10:10 AM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6.25때 온집안을
    먹여살린 이야기인데 이젠 이이야기를 함께 추억할분이 안계시네요

  • 5. 피어나
    '25.8.23 11:19 AM

    그 어린 나이에 어쩌면 그렇게도 용감하게 살아내셨을까요. 은하수님의 글을 읽으면 코가 시큰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은하수
    '25.8.23 3:34 PM

    엄마가 힘차게 인생의 노를 저어나간것 처럼 저도 그렇게 살아야 했는데
    저는 엄마보다 못한 못난딸이었지요.

  • 6. 꽃피고새울면
    '25.8.23 12:19 PM

    몰래 온 손님처럼 살짜기 지나가기만 키친토크에
    이렇게 흐린 눈으로 댓글 다는거 처음이예요
    사진 클릭해보니 너무도 똘똘하게 생긴 소녀가
    이쁜 원피스 입고서 두 팔 벌려 외치고 있네요
    엄마....
    멋진 분이셨고 훌륭한 분이셨네요
    그런 엄마를 이렇듯 사랑해서 큰 울림을 준 따님
    처음으로 키톡에서 울었어요
    얼마 남지 않은 여름 잘 보내시고
    가끔 흔적 남겨주세요

  • 은하수
    '25.8.23 3:38 PM

    엄마만큼만 열심히
    엄마만큼만 성실히 살자가
    제삶의 목표입니다.

  • 7. 2것이야말로♥
    '25.8.23 1:10 PM

    너무 뭉클 재밌어요. 자주 올려주셔요

  • 은하수
    '25.8.23 3:35 PM

    지나치지 않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8. hoshidsh
    '25.8.23 4:11 PM

    어머님, 저도 존경합니다.
    제 생각에는 은하수님도 어머님을 많이 닮으셨을 것 같아요.
    사진 속의 어린 소녀 표정, 너무나 귀여워요.

  • 은하수
    '25.8.23 5:47 PM

    엄마는 제가 대학 입학했을때 빨간 모사를 사서 조끼와 치마를 뜨개질로 떠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귀한옷인데 전 백화점에서 사준옷이 아니라고 한번밖에안입었어요

  • 9. 인생뭐있어
    '25.8.23 4:28 PM

    키톡에는 처음 댓글 답니다
    어머니 정말 용기있고 대단한 분이시네요
    은하수님이 입고 있는 원피스 디자인도 이쁘고 동화책에서나 봤던 프릴에 어머니 센스와 솜씨가 장난아니십니다
    전 그 어린 열세살 소녀보다 못한거 같아요ㅠㅠ
    그 어린 아이가 집안을 먹여살리다니ㅠㅠㅠㅠ
    주경야독 아무나 못하죠
    존경합니다

  • 은하수
    '25.8.23 5:43 PM

    엄마 살아계실땐 그일이 얼마나 용감하고 대단한지 몰랐습니다.

  • 10. 챌시
    '25.8.23 7:27 PM

    세상에...그렇게 열심히 사신분이 너무 일찍 떠나셨어요.
    어머님과 원글님 덕분에 저 울었어요.
    어휴..저희 아빠는 35년생..73세에 돌아가셨어도 너무 일찍 가셨다고 늘 안타까웠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하늘나라에서 따님 지켜보실것 같아요. 얼마나 보고싶으실까요.
    글을 담담하게 읽히기 쉽게 아주 잘 쓰시네요. 오랫만에 독서를 하는 기분이에요.
    감동과 즐거움도 있는 글 계속 읽을께요.

  • 은하수
    '25.8.23 8:24 PM

    엄마가 70까지 사는게 소원이라 했어요.
    그런데 암에 걸리고 색전술까지 했지만
    1년뒤 재발하셔서 세상을 떠나셨어요.
    큰아들이 다음해 중학입학 하면서 입학시험 1등해서 선서를 하게되었어요. 1년만 더 살아주셨으면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을것 같아요. 첫손자라 울아들 참 사랑해주셨어요. 그손자가 1등으로 중학교 입학하니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생각하니눈물 나왔어요
    엄마가 첫사랑이 손자 보고 싶은만큼 보고 싶었으면 절대 안헤어졌다
    늘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하늘에서 보시고 함께 기뻐하셨겠죠.

  • 11. 자갈치
    '25.8.23 9:34 PM

    13살 소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을것을.. 글을 너무 잘쓰셔서 ..머릿속에 그려져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엄마도 암투병을 하셨고 70살까지만
    사는게 소원이셨는데..저 결혼하고 바로 그해에 돌아가셨어요...은하수님 덕분에 엄마생각도 했습니다^^

  • 은하수
    '25.8.23 9:39 PM

    저도 자갈치님 덕분에 엄마 생각 잠시 해봅니다. 4남매 키우면서 잠시 잠시 행복한 순간이 있었기에 해피 엔딩 아니란 생각은 안했어요. 그리고 4남매 맘속에 언제까지나 함께 하시니까 멀리 있다 생각안하려고 합니다. 이글 읽고 엄마의 씩씩했던 삶 박수 쳐준 분들때문에 행복하실꺼예요

  • 12. 피오나
    '25.8.23 11:16 PM

    저는 간이 작아서 정말 망설이다 시도해보지
    못한일들이 많아서...은하수님 엄마는 어린
    나이에 담대하셨네요.그리고 가족사랑하는
    마음도 크셨고 존경스럽습니다.은하수님도
    엄마닮으셨을거 같애요^^

  • 은하수
    '25.8.24 12:40 AM

    생각해보면 엄마보다 2살많은 외삼촌도 하지못한일을 엄마가 했네요.
    가족을 위해 어린아이가 힘을 냈던거였어요

  • 13. 오늘도맑음
    '25.8.24 7:50 AM

    대단한 어머님이셨네요. 세상에.

    저도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무거워지려 합니다.
    어째서 부모님께는 이렇게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이 앞서는지 모르겠어요...

  • 은하수
    '25.8.24 7:54 AM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갚으려하면 이미 그땐 늦었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은 사랑 . 자식에게 베풀며 사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75 큰아들 이야기1 3 은하수 2025.08.26 1,580 3
41074 논술 교사 이야기 24 은하수 2025.08.25 2,258 4
41073 엄마 이야기2 20 은하수 2025.08.24 2,746 2
41072 엄마 이야기 25 은하수 2025.08.23 5,511 3
41071 더운데 먹고살기 3 남쪽나라 2025.08.22 5,541 3
41070 그해 추석 10 은하수 2025.08.22 2,887 2
41069 내영혼의 갱시기 12 은하수 2025.08.21 3,133 4
41068 포도나무집 12 은하수 2025.08.20 3,767 4
41067 테라스 하우스 이야기 14 은하수 2025.08.19 5,349 4
41066 양배추 이야기 12 오늘도맑음 2025.08.18 6,263 3
41065 고양이의 보은 & 감자적 & 향옥찻집 20 챌시 2025.08.17 3,954 3
41064 간단하게 김치.호박. 파전 13 은하수 2025.08.16 6,163 3
41063 건강이 우선입니다 (feat.대한독립만세!) 15 솔이엄마 2025.08.15 6,173 4
41062 비 온 뒤 가지 마파두부, 바질 김밥 그리고... 15 진현 2025.08.14 6,178 5
41061 오트밀 이렇게 먹어보았어요 16 오늘도맑음 2025.08.10 7,722 4
41060 186차 봉사후기 ) 2025년 7월 샐러드삼각김밥과 닭볶음탕 13 행복나눔미소 2025.08.10 4,585 8
41059 오랜만에 가족여행 다녀왔어요^^ 18 시간여행 2025.08.10 6,870 4
41058 무더위에 귀찮은 자, 외식 후기입니다. 16 방구석요정 2025.08.08 5,960 6
41057 친구의 생일 파티 20 소년공원 2025.08.08 6,037 7
41056 2025년 여름 솔로 캠핑 33 Alison 2025.08.02 8,803 7
41055 7월 여름 35 메이그린 2025.07.30 10,180 5
41054 성심당.리틀키친 후기 30 챌시 2025.07.28 12,394 4
41053 절친이 나에게 주고 간 것들. 10 진현 2025.07.26 11,718 4
41052 디죵 치킨 핏자와 놀이공원 음식 20 소년공원 2025.07.26 6,502 3
41051 50대 수영 배우기 2 + 음식들 20 Alison 2025.07.21 12,897 3
41050 혼자 보내는 일요일 오후에요. 21 챌시 2025.07.20 9,528 3
41049 잠이 오질 않네요. 당근 이야기. 22 진현 2025.07.20 9,842 7
41048 사랑하는 82님들, 저 정말 오랜만에 왔죠? :) 65 솔이엄마 2025.07.10 16,297 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