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살다살다...참 별 사고를 다 치고 돌아다닙니다.
오늘 제가 사고친 얘기를 좀 들어보실래요?
오전에, 마포쪽에 볼 일이 있어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자동차 계기판에 주유사인이 들어온 거에요.
사실 주유사인이 처음 들어온 건 수요일날 외출에서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수요일날 차 쓰고, 금요일날 잠깐 차를 쓰고는 안썼기 때문에 목적지까지는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랬는데, 서대문 사거리를 지나서 아현교차로에 왔는데 차가 이상한 거에요.
신호에 걸려서 정지했더니, 시동이 부르르하고 꺼지고 말았는데...
첫 경험이긴 하지만, 연료가 없어서 인지는 바로 알겠더라구요.
그동안 제가 주유사인이 들어오고도 바로 주유를 하지 않는다고 몇차례 kimys에게 야단맞은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시동 꺼져서 혼이 나봐야 기름을 잘 넣고 다니지"하며 kimys가 혀를 끌끌 차곤 했답니다.
그런 kimys를 옆에 태우고 기름이 없어서 시동이 꺼져버렸으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kimys가 차에서 내려 뒷차들에게 사인을 보내더니, 앞으로 차를 좀 빼보라며 차를 밀어줬어요.
다행스럽게도 차선 옆으로 하얀색으로 금 그어진 약간의 공간이 있었어요.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정도.
그리고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야하는데, 머릿속이 하얀 것이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거에요.
'보험회사가 어디지? 전화 번호는 어딨지?'하고 한참 생각하다보니까,
운전석 햇빛가리개안에 비상연락처가 있는 게 생각나더라구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전화를 해서 긴급 주유요청을 하고 났더니,
긴급출동기사로부터 바로 확인전화가 오고, 5분도 안되서 긴급출동차가 도착해서 기름을 공급받았습니다.
시작부터 상황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총 15분, 그러나 제게는 150분보다 길었고,
간은 콩알만해졌더랬습니다.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보험 접수를 하는데, 제 차 번호를 못 댔습니다.
차에서 내려 번호판을 보고 불러줬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지난 87년부터 운전을 하고 다녔으니까 24년째 운전을 한건데요, 정말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제가, 너무 느슨해졌던 거죠, 바로바로 기름을 넣어야하는데, '불 들어와도 50㎞는 갈 수 있어' 이러면서,
잘난 척 한거에요.
오늘 오전 11시25분쯤, 서대문에서 마포쪽으로 진행하시던 분들,
아현교차로에서 잠시나마 교통흐름을 방해한 은색차, 제 차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러고 났더니,
일을 보면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고,
일을 다 마치고 2시쯤 점심을 먹는데도, 국수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알수 없더군요.
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로 멍한 거에요.
kimys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 자신이 너무 황당하고 바보같기도 하고.
저녁을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할지, 머릿속이 비었으니까 아무 생각도 안나는 거에요.
어쩌지, 저녁엔 뭘 먹지 하다가..일단 냉동실의 양지머리 한덩이 꺼내서 찬물에 담갔습니다.
양지머리를 꺼내는데 보니까 우거지도 냉동실에 한덩어리 있네요. 그것도 꺼냈습니다.
그때까지도 벌렁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겸 집앞 슈퍼에 나가서 콩나물 한봉지를 샀어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우거지국입니다.
정신 놓고 끓인 국인데도, 쇠고기가 맛있는 쇠고기여서 그런지..맛있네요..^^;;

국은 그렇지만, 반찬은 뭐해야할 지...
냉동실에 고등어, 삼치, 조기 등등 생선은 있지만, 거의 매끼니 먹다시피했거든요.
어제, 그제는 고기를 먹었고..
그래서 오늘은 식물성 단백질을 먹어주기로 했습니다.
두부 한모를 프라이팬에 지졌습니다.
지져진 두부를 접시에 담고, 그 팬에 어제 굽지않고 남겨둔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양파를 볶았습니다.
간은 굴소스로 하고, 후추 듬뿍 넣고, 참기름으로 맛을 냈어요.
이 볶은 버섯을 지져둔 두부 위에 얹었어요.

두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버섯을 볶을 때, 꼭 굴소스로 안해도 됩니다. 간장이나 맛간장으로 하셔도 돼요.
이 볶은 버섯에서 국물이 살짝 나오는데, 이 국물이 두부로 스며들어, 두부가 맛있어집니다.

브런치 감자도 했어요.
감자를 미리 삶아 뒀다가, 손으로 대충 잘라준 후, 볶는 건데요.
저는 오늘 베이컨을 좀 많이 넣고 볶았어요.
만드는 방법은,
일단 감자를 푹 삶은 후 손으로 잘라두고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베이컨을 노릇노릇하게 지집니다.
베이컨에도 기름이 많은데 또 식용유를 두르고 지지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베이컨의 기름이 더 잘 빠지기 때문입니다.
베이컨을 지진 후 베이컨을 건져두고, 프라이팬의 기름을 ⅓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따라버린 다음 감자를 볶아요.
이때 감자에 소금 간을 하셔야 해요,
감자가 노릇노릇해지면 지져둔 베이컨을 넣고 조금 더 볶아준 후 후추를 뿌려주고, 불에 내려요.
저는 바질을 따서 넣어줬어요.

이렇게 해서 오늘 저녁 끝!
저녁 먹고 나니, 두통이 너무 심해서 설거지도 못하겠네요.
이제서야 긴장이 풀린 탓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