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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시험 뒷풀이 (닭꼬치+샌드위치+미니 핫도그) 사진無

| 조회수 : 4,116 | 추천수 : 4
작성일 : 2005-10-09 00:08:28

거의 한달 전에 친구랑 약속을 했었습니다. 시험 끝나는 날 도시락 싸서 한강에 오자고.
무슨 음악회 보러 한강 근처에 갔다가 끝나고 나서 한강 벤치에 앉아 둘이 수다를 떨었었거든요.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라던지 놀이 문화에 관한 이야기라던지 하는 것보단 좀 더
진솔하고 의미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인지 친구 녀석이 좋아하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어제, 시험이 끝났습니다. 한달 전 단 둘이 오자는 예정을 살짝 변경, 한 명을 더 추가해서
셋이서 가기로 하고서 시험 끝나기 전날부터 도시락 준비를 했습니다.
요리조리 Q&A에 질문도 올려보고 이것저것 생각도 해본 결과, 메뉴는 닭꼬치와 샌드위치와 미니핫도그
로 결정했죠. 너무 많나? 싶기도 했지만 원래 음식 만들 때 손이 큰 지라 많이 해서 할머니도 가져다 드리고 그러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는 했는데...


일단 전날 닭가슴살 한팩이랑 안심살 한팩을 소금과 후추와 집에서 만든 포도주와 양파 다진 거에 재워뒀습니다. 꼬치에 끼울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했는데 생고기를 만지는 건 거의 처음이라 하면서도 내내 으.. 으.. 이러면서 했죠. 뭐 나중엔 생고기의 그 약간 미끈+말랑+물컹+차가운 감촉에 적응이 되서 장난을 치기도 하긴 했지만...

그리고 핫도그에 쓸 쪼만한 소세질 살짝 데쳐서 이쑤시개 끼워두고 닭꼬치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레시피에서 케첩은 빼고 고춧가루를 조금 더 추가했는데 실제로 구워보니까 약간 짭짤하더라구요.

여튼 어제 시험 끝나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거의 세시간동안 음식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재워둔 닭고기 꺼내서 한번 대강 씻고 물기 약간 빼고 꼬치에 꿰어 양념장 살짝 발라두고, 양면팬에 소스를 좀 넣은 다음 고기를 넣어서 돌려줘가며 익혔는데 굉장히 잘 익어서 신기했습니다. 색도 잘 나고...
피자도우 믹스 반죽해놓고... 근데 너무 질게 되는 바람에 핫도그는 실패의 영광을... ㅜ.ㅠ

샌드위치는 참치랑 통조림 옥수수랑 양파 다진거랑 사과를 넣었는데 사과를 넣은 건 제가 오이를 못 먹기 때문에 뭔가 상큼함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참치랑 옥수수는 뜨거운 물에 대충 대쳐서 물기 짜서 소금이랑 후추로 간해두고 양파 다진 건 찬물에 설탕을 약간 넣어 담궈두고 사과는 채썰었습니다. 버무릴 땐 마요네즈랑 머스터드 소스랑 반반씩 섞어서 하구요.

약속시간 코 앞까지 후다닥 만들어서 방풍되는 웃옷 하나랑 돗자리랑 물을 끓여서 보온병에 싼거랑 약간의 간식거리까지 챙겨서 갔습니다. 음식 만들 때까지만 해도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나가려고 보니까 비가 딱 멈춰있어서 어찌나 기쁘던지... 하늘은 우리편이라는 강한 확신까지 하면서 애들이랑 웃었죠.

홍대에 있는 노래방에 가서 좀 놀다가 웃찾사 예비 멤버들에게 붙들려(?) 개그 스테이션이라는 소극장에 가서 40여분간 신인 개그맨들의 무대를 봤는데 굉장히 재밌고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중에 유행어가 될거 같다는 느낌이 오는 대사도 몇 개 있고...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뭘 본 건 처음이라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얼마나 웃었던지 친구 중 하나는 얼굴 근육에 무리가 갈 정도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한강에서는 겨우 한시간 30분 정도만 있을 수 있었는데 좀 춥긴 했지만 얘기도 많이 하고, 야경도 이쁘고, 공기도 맑고, 애들이 음식을 맛있게 다 먹어줘서 좋고... 길이길이 기억될 추억의 날을 또 하나 만들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졸업한 뒤엔 한강 말고 바다에 가자는 약속도 하고... 어제 같이 간 애들은 고등학교 들어와서 새로 사귄 녀석들인데 친구를 사귀는데 있어서 까다롭기 그지없는 제 맘속에 단박에 파고든 녀석들이거든요. 정말 이런 녀석들이라면 내 평생을 걸어도 좋다는 확신이 드는...

아직 사람을 많이 겪어보진 못했고 살아온 날들이 짧긴 하지만 소중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은 언제든지 기분이 좋아서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녀석들하고 내년엔 같은 반이 될수도 없겠고, 대학도 달라지고, 어떻게 될 진 아무도 장담할 순 없지만 다같이 어제를 기억하는 한은 얼마든 어제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괜히 이 밤에 혼자 실실대고 있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흐릴소리
    '05.10.9 1:18 AM

    키톡에 많은층에 사람들이 존재하는겉 같네요. 저도 여고생이랍니다. 그래서 왠지 친근하게 느껴져요. 전 아직 시험도 안끝난 상태이지만.. 시험끝나고 친구들과 소풍이라 부럽네요. 전 음식을 하면 줄사람이 없더라구요. 혼자 만들고 혼자 먹고, 그러고보면 닭꼬치는 만들어본적이 없는듯 해요. 고등학교시절 친구가 진짜 친구라지요. 전 중학교때부터 친한 친구들과 같이 고등학교를 갔거든요. 다른 학교로 갔어도 친할수 있는 친구들이지요. 친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존재더라구요.
    그냥 공감대가 형성되는것 같아서 코멘트를 달아봤어요. 다음에도 글 부탁해요 -

  • 2. Ellie
    '05.10.9 10:52 AM

    엇! 소라양이다!
    전에 야외도시락 메뉴.. 결국 샌드위치로 낙찰 봤군요.
    이야기만 들어도 소녀들의 하루가 너무 예쁘고 정겹게 느껴져요!
    저도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젤루 친해요. ^^
    이쁜우정 오래오래 간직하시고... 닭꼬지.. 오~ 고난이도의 요리 하나 했네요. ^^

  • 3. 꽃게
    '05.10.9 12:36 PM

    소라양,,,ㅎㅎㅎㅎㅎㅎ
    그냥 지나치다가 '임소라'에 눈이 따악~~
    어쩜 저렇게 먹을 것 만들어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다니~~
    그저 예쁩니다...

    제가 소라양 훔쳐오고 싶어요.ㅎㅎㅎㅎㅎ

  • 4. 김혜경
    '05.10.10 7:46 AM

    시험은 잘 봤어요??(너무 스트레스 주나??)
    지난번 질문은 봤는데..답도 못달아주고...암튼 좋은 시간 보냈다니...
    친구들과 예쁜 우정, 차곡차곡 쌓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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