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장 달이는 날, 간장, 된장 만들기!!!
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장을 달인다는 게 무엇인지 저는 정확히 몰랐지요.
우리 음식의 장이라는 것은
1.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참고 글번호 2131 '오늘은, 아니 오늘부터 메주 쑤는 날' )
2. 그 메주를 겨우내 발효시켜
3. 날 좋은 날을 골라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고 (참고 글번호 3144 '오늘은 인우둥네 장 담그는 날!' )
4. 메주가루와 고춧가루와 엿물로 고추장을 담그고 (참고 글번호 3381 '고추장을 담그다.')
5. 3번에서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의 순서로 만들더군요.
그냥 메주로 어떻게 하룻만에 된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겨우내내 장과의 씨름을 벌여야 돼요.
오늘이 바로 5번!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날입니다.
지난번 장 담그던 날 메주와 소금물을 섞고 불붙은 숯과 붉은 고추를 띄워놨던 장독엔
하얗고 또는 푸른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크, 날이 안 좋아 제대로 안 되었나보다'했는데
"하이고, 꽃이 핀 걸 보니 올해는 장이 달겠구나."하시는 할머니!
하얀 곰팡이는 '찔레꽃'이고 푸른 곰팡이는 '물푸레꽃'이라시네요.
아마 균이 다른 종류일텐데 정말 꽃피듯 피었어요.
곰팡이를 걷어내고 소금물에 불은 메주덩이를 꺼냈습니다.
맑던 소금물은 좀 검누른 색(검푸른, 검붉은 색처럼)이 되었고
메주는 불어서 털썩털썩 갈라지고 떨어지더군요.
이 메주에 묵은 간장을 조금 붓고 고추씨가루(고추 말릴 때 씨를 따로 모아두었다가 곱게 빻은 가루)와
함께 섞어 반죽을 하면 이것이 '인우둥네 된장'입니다.
바로 윗 사진이 된장을 주무르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에요.
오른쪽 양은함지에 소복히 올려진 붉은 가루가 고추씨 가루입니다.
(뒤에 흰둥이가 우정출연했군요 ^^ )
메주가 우러나온 소금물은 체에 받쳐 양동이에 퍼담아
가마솥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간)장을 댈(달)이는' 것이지요.
아랫 사진이 할머니께서 가마솥 부뚜막에 올라앉아 거품을 걷어내고 계신 모습이에요.
간장을 한 번 끓으면 펄떡거리며 끓어넘치기 쉽다고
저더러 불을 잘 살피라 하셨습니다.
이게 가스불도 아니고 또 불 줄인다고 금방 식는 양은냄비도 아니니... 걱정이 많았지요.
(그 사이에 할머니는 된장을 주무르고 계신 거였어요.)
조금만 거품이 생겨도
"할머니! 넘치려고 해요!"를 외쳤는데 다행히 간장이 넘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젠 인우둥도 장작불 잘 땐다구욧!!! ^^;
'장 댈이는 날은 동네가 다 안단다'고 하시던 할머니 말씀대로
간장이 어느 정도 달여지니까 달콤하고 구수한 간장 냄새가 나더군요.
참 좋은 냄새였어요.
이렇게 된장과 간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천원짜리 몇 장이면 쉽게 살 수 있는 것 또한 된장과 간장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지는(물론 공장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겠지요) 전혀 몰랐어요.
간장, 된장 만드는 법! 정말 어렵네요.
콩을 불려 삶아 메주를 만들고 띄우는 일부터
앞으로 장 관리를 잘해서 햇볕과 바람으로 장을 익히는 일까지...
도저히 요즘 사람들 살아가는 삶의 양식으로는 흉내내기도 벅찬 작업임에 틀림없습니다.
뭐, 그냥 몸이 고되다...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구요.
두 발로 걷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의 차이와 같이
차원이 다르면 서로를 인식할 수조차 없는 것과 같이
할머니가 장 담그시는 것을 쭉 지켜본 바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은
이런 '장 담그는 행사'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살고 있기에
제 짧은 머리로는 이게 도대체 접목이 가능한지, 병행이 될 수 있을지...마구 복잡하더라구요.
내 삶에서, 우리 살아가는 일상에서
이걸 어떻게 내것으로 만들고 또한 물려줘야하나... 그런 생각 때문에요.
글에서는 간단하고 짧게 설명했지만
오늘 하루 한 일만 해도
여러 개의 장독을 씻고 부시는 일, 간장을 옮기느라 장독대와 부뚜막을 왔다갔다 한 일,
무거운 함지를 들고 된장을 담는 일, 불 때느라 장작을 옮기고 매캐한 연기를 마시는 일, 일, 일...
미처 다 묘사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어요.
저녁 나절 서너 시간 일한 것인데 어깨, 팔, 다리가 쑤시려고 해요.
추워서 방안에서도 두르고 있는 목도리에서
콜~콜~ 달인 간장의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간장, 된장 만들어 항아리에 그득이 담아놓으니
정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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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샹크스
'04.3.19 11:02 PM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거 같아요..할머니가 메주만드실때 ..한그릇 담아주시던 구수한 삶은콩이 그립네요
첫번째 사진에 흰둥이가 너무너무 귀여워요2. 김혜경
'04.3.19 11:16 PM그런 정성이 들어가야, 비로소 우리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내주는 간장이 되는 거죠...국간장...
전 지난번에 물에 소금만 풀어드렸어요.친정어머니 혼자서 메주 담그셨는데...장 뜰때(저희 엄마는 이렇게 표현하시네요) 제가 좀 제대로 도와드려야겠어요.3. 김새봄
'04.3.19 11:28 PM에구...전 메주만 사다놓고 아직 장 못 담궜는데...인우둥님댁은 벌써 장을 달이셨네요.
아흐...맘은 급하고 몸은 안따라주고...돌아버리겠땅..
줏어들은 말은 있어서 윤달에는 장 안담구는거 같아서 지금 이리 탱자탱자..
날짜고 뭐고 후다닥 해치워야 겠어요.4. 솜사탕
'04.3.20 2:16 AM사진만 봐도 진짜 구수한.. 정겨운 우리 음식맛이 느껴집니다.
글을 읽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고요...
수고하셨어요. 인우동님도 푹 쉬시고요, 할머니 토닥토닥 안마도 해주세요..5. Ellie
'04.3.20 2:19 AM할머니 사진 보니깐 우리 할머니 생각나네용...
작년에 연꽃 방죽 가서 할머니랑 찍은 사진 하드웨어 날릴때 같이 날렸는데.. ㅠ.ㅠ6. 올리브
'04.3.20 4:23 AM우리네 된장 간장의 깊은 맛은 저러한 정성에 있었네요...
수고 많이 하신 할머니 인우둥님 푹~ 쉬시고 낼은 가뿐한 하루 되셔요.. ^^
흰둥이 표정에 한표입니다~ ^^7. sca
'04.3.20 6:16 AM아~ 간장 다린다는게 바로 저것이군요.
오늘 처음 알았읍니다 ^^
저런 정성이면 정말 맛있을것 같아요 ^^8. 인우둥
'04.3.20 9:17 AM새봄님, 아직 윤달 안 되어서 저희도 서두른 거였어요.
어제(장 달인 날)가 음력으로 2월(윤달 아님) 29일인데
다가오는 일요일이 음력 윤이월(2월이 한 번 더 있는 거죠) 초하루거든요.
그러니까 윤달에 장 안 달인다는 말이 맞긴 맞나봐요.
혜경샘, 장 뜬다는 말, 저희 할머니도 쓰세요.
"윤달 다가오는데 다들 장 뜨더라. 우리도 오늘 해치우자."하셨습니다.
장을 뜬다는 말은 간장에서 된장을 건져내는 일에 촛점을 맞춘 것이고
장을 달인다는 말은 간장을 끓이는 일에 촛점을 맞춘 말인 것 같아요.
샹크스님. 삶은 콩 많이 먹으면 '물똥'싼대요. ㅋㅋ ^^9. 다시마
'04.3.20 9:26 AM저 의젓하디 의젓한 흰둥이를 보라.
저도 콜~콜 달인 간장의 달콤한 냄새 맡고 싶어요.
할머님께서 지혜가 아주 많으실거 같애요.10. 어쭈
'04.3.20 1:10 PM이야~ 직접 장을 담가 드셔여?
11. 어쭈
'04.3.20 1:11 PM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강아지가 참 귀엽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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