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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리 사랑의 길은 멀고도 험함니다..

| 조회수 : 2,002 | 추천수 : 6
작성일 : 2004-02-15 04:42:05
키친토크에 글월을 올릴까 하다가 거기는 주로 맛있는 요리보고 입맛을 돋구는 분위기라
여기에다 제 체험기를 쓸라고 합니다. (실패담이니깐요.)  - - ;

저는 주로 82cook사이트에서 집들이 사진올리신 분들의 화려한 사진을 보며 침흘리는  것을
하루 일과로 삼는 결혼 6년차 주부이자 수험생입니다. (준비하는 시험이 있어서리..)

요리 레시피도 자주 보는데 최근 족발레시피 를 보고 그렇치 않아고 광우병이다 조류독감이다
해서 고기요리의 영역이 좁아드는 이참에 아주 유용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써먹어서 한창
up내지는 분기탱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엉뚱하게 사고를 쳐서 생쑈를 벌렸습니다.

발단은 오리(꽥꽥이).

시어머님과 남편이 잠실에 결혼식에 다녀오신다고 하여 오시는 길에 성남 모란시장에서
오리를 사오시라고 일렀습니다. (참고로 저는 분당댁입니다)
조류독감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닭고기를
가끔은 먹어 왔는데 이참에 오리요리로 범위를 넓혀볼까 햇고 몇달전 오리로 매운찜을
해서 온가족의 칭찬을 듬뿍 받았거든요..

근데 하필 필이 꼿친게 '오리도 족발처럼 까맣게 졸이면 맛이지 않을까?' 였습니다.

해서 오리를 토막치지 말고 통으로 사오라고 일렀고 남편은 5시 쯤에 오리를 사들고
어머님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남편 : 자! 오리. 나 직접 잡는 것도 봤다? 옆에서 토끼도 잡드라?
나 : 고생했네.. 근데  좀 무섭지 않았서?
남편 (의연하게) : 무섭긴. 요즘 깨끗하게 슈퍼에서 파는 고기만 봐서 사람들이
그런 걸 너무 몰라. 오히려 이렇게 잡는 걸 보는 게 교육적(?)인 거 같아

여기까지는 좋았죠. 근데 오리냄새가 좀 야생적이여요. 마치 목욕안하고 밖어서만 키운
강아지 안고있을 때 나는 냄새? 뭐 그런 wild한 냄새가 나죠.

그걸 끓이고 졸이는데 먼저 번에 했던 오리 매운찜은 양념으로 커버가 되서
냄새가 나중에는 안 나는데 이건 졸이는 마지막까지 야생의 냄새가 진동을 해서
온 집안이 그 냄새로 뒤덮였습니다.
게다가 잡는(?) 아저씨가 털을 남겨서 껍질은
너무 리얼하게 우둘두둘해서 영 모양이 아니더군요.(족발은 까맣게 빤작거려지는데
이건 거무튀튀, 우중충...)

우여곡절 끝에 식탁에 올렸는데 맛은 쫄깃하니 가슴살을 먹어도 닭고기처럼 푸석거리지 않고
그런데로 먹을 만하다고 위로하고 있는데,
남편이 몇점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슬머시 TV본다고 자리를 뜨더군요.

나 : 왜? 그렇게 맛없어?
남편 (풀 죽은 목소리로):  아니! 아까 오리잡은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에이! 그러게 매운찜이나 하지.

결국 오리는 4분의 3 이 남은 채 냉장고에 넣어 두었고 그제서야 조류독감이 생각나서
찜통이다 씽크대다 유한락스로 닦느라고 밤 10시까지 부엌에서 달그락거려야 했습니다.
기대했던 요리가 잘 안됐을 때의 허망함으로 힘이 빠져가면서...

지금 남편은 결혼식때 싸온 떡으로 허기를 채우고 곤하게 자고 있습니다.

저요? 다시는 실험정신 내세워 비싼 재료 허비하지 않으리라 고 이 새벽까지 반성하고 있습니다.
으악! 냉장고에 남은 거 어떻해!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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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새벽공기
    '04.2.15 7:37 AM

    저두 토요일날...타이카레 했다가...후회..엄청 했어요..우리 아들..조용히.."엄마 다음엔 하지마세요,,"ㅡㅡ;; 그러나 아들은 모르지요..카레가..한병에서 겨우 두 숟갈 썼다는걸..ㅜㅜ

    김안나님..님도 저도..82쿡의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거..같아요^^
    근데..아시죠? 저보단 조금 중증이신거^^

  • 2. 경빈마마
    '04.2.15 8:20 AM

    후후후 ~~~~그림이 상상이 갑니다. 저 시집와서 시댁에 가니 동네에서 나눠 먹는다고...
    돼지 잡는 것을 보고 거의 경악~~을 했습니다. 돼지가 울고 불고 난리인데...와우~잔인하게
    잡는 것을 보고 그 돼지고기 근처도 안가고 못먹었습니다.
    결국을 시아버님이 먼 동네나가 사다 주셔서 저는 그 고기만 먹었다는 전설이....
    식구들 다 웃고 있더라구요? 지금요????????????
    없어서 못 먹어요...바로 잡은게 맛나다나 어쩐다나...(그런데 보면 또 못먹을 것 같아요...^^)


    오리 요리는 어른들이 해 주셔샤 맛나다는데...어머님께 부탁하시지 그랬어요...에궁~

  • 3. 김혜경
    '04.2.15 8:56 PM

    하하...의연하던 남편분이 그리 변심을 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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