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팥죽한그릇의 추억...

| 조회수 : 2,089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3-12-23 15:58:13

어제가 12월 22일 동지였지요.
모두들 팥죽한그릇 드셨는지...
팥죽한그릇이 한해의 액귀을 막아준다고 어릴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아! 어릴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릴때는 동지가 큰 절기가운데 하나였거든요.
동지가 되면 친구들이랑 뒷동산에 올라가 새알을 찾아 헤메던 생각이 나네요.
동지만 되면 할머니랑 고모께서 새알을 빚으면서 장난삼아 뒷산에 가서 새알을 주워오라고 하셨죠. 그때는 새알을 내 나이대로 주워오지 않으면 그날 팥죽도 먹지 못한다고 어름장을 놓으셨거든요.

어른들의 장난기에 나와 친구들은 뒷산을 헤메이면서 정말로 새알을 줍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에 이산 저산을 하루종일 뒤지고 다녀야만 했죠. 그렇지만 새알을 줍기란 하늘에 별따기였죠.
그것도 새알을 내 나이만큼 주워와야만 한다고 했으니...

결국 우리는 제풀에 지쳐서 새알은 하나도 줍지 못하고 울상인채로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새알없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고 하시곤 했죠.
하지만 저녁상위에 제 팥죽그릇에는 새알이 동동 띄워져 있는걸 보는 순간에 그 기쁨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곤 했던 추억...
해년마다 속으면서도 몇년을 그렇게 동지만 되면 친구들이랑 뒤산을 뒤지면서 새알을 주우러 다니기도 했죠.

또 하나의 추억은...
동짓날 저녁이면 친구들 모두 바가지 하나를 가지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면서 "팥죽좀 주이소"라고 소리치면 어느 집에서든지 그날만은 넉넉히 바가지에 가득 팥죽을 주시곤 하셨죠.
집집마다 얻어온 팥죽은 어느 친구의 집에 모여 앉아 밤 깊은 줄도 모르고 키득거리면서 한손으로는 김치를 한손으로는 팥죽을 한입가득 물고는 어느집의 팥죽이 맛있는지를 가늠 하곤 했죠.
그날만은 모두가 넉넉한 시골의 인심이였죠.

동짓날만 되면 팥죽 얻으러 다닌 꼬마들로 동네가 시끌벅쩍 했던 내 어릴때 시골집...
지금은 동지가 되어도 팥죽한번 끓어 먹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지.
그때 팥죽얻어 먹으면서 동네를 돌았던 내 어릴때 소꼽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동지의 추억들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아마 나와 같이 동지의 추억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동네를 돌면서 "팥죽 한그릇 주이소" 라고 외치는 어릴때의 추억을...

그 추억때문인지 동지만 되면 팥죽 한그릇은 꼭 먹어야만 될것 같아서 해년마다 팥죽을 끓이게 되죠.

올해도 넉넉한 기분으로 시부모님과 동서네를 불러서 넉넉한 팥죽 한그릇의 추억을 만들어 보았답니다.
비록 보잘것 없는 팥죽 한그릇이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넉넉한 팥죽 한그릇에 저의 행복을 담았답니다.
팥죽 한그릇에 제 추억까지 듬뿍 담아서...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2-23 19:36)
담쟁이 (choice0312)

에어컨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남편을 도와주고 있는 14년차에 아들(13) 딸(11)살을 두고 있는 어설픈 주부라고 합니다. 항상 삶에 최선을 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우
    '03.12.23 4:51 PM

    새알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다가 생각난건데, 저두 7살땐가 어른들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셔서,,
    진짜 우리 엄마 찾아간다고 집을 나갔던 기억이,,,
    얼마 못가서 잡혔지만,,
    울며 불며,, 그땐 진짜 서럽더군요,,

  • 2. 김혜경
    '03.12.23 8:02 PM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 3. 파파야
    '03.12.23 11:30 PM

    정말 아련한 추억.. 시골에서는 그런 얘기도 햇엇구나..처음 듣는 얘기거든요.그때가 그립기도 하시겟어요.좋은 얘기 잘 들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59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랍니다 - 울릉도 여행기 21 구름빵 2025.07.30 3,122 2
41058 7월 여름 15 메이그린 2025.07.30 1,821 2
41057 성심당.리틀키친 후기 16 챌시 2025.07.28 5,139 3
41056 절친이 나에게 주고 간 것들. 9 진현 2025.07.26 8,108 2
41055 디죵 치킨 핏자와 놀이공원 음식 16 소년공원 2025.07.26 5,104 3
41054 50대 수영 배우기 2 + 음식들 20 Alison 2025.07.21 10,663 3
41053 혼자 보내는 일요일 오후에요. 21 챌시 2025.07.20 8,021 3
41052 잠이 오질 않네요. 당근 이야기. 22 진현 2025.07.20 8,225 7
41051 사랑하는 82님들, 저 정말 오랜만에 왔죠? :) 60 솔이엄마 2025.07.10 14,867 5
41050 텃밭 자랑 14 미달이 2025.07.09 10,895 3
41049 명왕성의 바지락 칼국수 - 짝퉁 36 소년공원 2025.07.09 9,884 5
41048 185차 봉사대체후기 ) 2025년 6월 햄버거, 치킨, 떡볶이.. 13 행복나눔미소 2025.07.07 3,286 4
41047 지금 아이슬란드는 봄 62 쑥과마눌 2025.07.07 7,482 12
41046 오랜만에... 16 juju 2025.07.06 4,784 3
41045 등갈비 바베큐구이와 연어스테이크 덮밥 16 늦바람 2025.07.06 4,314 2
41044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 32 진현 2025.07.06 5,313 5
41043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2 12 진현 2025.07.02 8,926 4
41042 이열치열 저녁상 10 모모러브 2025.07.01 7,613 3
41041 나홀로 저녁은 김치전과 과하주에... 3 요보야 2025.06.30 6,853 3
41040 우리집은 아닌 우리집 이야기 1 9 진현 2025.06.30 6,014 4
41039 일단 달콤한 설탕이 씹히는 시나몬라떼로 출발 !! 16 챌시 2025.06.27 6,749 3
41038 직장녀 점심메뉴 입니다 (갑자기떠난 당일치기여행...) 14 andyqueen 2025.06.26 9,665 3
41037 먹고 보니 너무 럭셔리한 점심 7 요보야 2025.06.26 6,252 3
41036 냉장고정리중 7 둘리 2025.06.26 5,999 5
41035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만들어 먹죠 8 소년공원 2025.06.25 6,239 5
41034 똑뚝.....저 또...왔습니다. 16 진현 2025.06.23 8,063 6
41033 별일 없이 산다. 14 진현 2025.06.17 10,450 4
41032 새참은 비빔국수 17 스테파네트67 2025.06.14 11,621 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