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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저 너무 서글퍼요..

| 조회수 : 2,840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3-12-02 07:32:32
저 어젯 저녁부터 몹시 서글퍼요.
요즘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거든요.
사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구울시간없이 바뻐야 할 제 스케줄에....
그래도 추억 한가지 만들고자 칠면조를 구웠지요.
사진 제대로 찍어서 올려보려고 했는데.. 제가 손님(?)을 맞느라.. 도저히
카메라 들고 설치지 못하겠더군요.
다행히 옆집 친구가 찍어서 자기네(중국) 사이트에 올려버렸답니다.  -.-
근데.. 웬지 여기에 올리기엔 좀 민망한거 있죠?
여하튼.. 잘 먹고.. 잘 놀고..  남은 칠면조로 일주일은 버텨보자 했는데..
이미 제 계획은 먹성좋고 염치없는 친구들로 인해..  무산되어 버린듯 싶군요.

어제 칠면조 뼈 모아서 끓인 국으로 3일을 행복하게 지내다.. 마지막 보내버렸습니다.
제가 서글픈 이유는요..  음식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구요..  
(어째 쓰다보니.. 그렇게 오해를 하실까봐..  ^^;;)

어제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꼼짝을 안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으니 지치더군요.  지겹기도 하고..
닭 아니, 칠면조 국물 맛있다고 마지막 장식한다고 친구는 오구 있구..
그 와중에.. 칼국수가 먹고 싶은거에요.  정말.. 생칼국수로 만든.. 닭칼국수..
그 국물이 바로 그런 진한 맛이어서 더 생각이 났나봐요.

혹시 언젠가 제가 올린 무식-용감-민망(?)한 사진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없고 귀찮다고 해도 다시 부서지는 칼국수를 삶아 그 환상의 육수를 망치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칼국수를 밀었습니다.

여기서.. 제 서글픔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갑자기...

칼국수가 어떤건지 생각이 나지 않는거에요.  -_-;;
여기 온지 벌써 5년이 넘었어요.  
국수 좋아하는 솜사탕..  칼국수를 일주일에 한번 이상 먹던 솜사탕..
그런 제가..
제대로 된 생칼국수 구경을 못해본지 5년이 넘으니 기억이 가물 가물..
거기에 너무나 많은 새로운 음식 경험을 해보니.. 더 뒤죽박죽...

요전에 만들었던 꽃빵땜에 더 헷갈렸는지.. 분명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얇게 밀었다고
밀었는데.. 먹다보니..  너무 서글퍼지더군요.

어릴적 할머니가 집에서 만들어 주던 칼국수..  그 칼국수 맛이 아니였어요.
쫄깃하라고 기름을 조금 넣어서 그런지..  꼭 파스타 같기도 하고..  
내내 먹으면서 우울했습니다.

같이 먹었던 친구는 어차피 칼국수가 뭔지 모르니까..  맛있다고 먹는데...
저는 참 혼자 서글프더군요...  몇그릇 퍼먹다..  결국.. 제가 만든것이 우동면발에
더 비슷하다는걸 깨달았어요.  첨에.. 혹시나 너무 조금 끓여서 쫄깃한가 하고
일단 배가 고프니까 조금 꺼내서 먹구.. 나머지는 조금 더 보글보글 끓였거든요.
조금 더 끓인것을 먹으니 우동에 더 가깝더군요.  
조금만 더 치대고 조금만 더 두껍게 밀었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얇게 썰었다면..
바로 네모란 그 우동면이 되겠어요.

저.. 아직도 많이 서글프고 우울해요.
아직도.. 칼국수가 기억이 안나요.  얼마큼이나 얇았는지..  
만두피 밀듯이 아주 얇게 밀었어야 하는거죠?  
얼마나 많이 치대나요?  저 아무생각없이 10분 이상 치댔나봐요.
그 정도면 빵을 만들수 있을것을..

가르쳐 주세요..  어디가 잘못된건지...  아주 아주 얇게 찢어지지 않을정도로만..
그렇게 얇게 밀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치댄건 아닌지.. 사실... 오래도 아닌데..
아니면.. 혹시 너무 조금 치댄건지..

에효~  빵만드는 조그만 도마에 밀대로 밀려니.. 결국 몇번을 접어서 밀었답니다.
어떻게 그런 무식한 발상을 했었는지.. 그냥 테이블 깨끗이 닦고 밀면 되었을것을..
아마도.. 제 머릿속이 뒤죽박죽인가 봅니다.  빵이나 파이.. 만두만 해도 그정도 도마면
아주 충분했었거든요.  

이것도 하룻밤 자고 나서 깨달았답니다.  할머니는 보통 여러명이 먹는 앉은뱅이 테이블에
다리 접어서 마루위에 놓고 반죽을 밀었던것이.. 하룻밤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났었어요.

저 서글플만 하죠?  ㅜ.ㅠ  
어제 온 친구가 한국 친구가 아닌것이 그나마 다행이에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2.2 8:17 AM

    외양으론 훌륭한데...
    국수도 국수지만 간맞출 때 조선간장을 쓰지 못해 할머니 칼국수맛이 아닌 건 아닐까요?

  • 2. 솜사탕
    '03.12.2 8:36 AM

    아네요.. 샌님..
    육수는.. 정말 너무나 훌륭했어요. 다대기도 맛있었구...
    문제는 국수의 면발이였지요.
    그 면발이.. 제 기억의 그 칼국수가 아닌거에요.
    칼국수라기 보다는 우동면의 쫄깃한 것에 가까운..
    완벽한 우동이라기엔 약간 푸석거리는...

    그리고.. 제가 서글픈 이유는.. 아직도 칼국수(국수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그 기분 아시나요? 너무나 당연한건데.. 단지 오랜세월 잊고 살았다고 기억나지 않을때의
    그 서글픔.. 제 나이에 이런 서글픔을 이렇게 뼈저리게 느낄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음식이라서.. 더 뼈저린것 같아요.
    배운 지식 까먹는건.. 항상 있는 일인데도.. 슬프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히~ 그리고.. 저 조선간장 있어요.. 그것도 무지 오래된... 5년도 훨씬 넘은
    집에서 담근 집간장.. 엄마의 성화로.. 유학오면서 간장을 처음부터 넣어가지고 왔다는거
    아닙니까.. -.-

  • 3. ellenlee
    '03.12.2 5:13 PM

    솜사탕님 글이 너무 절절해 안타까운 심정이 팍! 와닿네요..
    힘내세요..그래도 너무 대단하십니다..유학생활에 칼국수 면발까지 만들어 드시구..

  • 4. 정명희
    '03.12.2 10:14 PM

    만두피하고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해먹던 것이 칼국수였죠.
    얇다 생각될 수준으로 밀면 되요. 반죽은 너무 되지 않게 하고요.

    밀가루를 뿌리면서 밀어서 크게 .얇게... 밀고 다시 밀가루를
    뿌리고 뚤뚤 말아서 계란말이하듯말아서 칼로 썰면..서 또
    밀가루를 뿌리고...물에 넣을 때는 밀가루를 털면서...넣죠.

    요즘에는 반죽도 안하고 풀무원 생면 사다 먹습니다.
    치대는 것은 많이 치댈수록 차진 맛이 들어서 좋지요..
    적당히 물섞어서 반죽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숙성되어 오래 치댄 것과 같은 효과가 있대요.

    서글프게 생각하는 것은 칼국수가 아니라 고향이 그리워서겠죠.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실시간에 고향에 있는 여자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니...서해안의 바지락 칼국수...정말 맛있는데...

  • 5. 나나
    '03.12.3 2:11 AM

    추억이 음식이고 음식이 추억이라서 아마도 그런 느낌이 든게 아닐까요,,,
    같이 먹는 사람도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고,,만드는 사람도 예전과 달라서 더 그런거구요,
    저도 칼국수 먹으면,,왠지 좀 서글픈 사연이 있어서,,서글퍼져요,,
    어렸을 때 외할머니 께서 대청마루에서 혼자서 홍두깨로 손자들 주신다고,,
    하루종일 밀어서 만들어 주셨거든요,,
    우리 외할머니는 날콩가루를 섞은 반죽에 그냥 멸치 국물에 애호박정도의 간단한 고명에 조선간장으로 만든 양념간장으로만 만들어 주셨어요,
    지역에 따라서 보면,,,칼국수 같은 음식 반죽에 날콩가루를 섞기도 해요,,
    찰진맛은 좀 덜하지만 맛이 구수해지고,,영양적으로도 보완이 되서 좋다네요,,.
    외할머니는 영양적인건 몰라도 맘으로는 손자들 잘먹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 주셨던거죠,,근데 재밌는건 울 엄마가 외할머니식으로 만들면 그맛이 절대로 안 난다는거예요..
    그때는 그다지 맛있다는 걸 몰랐는데,,10년 정도 지나고 보니,,기억에 남는 음식이 되버렸네요.

  • 6. 솜사탕
    '03.12.3 2:15 AM

    ellenlee님.. 고마워요.
    한국에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겠죠.. 너무나 쉽게 맛난것들을 주위에서 구할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가서 차몰고 한국마켓가서 생칼국수 한봉지 사오는것보다 그냥 밀가루 푹푹 털어서 반죽하는 것이 더 빠르던데요. ^^;;

    정명희님... 감사합니다.
    맞아요.. 그만큼 얇게 밀었어야 했던것 같아요.. 얇디 얇게.. 하지만 찢어지지는 않을 정도의 탄력이 있게.. 서서히.. 그 모습이 제 머릿속에 돌아오고 있네요.
    할머니가 밀어서 만들던 그 크고 넓고 얇은 반죽...

    정말.. 그땐.. 이런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참 서글펐어요. 얼마나 생각을 못했다면...
    제가 조금 큰 도마(만두피 한장이나 파이크러스트 한개 겨우 밀 정도의 도마)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놓고 밀기 시작했었을까요....

    이런 저의 모습에... 참 서글퍼 졌던것 같아요. 그렇게 잊을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는.. 괜찮아 졌어요. 바쁜거 좀 끝나면 다시 칼국수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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