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결혼한 이후로 처음 시어른들을 모시게 된 소년공원입니다.
저희 가족이 한국을 방문한 적은 두어번 있었지만 그 때는 제가 손님으로 간 입장이었고, 이번에야 비로소 제 손으로 대접을 하게 되었죠.
16년치 시집살이를 고작 2주 동안 속성으로 해치우는 날라리 며느리랍니다 :-)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
뭘 좀 만들어놓고 사진을 찍으려니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뭐라뭐라 말을 시키고 그거 들어주다보니 허겁지겁 식사를 하시게 해서 건진 사진이 통 없네요.
그래서 사진은 부실하지만, 그래도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속성 날라리 인걸요...
오랜만에 국수 기계를 꺼내서 콩국수도 해먹고 잔치국수 비빔국수도 해먹었어요.
국수 가락처럼 오래오래 사시라는 오그라드는 멘트는 차마 못하고 - 아무리 그래도 16년차 헌댁이다 보니 - 그저 마음만 담아서 국수를 삶았어요.
메주콩 삶아서 갈아서 콩국수 만드는 건 너무 간단하고 쉬웠어요.
다른 날에는 고명을 여러 가지 만들어 따로 담아놓고 원하는대로 얹어서 드시게 하는 뷔페식 잔치국수를 차렸더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보다 한 살 위, 한 살 아래인 시누이들이 있어서 일하는 손이 많은 김에 갖가지 김밥도 말아 먹었어요.
솜씨와 눈썰미가 저보다 월등해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지요.
좋은 점은, 일이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고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거...
나쁜 점은, 제가 생색을 많이 낼 수 없었다는 거...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순식간에 만들고 치우는 것도 제 손에 물 안묻히고 저절로 되는 기적을 맛보니 얼마나 좋던지요.
쌀국에 오셨으니 엄뭬리칸 스똬일로도 차려드리고, 느끼하실까봐 때때로 한국음식도 만들고, 하느라 날마다 메뉴 선정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만...
용궁 김씨 가문은 이거슬 가장 잘 드시더만요 :-)
남편이 모처럼 술친구들 (시누이들)이 생겨서 날마다 갖가지 주님을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시부모님은 먹는것 보다도 날마다 손주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걸 마음껏 즐기고 계시고요.
애기적에 안아보고 이렇게 자란 모습을 보시니 그저 흐뭇하실 따름...
여자친구도 부르고...
남자친구도 불러서...
(전쟁놀이 중이어요. 테러리스트가 아니랍니다 :-)
올해에도 어김없이 트리하우스 파티를 했습니다.
시부모님 계실 동안에 파티를 하느라 아직은 날씨가 쌀쌀했는데, 아이들 추울세라 할아버지께서 불을 피워주셨어요.
(불똥이 튀어서 등산복 자켓에 구멍이 났다는 아픔이... ㅠ.ㅠ)
올해에도 파티를 열어주어서 고맙다며 케익을 구워온 엄마도 있었고, 과일도 가져오고, 함께 머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부모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3학년 선생님들이 참석하셨다는 거죠!
코난군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고모들이 멀리서 오셨다는 걸 아시고 일부러 와주신 것 같았어요.
아이들 마시라고 핫초코렛을 사가지고요.
낮 12시부터 해질 때까지 파티가 계속되었는데, 장장 예닐곱 시간을 계속해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세어보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다만 선생님들이 오시니 핫초코렛을 얻어먹으려고 딱 한 번 이렇게 한군데 다 모였더랬죠.
사진에 보이는 아이들은 대략 20명이지만, 먼저 왔다 일찍 간 아이들, 나중에 온 아이들 합하면 대략 아이들만 30명은 왔던 것 같아요.
어른까지 해서 오십명도 넘는 사람들이 즐거웠던 날이었습니다.
이런 모습도 보시고...
이런 것도 보시고...
오는 일요일은 쌀국의 어머니날이니 그 때 또 꽃 한다발을 사다 꽂아야겠어요.
그 전 날은 어머님 생신이기도 해서 열심히 밥상을 차리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상 날라리 며느리의 중간 보고였습니다.
개표방송 보면서 주님 영접하실 분들은, 꾸이맨을 안주로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