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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천원 부추 한 단으로 --- 3종 세트와 참는다는 건????

| 조회수 : 9,974 | 추천수 : 30
작성일 : 2011-04-01 16:08:19
7시에 일어나 도서관 가겠다는 녀석이 8시가 넘어도 못 일어났다.
안쓰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순간 솟구치는 열불에 빽~ 소리라도 질러주고 싶고…….

그 나이 때 나도 그랬지만 청소년기 아이를 더구나 휴일에 깨우는 건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하나 가지고도 나는 이렇게 여러 감정이 오가는데 어머니는 셋씩이나 어찌 깨우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 마음으로 K를 깨워보았으나 못 일어나더라.







어수리나물과 고춧잎 무침, 쌀로 만들었다는 고기 맛 주물럭.
어수리나물 향도 좋았지만 제철이 아닌데도 나온 고춧잎 고추장무침도 입맛을 돌게 했다.
올해 텃밭 농사에선 고춧잎도 좀 따먹어야겠다.



결국 K를 위해 준비했으나 K 없는 아침을 H씨와 둘이 먹고 나는 도서관에 갔다.
그깟 잠을 못 이겨 끙끙대는 게 마뜩찮아 그냥 둘까했지만
그래도 늦게 일어나 허둥대다 스스로 자책하며 혹여 상처 입을까 자리 잡아주러 도서관에 갔다.

9시가 넘으니 급격히 빈자리가 줄더니 10시쯤엔 대기자가 100명을 넘더라.
요즘 아이들 참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가져간 책 보고 있는데 11시나 되어 전화 왔다. 일어나 씻고 있으니 오라고.
그렇게 11시 넘어 K는 도서관에 가고 H씨와 나는 주말농장 텃밭에 갔다.
거름도 주고 감자 심을 밭이랑도 만들었다. 내친김에 좀 이르지만 상추씨도 뿌렸다.

늦은 아침 탓에 점심은 됐고 5시쯤 와서 저녁 먹고 기숙사 간다는 녀석에게 맞춰
이른 아침을 먹은 우리도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 준비를 했다.








전날 마트서 좀 물이 안 좋은 천 원짜리 부추 한 단 사다 만든 부추 3종 세트.
부추겉절이, 부추 부침개, K를 위한 특별식 부추불고기 - 불고기용 소고기를 애호박과 후추만 뿌려 굽고
부추 겉절이와 내었다. 오랜만의 고기라서 그런지 ‘맛있다’며 부추까지 다 먹었다.



고구마는 피자용 치즈 뿌려 구웠다.



H씨와 나는 아침에 먹고 남은 나물들 몰아넣고 돌솥 아닌 스텐냄비비빔밥.
묵은 김치 썰어 넣고 밥, 나물을 얹어 중불에서 달달달 달궈 냄비 째 놓고 비볐다.



진정한 비빔밥의 종결자, 저 누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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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거나, 혹은 부치지 못한 편지> --- 참는다는 건.



K에게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미적거리는 걸 털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긴 한데 어쩌겠니?
미적거리고 고민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면 그냥 해야지.”

일요일 못 일어나는 널 보며 드는 생각이었어. 사실 더 자게 놔두고 싶었지만
늦게 일어나면 너 스스로 기분만 나쁘고 꿀꿀한 기분으로 지낼게 뻔한데 그냥 둘 수가 없더라.

K야
언젠가 얘기한 것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야.
참는다는 것도 그래. 선택하는 거야.

잠이 쏟아지거나 일어나긴 해야 하는데 일어나긴 싫을 때,
좀이 쑤시고 지겹고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기 까지 할 때,
‘내가 이런 상태에 있구나.’ ‘선택의 순간이구나.’ 하고 바로 선택해 버리는 거야.
정 선택 할 수 없다면 동전 던지기도 괜찮아.

비단 잠뿐 아니라 살다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거든
힘들고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고 때론 욕심에 빠지는 순간.

참는다는 건 ‘내가 그런 상태구나.’ 선택의 순간임을 알아차리는 거다.
온갖 욕구들로부터 순간순간 선택하는 과정, 알아차리는 과정이야.

고3, 네 말대로 체력은 저질이고 할 건 많고
게다가 그만 하고 싶은 생각과 환경까지 온갖 상황이 널 괴롭힐 거야.
딱히 고3때뿐 아니라 인생 살면서 그런 순간임을 알아차리고 선택하는 걸 익히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물론 그것도 연습하지 않으면 그냥 괴롭고 힘들어 할 줄 만 알지
순식간에 선택해 버리고 떨치기는 쉽지 않아.
잠에서 깨는 것부터 연습해 보렴. 일어나기로 한 시간에 그냥 일어나기.

오늘도 행복하렴.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백설꽁주
    '11.4.1 4:17 PM

    난생 처음 1등...ㅋㅋㅋ

  • 2. 보리
    '11.4.1 4:20 PM

    난생처음 2등 ㅎㅎㅎ

  • 3. 보리
    '11.4.1 4:32 PM

    오후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한식 상차림 항상 즐겨보고 있습니다.
    많이~많이~올려주세요^^**

  • 4. T
    '11.4.1 4:38 PM - 삭제된댓글

    K에게 보내는 편지가 제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선택의 순간임을 빨리 알아차려야 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5. 가웅이
    '11.4.1 6:50 PM

    저도 초등1학년짜리 외동딸의 엄마인지라.. 오후에님의 글이 늘 맘에 와닿아요.
    한결같은 맘으로 아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시는것이 느껴져서 k가 대학생이 되면 아빠의 글들을 모두 읽어보았음.. 싶네요.^^
    전 오늘 병원에 갔다가 설마설마 했던 근종이 넘 커져버려 수술하자는 이야길 듣고 수술날짜 잡고 와서 엄청 심란하고 맘이 어수선했는데 오후에님 글 읽고 위안받고 갑니다.

  • 6. 후라이주부
    '11.4.1 8:34 PM

    K야

    오늘도 행복하렴 222

    ^ ^

  • 7. 파란하늘
    '11.4.1 10:04 PM

    선택의 순간임을 빨리 알아차리는 지혜가 우리 아이가 아닌
    제가 더욱 필요함을 느끼네요.
    싱그러운 건강한 밥상과 늘 생각의 기회를 안겨주는 오후에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K는 정말 행복한 따님이군요.^^

  • 8. Marina
    '11.4.2 3:17 AM

    저도 아침에 잘 못 일어나서 저한테 도움이 되는 편지였습니다. 비록 저는 K보다 나이가 곱절 더하기 몇 살 더....
    일어나지 않는 것도 결국 선택....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

  • 9. 콜린
    '11.4.2 7:42 PM

    따님 도서관 자리까지 잡아주시고~
    오후에 님은 정말 좋은 아빠세요~ ^^
    도서관서 공부를 대신 해주진 못하셨을거고..^^; 도서관서 뭐 읽으셨을까나요~

  • 10.
    '11.4.3 4:26 PM

    오후에 님 글보고 저도 기숙사에 있는 딸에게 편지 부치고 왔네요.
    울딸과 K에게 홧팅 보냅니다~

  • 11. 오후에
    '11.4.3 11:55 PM

    백설공주님//ㅎㅎ 축하드립니다. 1등, 뭐든 처음은 기분좋은 모양입니다.
    보리님//난생처음2등도 축하드립니다. 제 상차림을 좋게 봐주셔서 또 감사드리고요.
    T님//선택의 순간임을 알아차리가 사실 쉽진 않아요. 아이에게 저리 말했지만 저도 늘 잊고 그냥 고민만 하다 후회하곤 합니다.
    가웅이님//애고 힘내세요. 수술 잘 받으시고요.
    후라이주부님//감사... 님도 행복하시길
    파란하늘님//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면 제가 행복해야하겠죠... 선택의 순간임을 알아차리려 노력하는데 사실 잘 안됩니다. 좀 더 일찍알았으면 하는 맘도 살짝들고요.
    Marina님//일찍일어나기 예나 지금이나 힘든일이죠. 저한테도 그렇답니다. ㅎㅎ
    콜린님//도서관자리잡아주기... 연애할때도 안해본건데 작년부터 간간히 하고 있습니다.
    혼님//따님이 감동일겁니다. 그 편지 받으면... K는 그러더군요 감동받았다고... 한 일초 감동이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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