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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교치 마라 부러워 마라

| 조회수 : 8,485 | 추천수 : 90
작성일 : 2010-10-29 09:05:54
파종시기 날씨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무는 씨를 두 번이나 뿌렸었고 모종을 심은 배추도 자리 잡는데 오래 걸렸었다.

그래도 10월 들어 부쩍부쩍 크긴 했지만 아직 부실한데
날은 추워지고







<게으른 주인에게 시위라도 하듯 비실비실 자잘하니 더디 자라는 무, 배추>






<이제 알이 차기 시작한 총각무, 잎 색이 비리비리하다.>
<역시 왠지 실해보이지 않는 쪽파>




<넌 어디서 왔니? 붉은 갓 사이의 청 갓, 너 누구니.>




<고구마 캐고 뿌린 시금치 싹이 났다. 이건 한 없이 반갑다.>








<눈을 돌리니 통통하게 속이 찬 남의 밭 배추, 무 보인다.>
<어쩜, 저리 잘 키웠을까! 부러워지니 내 것이 더 찌질 해 보인다.>






<그래도 무청 한 줌 꺾었다. 우거지 지져야겠다.>






<여름 지나 팽개쳐둔 깨는 어느 새 꽃을 피웠었다.>
<꽃대 채 따다 튀겨도 먹고 볶아도 먹는다.>

---------------------------------------------------------------------------------------

비교치 마라
부러워 마라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큰다.’는
밭작물조차 비교하고 부러우면
내 것은 한 없이 초라하고 작아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자식이야!

견주고 부러워지면
저 무, 배추 고마움 모르게 되니 그러지 마라.

탐스러운 것에 잠시 눈길 갈 수 있지만
행여 내 새끼와 비교치 마라.

꽃인들 본래부터 예뻤으랴.
다 마음에 비교하니
이쁘고 잘 나 뵈는 게지.


날은 추워지는데
채 못 자란 저것들 속은 오죽하랴
제 딴에도 급해져 동동거리리니.

다 때 되면 자랄 만큼 자라고
속 차리니

비교치 마라
부러워 마라

남보다
크고
잘 나길 바라는 것도

견주는 것이니
행여 마음에 담지 마라.


*프리님 글에 감사하며 - 두 번째 화살

비교하고 탐하는 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씨 뿌릴 때를 놓치고 남들보다 자주 가 돌보지 못해 생장이 늦은 걸 보고 속상해 하는 것이 첫번째 화살이었다면 남의 것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니 농약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더 속상해지는 것이 두번째 화살을 맞는 어리석음은 아닐까....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리s
    '10.10.29 9:20 AM

    저도 엄마가 어릴때 깨봉오리 튀겨주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었는데..
    아~ 그 맛이 갑자기 그립네요..
    밑에 덧붙이신 글, 참 좋네요~
    학교 간 두 어린이들 오늘 하루만이라도 안 혼내봐야겠다고 실현 불가능한 다짐 ^^;;;

  • 2. 만년초보1
    '10.10.29 9:26 AM

    아우, 요즘 같이 농산물 가격 널을 뛰는 때에 저런 텃밭 갖고 있음
    정말 부러울 게 아무 것도 없겠어요. 저도 10년 쯤 후엔 저런 텃밭
    일구며 살 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 3. 오후에
    '10.10.29 9:45 AM

    마리s님//전 볶아 먹는 걸 좋아해요. 두 어린이들 ㅎㅎ 꼭 실현되길 제가 대신 빌어들릴께요.
    만년초보1님//너무 부러워마소서 ㅎㅎ.... 꿈꾸세요. 맘껏 꿈꾸면 이루어진답니다.

  • 4. 프리
    '10.10.29 10:10 AM

    꽃피운 깨에 왜 이리 눈이 머물까요?
    그리움일까요..아님 먹고파서일까요? ㅎㅎㅎㅎ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꽃깨채 튀겨먹으면 얼마나 향긋할까 싶어 머리속에 한참 맛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갑자기 호박꽃도 떠오르네요.... ^^ 좋은 날 만드시길~~

  • 5. 워니미니
    '10.10.29 10:18 AM

    오후에님께서
    오전에 올려주신 이 글, 너무 감사합니다.
    한줄 한줄, 교훈삼아 명심할께요.

  • 6. 코로나
    '10.10.29 12:44 PM

    아~ 제 조그마한 밭의 배추,무보다 훨씬 이쁩니다. ㅎㅎ 깨 꽃대 요리 좀 자세히 알려주세요~ 신기하네요. 저도해보고싶어요. ^^

  • 7. annabell
    '10.10.29 4:35 PM

    작지만 나만의 것이 있을때 행복하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가슴 한켠이 따뜻해오네요.

    오랫만에 보는 들깨꽃이네요.괜히 집 생각이 목이 메여와요.

  • 8. 강양
    '10.10.29 7:23 PM

    중국에 사는 저도 깻잎이 먹고싶어서 베란다에 좀 큰 스티로폼박스에 깻잎모종을 심어다 키웠더랬죠.. 저렇게 탐스럽고 예쁜 꽃봉오리가 피었었는데 먹을수도 있었군요!!

    비교치마라..라는 글이 너무 맘에 와닿습니다.... 식물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야..

    그래도 너무 예쁘게 잘 키우셨어요 ^^

  • 9. 곰돌곰돌이
    '10.10.30 12:52 AM

    너무 마음에 드는 글이네요. 두고두고 보려고 제 블로그에 담아갔어요. http://cucuky.blog.me/100115531970 혹시 불편하시면, 삭제할게요.

  • 10. 오후에
    '10.11.1 9:54 PM

    프리님//주말에 게을러서 깨봉우리 튀김은 못해먹었네요...ㅎㅎ
    호박은 지난주 추위에 끝나버렸어요. 꽃은 그만두고 줄기조차 모두 내려앉았답니다.

    워니미니님//ㅋㅋ 담부턴 오후에 올려야겠는데요. 11월 첫날입니다. 좋은 일 많은 달 되시길...

    코로나님//튀김옷 입혀 튀겨먹으면 되요. 특별한 건 없어요. 볶아먹을 땐 줄기는 빼내고요. 질기거든요. 꽃봉우리만 드시면 되요. 꽤 고소합니다.

    annabell님//가슴한켠 따뜻해지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강양님//다음엔 꽃피거든 드셔보세요. 봉우리만 따 허브처럼 사용하셔도 좋아요.

    곰돌곰돌이님//출처만 정확히 밝혀주신다면 불편하지 않아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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