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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고구마 줄기

| 조회수 : 6,731 | 추천수 : 70
작성일 : 2010-07-29 11:01:07
“덥다 더워”를 연발하게 되는 날씨입니다.
비구경하며 한껏 어머니 생각에 젖었다가
비 그치고 내리쬐는 햇볕에 땀 줄줄 흘리며 찡그린 인상으로 퇴근한 어제.

H씨 ‘밭에 갔다 왔다.’며 안방에 에어컨 켜 놓고 고구마 줄기 다듬고 있더군요.
마주 앉아 이러저런 얘기하며 같이 고구마 줄기마저 다듬었습니다.

땀은 식었지만 덥다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K는 친구 만나 저녁 먹고 독서실 간다고 했고 H씨도 저녁 생각 없다고 하니
나만 먹으면 됩니다.

냉장고에 찬밥 들어 있고 된장에 무친 고구마줄기 반찬이 보였습니다.





양푼에 찬밥 한 덩이 담고 고구마 줄기 담긴 반찬통 엎었습니다.
들기름 넣고 고추장 반술 정도 넣어 비볐습니다.
찬밥이라 잘 비벼지지 않습니다. 숟가락 세워 밥덩이를 먼저 잘게 부순 후 비볐습니다.

“밥을 데워 먹지! 냉장고 든 걸 그냥 먹어요.”라며 H씨 한 걱정 합니다.
“뭐 어때, 괜찮아.”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참 이상하게 전 더운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여름이면 더 그렇습니다. 찬밥과 더운밥 같이 있으면 항상 찬밥을 집어 듭니다.
더운밥 주면 신경질이 날 때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한 여름에도 꼭 더운밥과 뜨거운 국을 드셔야 했던 분입니다.
여름이면 연탄불 화덕 옆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던 어머니 땀 과 머리 수건이 고단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찬밥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빔밥 한 양푼 뚝딱하고 나니 좀 더위가 가셨습니다.
K 오면 간식으로 주려고 옥수수 삶아 놓고
오늘 아침 반찬 하나 만들었습니다. 고추장 고구마줄기지짐입니다.
이전엔 된장에 무쳤으니 이번엔 고추장에 지져보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구마줄기 냄비에 넣고
다진 마늘, 고추장 2/3술, 된장 약간을 밥 한 공기쯤의 물에 잘 풀어 냄비에 부었습니다.
센불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낮추고 들기름 좀 둘러 윤기 자르르 흐르게 하고
배즙 한술 풀어 달달한 맛을 더해 한소끔 끓였습니다.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찌개 익는 냄새에 불에서 내렸습니다.
좀 심심합니다. 소금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리s
    '10.7.29 11:04 AM

    오후님 글 읽으면,
    언제나 짧은 수필 한편 읽은 기분이 들어요.
    올리시는 음식과 글이 참 닮아있어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 2. 오후에
    '10.7.29 11:16 AM

    마리s님//늘 보아주신다니 감사... 저도 요즘 연일 올리는 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 3. 별이친구
    '10.7.29 11:20 AM

    반찬통 엎었습니다....리얼합니다..ㅎㅎ

  • 4. 다이아
    '10.7.29 12:50 PM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나물반찬이 고구마줄기에요.
    하얗게 볶아도 맛있고 빨갛게 볶아도 맛있고...
    워낙 고구마 줄기를 좋아라 해서 껍질을 까보기로 했죠.
    다시는 못까겠더라구요. 성질 버릴거 같아요.
    2단 벗겨서 삶으면 아놔~~ 딱 2접시..
    손톱에 낀 검은물이며 뻐근해진 어깨에.. 노력대비 너무 적은 양이었어요.
    며칠전 청평에 갔는데 무인가게에서 껍질 깐 고구마 줄기를 2천원에 팔더라구요.
    앗싸~~ 왕창 사와서 갈무리 해놓을려고 했는데.. 제가 한봉지 들고 구경하는 사이 뒤에 서있던
    아저씩께서 3봉지를 몽땅 사들고 가버리셨어요. 흑...
    동네에서는 껍질깐 고구마순 비싸요. 시골가면 아예 껍질깐거 한 푸대 사다가 말려놓을까요?

  • 5. 어중간한와이푸
    '10.7.29 12:52 PM

    멸치도 드시면 안되능가... 국물멸치 몇마리 던져넣고, 집간장으로 간하면 그저 그만인데...
    손톱밑이 새까매지더라도 절대 포기할수 없는 고구마줄기 조림이지요.*^^*

  • 6. 어중간한와이푸
    '10.7.29 12:57 PM

    댓글달고 보니, 다이아님 글이 눈에 들어와서요...
    원글이도 아니면서 "쓸데없는 오지랍"인지 모르겠으나, 저 또한 최고로 좋아하는 반찬이라 한마디 거듭니다.고구마줄기를 뜨건 물에 슬쩍 데친후 찬물에 헹궈 껍질을 벗기면 좀 쉽다고요...

  • 7. 오후에
    '10.7.29 2:23 PM

    별이친구님//반찬통 업을 순 없잖아요. 엎어야지... ㅎㅎ
    다이아님//고구마줄기 다듬는게 그럭저럭 견딜만 해지면 나이먹었단 겁니다. 아직 젊으신가봐요.
    저도 다이아님 같았는데 어느 순간 배고픈거 빼고 다 견뎌지더라고요. 손톱밑 까매지는 것도 봐주게 되고요.
    어중간님//전 멸치 먹는데 안먹는 사람이 있어서요. 손톱밑 까매지고 허리가 무너지게 아파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맛입니다.

  • 8. 알콩달콩
    '10.7.29 4:37 PM

    오후에님 글읽으면 나이차이 많이 나는 친척 오빠가 해주는 얘기 같아요
    어머니 힘들었던 기억때문에 찬밥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보니 착한(?) 아들이시네요^^ (저보다 한참 많은 분께 이런표현은 좀 죄송하네요)
    마음을 공감해주는 아들이 있다면 어머니도 힘들어도 미소를 보이실것 같아요

  • 9. 순덕이엄마
    '10.7.29 7:03 PM

    여기서 구하기 힘든게 마늘쫑과 고구마 생 줄거리예요. 10년간 못 먹어봤어요. ㅠㅠ
    넘 맛있어 보이네요. ㅠㅠ

  • 10. 모두락
    '10.7.29 8:05 PM

    여기서 구하기 힘든게 마늘쫑과 고무마 생 줄거리예요.. 222
    9년간 못 먹어봤어요.. ㅠㅠ
    햐.. 고무말 줄기로 만든 나물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 맛나 보입니다..ㅠㅠ

  • 11. 민무늬
    '10.7.29 11:18 PM

    고구마줄거리 급 땡기네요.
    다듬는 시간을 고려해서 주말에 해먹어야 하겠어요

  • 12. j-mom
    '10.7.30 10:12 AM

    어릴적에 엄마랑 고구마줄기 까던거 생각이 나네요.
    톡 부러트려 거기부터 까기 시작...
    요거 끝나고 나면 손톱밑이 까매져서...
    첨엔 같이 하자고 시키던 울 엄마
    좀 크니까 손톱밑 미워진다고 하지말라고 하셨는데....엄마가 그립네요..

    저희는 요거 살짝 데쳐서 고등어조림에 깔아서 먹었는데
    느무느무 맛있었어요....
    아이고 아침부터 괜히 키톡을 열어가지고.....
    아침먹고 다시 오께요...ㅎㅎ

  • 13. 오후에
    '10.7.30 10:35 AM

    알콩달콩님//이런이런~~ '나이 차이 나는 친척 오빠'라뇨... 저 나이 어려요. 진심. 레알 ㅋㅋ
    순덕이엄마님//순전히 고구마줄거리를 얻기 위해 고구마 싹을 틔워보세요. 수경재배하면 요즘같은 여름엔 싹이 장난 아닐텐데....
    모두락님//순덕엄니와 보다 1년 짧으시네요. 마늘쫑은 모르겠고 고구마는 1/3쯤 물에 담아두고 해 잘들고 따뜻하면 싹이 난답니다. 여기선 보통 관상용으로 보는데 아쉬운대로 드실수도 있을듯... 10년 참는 것보단 낫잖아요.
    민무늬님//주말에 맛나게 드시길...
    제이맘님//아침 늦으셨네... 맛있게 드셔요. 저는 손톱밑 까매지는게 아니라 쭈그리고 앉아 한없이 까던게 못견딜일이었는데 지금은 촘 할만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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