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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온답니다." 미리 먹은 호박전

| 조회수 : 8,196 | 추천수 : 146
작성일 : 2010-07-02 08:59:30
소박하고 담담한 일상을 기다리며

#1
밭에서 막 따온 사진만한 호박을 반 뚝 잘라 호박전을 했습니다.



“내일부터 비온데……. 당근 뽑고 콩 심는 것 어떨까.”라는 H씨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퇴근해 보니 H씨 집에 없더군요.
차림 그대로 밭에 가보니 벌써 당근 자리에 콩 심어 놓고 풀매고 땀 뻘뻘 흘리며 있습니다.
같이 남은 풀 마저 뽑고 호박, 깻잎, 고추, 방울토마토, 쌈채를 수확해 돌아왔습니다.
옆 밭에서 아들과 함께 작물 걷어 들이고 김매던 할머니께 상추 얻는 복도 있었습니다.

장마철 비오기 전 습기와 더위를 고스란히 땀으로 만든 날입니다.
가져온 작물들 H씨가 갈무리 하는 동안 제가 먼저 씻고 제가 저녁 준비하는 동안 H가 씻습니다.
어제 저녁상입니다.




방울토마토, 고추, 당근과 부침개입니다.
처음 두 장의 호박부침개은 짰습니다.
바삭하게 부쳐보자는 욕심에 튀김가루를 사용했는데 그만 소금 간을 하고 말았습니다.
튀김가루는 간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다.
게다가 소금 적게 넣었다고 제 딴엔 양념간장까지 준비했더랍니다.
맨 당근과 고추 없었으면 물 꽤나 마셨을 겁니다.


#2


지난 주말 두부 만들고 띄워 논 비지가 많습니다.
식품 건조기로 띄웠는데 그럭저럭 띄워 진 듯해 냉장고에 보관중입니다.

찬밥도 있고 해서 아침은 비지밥을 했습니다.
찬밥 꺼내 적당량을 압력솥에 넣고 비지도 올렸습니다.
신 김치 꺼내 쫑쫑 썰어 넣었습니다.
비지가 익으며 먹을 물 요량해 물 좀 붓고 압력밥솥 뚜껑 닫아 불에 올립니다.

어제 먹고 남은 반 토막 호박 꺼내고 달걀도 2개 꺼냈습니다.
소금으로 간하고 파까지 썰어 넣고 푼 계란 그릇은 냄비에 중탕으로 올립니다.
이렇게 중탕으로 계란찜을 할 때면 새우젓 냄새 아련히 올라오는 어머니의 계란찜이 떠오릅니다.
스테인리스 국그릇 바닥에 밥 알 몇 개 부친 채 상에 올라오면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아버지 수저만 바라보게 하던 계란찜입니다.




밥이 끓기 시작하자 바로 불 줄여 뜸들입니다.
찬밥은 데우는 정도고 비지와 김치만 익히는 것이기에 충분할겁니다.
호박 반 토막은 채 썰어 볶습니다.
들기름 살짝 두르고 다진 마늘 넣어 볶다 호박 넣어 센 불에 잠깐 볶아냈습니다.

상 차리며 비지밥 위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냈습니다.
휴가인 오늘 같은 아침은 여유롭습니다.
습기 때문에 틀어 놓은 선풍기 바람에도 비 냄새가 납니다.
비가 오긴 올려나 봅니다. 궂은 날씨를 예고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휴가 탓이겠지요.
아침 상 만큼이나 소박하고 단백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내내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네라리아
    '10.7.2 9:01 AM

    지금 억수로 많이 와요...ㅎㅎ
    시원하네요.
    전 감자전 해먹었으니 호박전 차례이네요...

  • 2. 오후에
    '10.7.2 9:03 AM

    시네라리아님// "억수로..." ㅎㅎ 여기도 오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진짜 시원해요. 마치 산 능선을 걸으며 바람 맞는 듯 기분 좋은데요

  • 3. morning
    '10.7.2 9:02 AM

    오늘 점심은 저도 호박전으로 하렵니다.
    욕심부려 호박채 너무 많이 넣지 말고 딱 저 정도만요. 훨씬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네요.
    오후에님이 하셔서 그런가요? ^^

  • 4. 여인2
    '10.7.2 9:15 AM

    역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붓네요- 비 안올 때 집을 나선 사람들이 발을 동동...
    냉장고에 말라가고 있는 호박 반개 저도 구제해줘야겠네요-

  • 5. 어중간한와이푸
    '10.7.2 11:10 AM

    저도 큰비 온다는 소식 듣고, 주말농장 다녀오는 길입니다.
    먹을 식구가 없어, 아는 이에게 수확 한걸 내려주었더니, 현미를 한봉다리 주네요.^^
    비지밥도 해 드시는군요.
    "스텐그릇 바닥에 밥알 몇개 부친채..." 우리 세대에는 그 보들보들 짭쪼름 했던 계란찜이 향수죠.

  • 6. 비오는사람
    '10.7.2 11:15 AM

    방울 토마토 너무 싱싱해보이네요.. 하나 집어먹고 싶게 탱글탱글...
    대구는 아직 비가 안와요...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는데... 올랑말랑..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 7. 모두락
    '10.7.3 4:10 PM

    "밭에서 따온.." 아.. 이런 표현을 쓰실수 있는 오후에님댁 풍경~ 부럽사와요~
    내손으로 심은 채소등의 재료로 먹거리를 해보는것이 꿈이지만,
    독일 시골에 살면서도 고작 테라스 화분에 싹이 언제 틀지도 모르는 깻잎만
    바라 보고 있다는~
    바삭해 보이는 부침개와 한소쿠리 깨끝이 씻쳐 담긴 야채들...
    맛도 건강도 넘쳐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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