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살았던 시절.
저는 빠듯한 용돈을 절약해 보고자
종종 샌드위치를 싸 가지고 다녔더랬습니다.
무뚝뚝하고 살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그런데 웬 일인지 그 날따라 저를 도와주실 마음이 생기셨는지.
점심을 싸다 잠깐 화장실에 가는 제 뒤로
"이거 마저 싸서 은박지에 넣어두면 되지?" 하시더라구요.
아버지가 둘둘둘 말아주신 샌드위치를 가지고 학교로 갔습니다.
점심 때 샌드위치를 꺼내서 한 입 베어무는 데 맛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하지만 배가 몹시 고팠고, 그다지 제 입맛도 날카롭지 않아서
꾹꾹 참고 다 먹었습니다.
집에 와 보니 같이 샌드위치를 싸 가지고 갔던 여동생이
"언니, 점심 맛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뭐 넣었어?
난 너무 이상해서 하나도 안 먹고 다 버렸어.
지금도 배가 아프다." 그러더라구요.
이상해서 부엌 씽크대로 가 보니
샌드위치 옆에는 머스타드 소스 대신 노란색 퐁퐁 통이...
아버지가 헷갈리셔서 둘 다 똑같은 노란색이라고 퐁퐁을 넣으신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입 안에서 거품이 나는 것 같아요.
몇년동안 먹는 퐁퐁의 양을 그때 다 먹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오죽 듬뿍 넣으셨겠어요?
그래도 죽지 않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살아 있으니 ...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한테 튼튼한 위장과 무딘 입을 주셔서!!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 먹다 죽을 뻔 했어요!
규야 |
조회수 : 4,338 |
추천수 : 3
작성일 : 2006-10-17 0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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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remy
'06.10.17 1:29 AM헉..............!!!
2. 돼지용
'06.10.17 7:45 AM헉...... !!! 2
3. 뽀뽀리맘
'06.10.17 7:58 AM옛날에 우리 아버진 다시*로 커피 타주신적도 있답니다..
다시* 커피 저리가라내요^^..4. yuni
'06.10.17 8:08 AM아아아악~~~!!!
그런데 규아님 입 열때마다 거품이 퐁퐁 일어나는 상상하니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ㅎㅎㅎ 죄송합니다.5. 둥이둥이
'06.10.17 10:57 AM헉......^^
6. 석봉이네
'06.10.17 11:03 AM저는 친정갈때 빈 약병에 젓병세정제를 조금 담아갔는데
약인줄 알고 먹였습니다....
말도 못하는 아픈 두살짜리 아기에게 먹였던거지요
그 날 옆에 있던 친정식구들에게 엄청 깨졌습니다...
다른 방에서 고스톱치던 남편에게는 지금도 비밀이예요...7. 무무
'06.10.17 12:39 PM하하하. 규야님, 많이 웃었어요. 그 때 얼마나 황당하셨을지 눈 앞에 선합니다.
8. 허브
'06.10.17 12:57 PM푸하~~ 넘 재미있는 사연이네요. 저도 친정아버지가 커피를 넘 좋아하셔서 타드리다. 미원과 설탕을 착각해서 타드려 아버지를 놀래켰답니다.
9. 화평
'06.10.17 5:53 PM규야님, 장 청소하셨군요-.-;;
10. 샤이
'06.10.19 12:05 AM요즘 플라스틱용기며 세제며 등등...환경호르몬이다 해서 떠들썩하는데...
그리 치명적인건 아닌가봐요~~~ㅎㅎㅎ11. juwons
'06.10.19 5:22 PM하하하~~ 한 참 웃고 갑니다..퐁퐁...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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