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 먼저 음식 사진 없어도 가능한 글쓰기여서 감히 키친토크에 글을 써 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70년대였지요.
집집마다 넉넉하지 못한 시절, 허나 마음만은 지금 보다 더 넉넉했던 시절이었사옵니다.
방학때만 되면 외갓집으로 가서 한 열흘정도 머물렀는데..지금 생각하면 외숙모가 얼마나 힘드셨을까...죄송스러워집니다.
제가 가장 기다리던 것은 바로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던 '계란밥'이었습니다.
집 뒤켠 닭장에서 마악 낳은 따끈따근한 계란을 젓가락으로 톡톡 쳐서 내용물을 목구멍으로 흘려넣고는
빈 계란 껍질만 남깁니다.
외할머니께서 계란 껍질 속에 불린 쌀을 넣고는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아궁이의 재속에 묻어둡니다.
그동안 저는 아궁이앞에서 얼굴이 벌게지는것도 아랑곳하지않고 부지깽이로 이리저리 쑤시다가 외할머니의
잔소리도 듣고..
잠시 기다리면 짜잔하고 계란밥이 완성되지요.
껍데기를 조금씩 벗기면 쫀득한 계란밥이 모습을 드러내고..너무 너무 달게 먹었습니다.
양도 적었지만 야금야금 먹던 계란밥은 금세 다 먹어버리곤 했어요.
외사촌들이랑 늘 계란밥때문에 싸웠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지금도 마른 솔나무 가지를 꺽어 아궁이에 넣으면 타닥타닥 소리가 나던 재래식 외갓집 그 아궁이가 너무 그립습니다.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젠 외갓집 갈 일도 없습니다만 외삼촌의 '밥값내고 가야지'하면서 놀리면 괜스리 민망하여 울면서 '울 아부지가 밥값주신댔어요'라고 외치던 일도 생각나네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계란밥
매운 꿀 |
조회수 : 4,416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6-10-12 2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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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uzziel
'06.10.12 9:50 PM몇일전에 TV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계란속에 쌀을 넣어서 밥이 되면 계란 껍질을 까서 계란 모양의 밥이 나오던데...
그 밥이었군요.
예전의 아픈 기억이지만 지금 보면 참 맛나 보이던데...2. 착한여우
'06.10.12 10:49 PM저두 어릴때 아궁이에 불지피면서 해보았었답니다.그땐 아직 밥할줄 모르는 어린나이였기에
엄마가 씻어놓은 쌀을 가져다가 두어번 해봤었죠...그때가 그립네요...3. 열쩡
'06.10.13 10:48 AM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놀림에
아니라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음식 저마다에 얽힌 기억들이 참 따듯하네요4. 장금이친구
'06.10.13 11:57 AM어릴적 해 먹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엄했던 아버지께서 막내인 저한테는 이 계란밥을 해 주셨는데.
글을 읽다보니 마음에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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