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엄마표 카레라이스

| 조회수 : 3,612 | 추천수 : 4
작성일 : 2006-10-10 02:29:15
엄마는 더운데 지지고 볶고 신경쓰는 것을 싫어하셨다.
요리니 집안청소니 별로 관심을 갖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셨을 정도.

그렇기에 요리의 원래의 레시피는 절대로 무시하시고
언제나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푹푹 끓이시곤 하셨다.
하다못해 라면도 맨 찬물에 면이니 스프니 다 쏟아넣고 냄비뚜껑을 닫아버릴 정도였으니...
그러면 퉁퉁 불은 라면이 된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음식에 익숙해져왔고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카레라이스였다.

감자, 양파, 당근, 돼지고기 등을 죄다 커다란 냄비에 썰어 넣고서
물과 카레가루를 넣고 있는대로 푹푹 끓인 엄마표 카레
어쩌면 있는 재료 다 넣고 푹 '고은' 거라 그 맛에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물이 좀 과다하게 많아 흥건했기에
카레를 밥 위에 얹는다기보다는
카레에 밥을 만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아먹어야 하는 엄마표 카레라이스의 느낌을 참 좋아했다.

카레라이스는 엄마와 나의 화해의 매개체이기도 했다.
너무나 성향이 비슷한 모녀는 툭닥툭닥거렸고
심하게 툭닥거리고 나면 고집쎈 난 꿍하니 입과 눈을 닫아버렸다.
아예 무표정으로 눈을 안마주치려하며 쇠고집을 피워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언제나 엄마는 엄마표 카레라이스를 슬그머니 하시곤 했다.
그 카레의 향에
있는대로 삐쳐있던 내 성질도 봄날 눈녹듯 녹고 우리는 다시 사이좋은 모녀가 됐었다.

학창시절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는 등
삶을 살면서 더러 카레라이스를 먹긴 먹었지만 화해의 의미로는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못난 딸래미가 엄마가 무던히도 반대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댔고
약 한달간 엄마는 내 방에서 기거를 하며 설득작업을 시도하셨다.
하지만 그놈의 쇠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손 두 발 든 엄마....결혼을 허락하실 수밖에 없으셨다.


결혼을 하루 앞둔 날...


엄마는 조용히.....카레라이스를 하셨다......


딸래미가 먹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엄마는 들어가셨고...
난 카레국물이 흥건한 밥을 눈물과 함께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그날 먹었던 카레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50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 -82쿡 이모들의 결혼식 출동 후기 .. 27 발상의 전환 2025.12.21 6,571 16
    41149 은하수 ㅡ 내인생의 화양연화 12 은하수 2025.12.20 4,156 4
    41148 미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이어트 기록 15 소년공원 2025.12.18 4,866 3
    41147 올해김장은~ 8 복남이네 2025.12.17 4,429 2
    41146 토마토스프 4 남쪽나라 2025.12.16 3,229 2
    41145 솥밥 3 남쪽나라 2025.12.14 5,293 2
    41144 김장때 9 박다윤 2025.12.11 6,324 3
    41143 밀린 빵 사진 등 10 고독은 나의 힘 2025.12.10 5,768 3
    41142 리버티 백화점에서.. 13 살구버찌 2025.12.09 5,827 3
    41141 190차 봉사후기 ) 2025년 11월 갈비3종과 새우토마토달걀.. 6 행복나눔미소 2025.12.08 3,183 5
    41140 케데헌과 함께 했던 명왕중학교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 24 소년공원 2025.12.06 7,419 6
    41139 멸치톳솥밥 그리고,…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 24 챌시 2025.12.04 6,153 5
    41138 남해서 얻어온거 11 박다윤 2025.12.03 6,676 5
    41137 딸의 다이어트 한 끼 식사 16 살구버찌 2025.12.01 8,712 3
    41136 명왕성의 김장 28 소년공원 2025.12.01 6,931 2
    41135 어제 글썼던 나물밥 이에요 9 띠동이 2025.11.26 7,249 4
    41134 어쩌다 제주도 5 juju 2025.11.25 5,197 3
    41133 딸래미 김장했다네요 ㅎㅎㅎ 21 andyqueen 2025.11.21 9,586 4
    41132 한국 드라마와 영화속 남은 기억 음식으로 추억해보자. 27 김명진 2025.11.17 7,128 3
    41131 김장했어요 12 박다윤 2025.11.17 8,527 3
    41130 내 곁의 가을. 11 진현 2025.11.16 5,664 5
    41129 인연 (with jasmine님 딸 결혼식, 12.20(토)오후.. 79 발상의 전환 2025.11.15 9,429 10
    41128 대둔산 단풍 보실래요? (feat.쎄미김장) 6 솔이엄마 2025.11.14 6,187 5
    41127 입시생 부모님들 화이팅! 27 소년공원 2025.11.13 6,183 4
    41126 189차 봉사후기 ) 2025년 10월 봉사 돈가스와 대패삼겹김.. 9 행복나눔미소 2025.11.05 6,977 10
    41125 가을인사차 들렀어요.!! 37 챌시 2025.11.02 9,903 5
    41124 요즘 중국 드라마에 빠졌어요. 27 김명진 2025.10.29 7,482 3
    41123 맛있는 곶감이 되어라… 14 강아지똥 2025.10.27 7,091 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