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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스페인의 소울 푸드, 굳은 빵 활용 요리들:)

| 조회수 : 11,313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11-11 07:59:02

점심은 레스토랑에서 스텝밀 먹고,

저녁은 학교에서 우리가 만든 요리 먹고,

이러다보니 집에서 요리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 뭔가 허전해서  (주로 배 보다는 마음이 허전함)

미처 장을 보지 못한 주말에  (일요일엔 시장과 슈퍼마켓이 문을 닫음) 

집에 있는 걸로 간단한 요리를 하곤 합니다.

 

냉장고 사정과 약간의 상상력, 귀차니즘으로 뒤범벅된

최악의 비주얼로 마무리한, 

몸과 마음의 생존을 위한 요리랍니다 ㅎㅎ

 


위의 살짝 징그러운 이 놈은 치스토라(Tchistorra) 라고 합니다. 

돼지 살코기와 기름, 고추가루, 마늘 등을 양의 창자에 집어넣은 소세지랍니다. 

보통 스페인 전역에서는 초리쏘(Chorizo)라고 하는 소세지를 많이 먹는데, 

차이점은 초리쏘는 보존가공되어 건조하고, 이건 생거라서 식감이 부드럽고 습기가 많기에 빨리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배우기를 화이트 와인에 10분 정도 끓여 잡내와 기름기를 제거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귀찮고 많이 배고프네요 ㅎㅎ


치스토라와 오래되서 굳어진 빵, 마늘만 있으면   "가난한 이들의 수프(sopa de los pobres)" 가 탄생합니다.  

저랑 같이사는 처자가 전수해준 레시피에요.

 

<가난한 이들의 수프>

* 재료

- 바게트 반토막, 마늘 1개, 치스토라(15센치 정도, 취향껏), 계란 1알, 치킨스톡이나 물 3컵

* 과정

- 솥에 살짝 기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 치스토라 넣고 볶는다.

- 치킨스톡이나 물,  잘게 자른 빵을 넣고 끓인다.

- 달걀 풀어서 넣고 소금, 후추 간 살짝.

 

하루면 굳어져 버리는 빵도 활용하고, 재료도 간단하니 가난한 자의 수프라고 불리나 봐요. 

국물이 은근 시원하고, 푸욱 풀어진 빵이 수제비 같이 술술 넘어갑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소울 푸드? 

감기로 축 처진 몸에 열기와 기운을 주는 음식이네요.

 



얘는 그냥 있는대로 참치캔 샐러드.

여기에 캔에 든 아스파라거스랑 삶은 달걀, 올리브만 더하면 레스토랑에서 파는 혼합 샐러드(Ensalada Mixta)가 되겠지요~ 




요거는 미가스(Migas)라는 음식이에요. 

미가스는 빵 부스러기라는 뜻인데, 굳어진 빵을 활용한 소박한 요리로 주로 아침으로 먹지요. 

물에 적신 빵, 마늘, 파프리카, 올리브 유가 주재료이고요.

스페인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지역마다 사정에 맞는 재료를 더해서 만든답니다. 아라곤이나 라 만차에서는 베이컨을 넣고 포도와 같이 내며, 안달루시아에서는 정어리랑 타파스 형태로 내는 식이래요.

 




<엑스트레마두라식 미가스>

* 재료

- 굳은 빵 한 덩이, 올리브유, 물, 마늘 1개, 피망 1/4개, 피미엔톤(Pimienton, 붉은피망가루), 초리쏘 10센치, 소금, 후추 약간

* 과정

- 빵은 전날 밤에 물에 적셔 놓는다. 빵의 상태에 따라서 물의 양은 가감.

- 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저민 마늘로 향내고, 피망 손톱 크기로 잘라 볶는다.

- 야채 덜어내고 초리쏘를 볶는다. 볶으면서 나온 기름은 버리고 초리쏘만 덜어둔다.

- 올리브유 두르고 적신 빵을 주걱으로 으깨면서 볶아준다. 물기가 너무 없으면 물도 약간 넣는다.

- 빵이 노릇노릇해지면 덜어둔 야채와 초리쏘 같이 볶다가, 피미엔톤 가루 넣고 소금 후추 간.

 

역시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소박한 요리입니다. 보기에도 소박하고, 맛도 아주 소박해요. 

밍밍하고 고소하고, 그런데 계속 먹게 되는 신기한 아이에요.  다른 요리들에 곁들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네요.

레스토랑과 학교에서 복잡한 과정의 요리들을 배우다보니, 반작용인지 요새는 이런 간단한 가정식에 애착이 가네요.


하지막 역시 제일 편한 저녁 메뉴는 이겁니다.

다음날이 식당 휴무일이라 약간 기분 낸 저녁, 올리브랑 이디아사발(Idiazabal) 치즈를 먹습니다.

이디아사발은 바스크 지역 고유의 양 젖으로 만든 경질 치즈입니다. 

파르메지아노 레지아노 같이 깊은 풍미가 있으면서도 질감은 부드럽고  발효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주 강한 맛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정말 맛있는, 딱 좋은 치즈네요.

 



만사니야(Manzanilla) 올리브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한 봉지에 700원 막 이래요.

1 인용 까바(Cava, 까딸루냐 산 발포성 화이트 와인)에 텔레비전에서는 스페인판 Master chef 가 나오고.

퉁퉁 부은 발바닥도, 상처투성이 손가락도, 잊게되는 달콤한 저녁입니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레카
    '13.11.11 10:58 AM

    스페인 소울푸드
    포스팅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 고마워요!

  • 2. 우탄이
    '13.11.11 11:06 AM

    스페인 다시 가고싶네요. 너무 모르고 다녀와서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 한거 같아요ㅠㅜ
    포스팅 열심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3. 보헤미안
    '13.11.11 2:07 PM

    스페인에서 요리공부를 하시나요? 전 쵸리소 먹으러 스페인에 가고 싶어요ㅋ

  • 4. 고정점넷
    '13.11.11 4:46 PM

    당연히 쵸리조 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까바 저랑 제 남편은 참 좋아하는데 우리나라는 종류가 별로 안 들어 오네요
    이탈리안 스푸만테도 그렇규
    스페인이 계신거 여러이유로 부러워용

  • 5. 카라멜
    '13.11.12 12:58 AM

    너무 재밋게 입맛 다시며 읽었어요.자주자주 좋은 레시피 올려주세요

  • 6. 로빈
    '13.11.12 6:34 PM

    아, 스페인 갔을 때 생각나네요. 이렇게 미리 음식을 알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매번 메뉴판 보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치킨 종류만 시켰었는데 ㅠㅠ. 저도 직접 해먹고 싶네요.^^

  • 7. 예쁜솔
    '13.11.12 10:05 PM

    오늘도 힘내시고
    맛있는 요리 많이 만드세요.
    올려주시는 글을 보며
    스페인 요리의 맛을 상상해보곤 합니다.

  • 8. cozyinT
    '13.11.13 11:43 PM

    잘 지내지요? 특별한 기억의 스페인- 자주 소식 기다리고 있어요.
    치킨요리(^^) 많이 먹었던 스페인 기억합니다.

    올려주신 요리들 몽땅~ 먹고싶어용~~

  • 9. 부관훼리
    '13.11.14 6:49 AM

    저 쏘세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했는데
    직장앞의 남미사람이 만드는 런치카트에서 만들어주는 쏘세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쏘세지네요.
    스페인영향이군요. 남미사람들도 자주 먹는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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