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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추억의 녹두빈대떡

| 조회수 : 5,451 | 추천수 : 3
작성일 : 2012-07-09 11:18:19

누구나 추억 속의 음식이 있을텐데

저한테는 그중 하나가 녹두 빈대떡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일하셔서 외가에서 자랐는데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녹두를 불려서

멧돌에 갈아서 돼지 비계로 지글지글 부쳐주시면

낼름낼름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빈대떡을

1년에 딱 한번밖에 안해주셨어요.

그건 나중에 저희 친정 엄마도 마찬가지였는데,

제가 이번에 시어머님 생신을 맞아

빈대떡을 한다고 하자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직접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하루종일 불려둔 녹두, 일일이 껍질을 깝니다.

슬슬 깐다고 깠더니 정말 몇시간이 걸렸던지...

처음엔 재밌다며 달라붙었던 딸래미들도 나중엔 팽개치고요.

깐 녹두를 믹서에 갈아서

속털어낸 김치를 물기를 뺀 뒤 송송 썰어서 넣고,

고사리와 숙주는 삶고 데쳐서 양념해 넣었습니다.

밑간해둔 간 돼지고기도 듬뿍 넣고요.

가스렌지에 프라이팬 세 개를 놓고 약불에 반죽을 익혔습니다.

"이 더위에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보니,  정말 외할머니랑 엄마가 해주시던 맛이 나는거에요.

엄청 신기했어요. 그리고 친정엄마가 말리셨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부친 빈대떡은 지난 주말, 생신이신 시어머니 댁에 갖다드리고요.

또 냉동해서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갖다드리려고 합니다.

딸래미들도 잘 먹었습니다. 딸들에게 엄마의 음식, 추억 새겨주고 싶은 게 저의 로망이지만...

저도  1년에 1번 이상은 못할 것같습니다. ^^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게으른농부
    '12.7.9 1:20 PM

    ㅎㅎㅎ 큰 고생을 사서 하셨네요.
    제 집사람도 녹두빈대떡 한번인가 해주고는 몇년째 입싹닦았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녹두빈대떡에 막걸리 한사발이 그리워집니다. ^ ^

  • 2. 예쁜솔
    '12.7.9 7:08 PM

    흐미~~먹고 싶어라~~~
    딸내미가 넘넘 이뻐요!

    저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신 것 먹어보기만 했지...
    제가 할 엄두는 못내는데
    솜씨가 좋으시네요.

  • 3. mabelle
    '12.7.9 8:06 PM

    게으른농부님/맛있긴 맛있는데요. 막상 해보니... 말씀대로 '사서 고생'이었습니다. 1년에 딱 한번 하시던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저도 사실 매년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저희 남편은 딱히 좋아하지도 않아서 ㅋ

  • 4. mabelle
    '12.7.9 8:08 PM

    예쁜솔님/저희집 둘째랍니다... 녹두 껍질 고르는 게 귀여워서 찍어봤어요. 저한텐 추억의 맛이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해보니 따로 솜씨는 필요 없고... 그냥 그 과정을 견디기만 하면 되는거같아요 ㅠㅠ ^^;;

  • 5. 양파
    '12.7.9 9:19 PM

    이번 주말 부모님 생신상에 녹두전 한번 해 볼까 해서 들어 왔더니 ㅠㅠ
    맘 접어야 겠어요.
    남편이 녹두전 좋아하는데 껍질까는 것이 관건이군요

  • 6. 강실이
    '12.7.9 11:57 PM

    깐녹두를 사용하면 맛이 없는것인지요?

  • 7. mabelle
    '12.7.10 12:20 AM

    깐녹두라도 껍질이 남아있더라구요. 그거 분리하는 데만 한참 걸렸어요. 저도 유기농매장에서 깐녹두 샀어요. 근데 전 뭐 살림 하수라 그렇구요. 양파님과 강실이님은 아무렇지 않으실수도 있어요. ^^

  • 8. bero
    '12.7.12 4:31 PM

    저는 그냥 껍질은 대충 물에 씻어서 흘려보내는식으로 까서 김치만 썰어넣어서 간단하게 부쳐먹는데요.
    그런대로 먹을만해요. 필요한 재료 다 넣어야된다고 생각하면 못해먹게 되더라구요.
    껍질 남아있어도 갈아버리니까 괜찮드라구요.

  • 9. mabelle
    '12.7.12 8:53 PM

    bero님/ 말씀대로 나중엔 그렇게 해야겠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일일이 까야 한다고 하셔서... ㅎㅎㅎ 노동력이 엄청 들어가더라구요. 어쨌든 손 많이 가는 음식임은 분명한 것같아요 ^^ 저도 김치만 넣고 해봐야겠어요. 담백한 맛일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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